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이 세상을 원해 (3)
중년의 사내는 말을 더 잇지 않고 사릉고홍을 엄숙하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 속에선 이름 모를 광채가 반짝였다.
당염원도 사릉고홍을 쳐다보았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줄곧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시선과 눈이 딱 마주쳤다. 푸른 그림자에 잠긴 두 눈동자는 부드러움을 머금고 그녀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또한 이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남성다움이 한층 더해져 있었다.
사릉고홍은 조용히 당염원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가락이 가볍게 미끄러져 내려와 눈가에 닿았고, 다시 코, 입술에 이르렀다. 약간 차갑고 부드러운 손가락에는 온화함이 깃들어 있었다.
“고홍.”
당염원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불렀다.
사릉고홍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리는 것이 마치 달빛이 흐르는 것 같았다. 입술에는 물빛의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사릉고홍은 고개를 돌려 중년 사내를 보며 말했다.
“이 세상을 원하오.”
담담한 말 한마디가 사릉고홍의 입에서 나왔다.
너무나도 담담하고 평범한 말투에 마치 일개 돌멩이나 나무를 요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결과가 정해진 듯한 알 수 없는 느낌도 동시에 들었다.
중년 사내의 두 눈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는 엄숙했던 표정도 더는 유지하지 못하고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좋다!”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용의 기운을 갖고 태어난 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사릉고홍이었다.
깜짝 놀랄 만한 소식임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사릉고홍은 당염원을 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중년 사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띠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때는 아무리 설득하고 아무리 협박해도 전혀 관심도 가지지 않더니. 또 모든 걸 가져다준대도 마다하고, 세상에 발을 들일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사랑인가? 이 녀석이 사랑을 아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군. 그렇게 목석같던 녀석이 한 번 사랑에 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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