173화. 배고픈 사릉고홍 (2)
두 사람의 이런 평범한 대화가 냉규와 다른 이들에겐 마치 천둥이나 다름없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염원이 처리하라고 말한 대상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아듣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여기에 사릉고홍의 대답은 이에 대한 확인사살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녀가 말한 ‘처리’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관직이야 그만두면 그만인데, 만약 목숨을 잃으면…….
그 순간 설국의 대신들이 모두 일어서더니 소리 없이 냉규를 선두로 삼았다. 왜냐하면 이들 중 냉규가 실력이 가장 높기 때문이었다. 냉규는 첫 번째 희생양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당염원이 말한 ‘저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과 자신의 일행들이 틀림없었다. 그러니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황상, 화를 푸십시오.”
그때 냉규가 공손하게 말했다.
“노신의 어린 손녀가 아직 철이 없어 황상을 화나게 했으니, 그에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 소신이 곧바로 손녀를 데리고 돌아가 반드시 잘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냉완아를 향해 눈짓을 했다.
냉완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엎드려 말했다.
“신녀의 잘못입니다. 황상께서는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곧이어 밖에서 두 명의 호위무사가 걸어 들어오더니 일제히 그녀를 일으켜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침착한 눈으로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오직 앞쪽 탁자에 앉은 이들뿐이었다. 그들은 이따금 냉담하게 웃기도 했다. 냉완아가 나타나자마자 그들은 이미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
냉규와 그의 일행들에게서 감도는 긴장감과 신중함, 일촉즉발의 모습에도 이경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들과 이경 사이에는 엄청난 실력의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이경에게 이들은 전혀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아! 아우…… 와하우!”
이처럼 괴이한 분위기 속에서 별안간 아이의 맑고 순수한 목소리가 모두에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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