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화. 괴롭히다
오늘 양씨 수전이 소육랑을 불러냈다.
그는 경력이 가장 오래된 수전으로, 별일 없으면 연말에 인사고과를 마친 후 승진할 예정이었다. 현재 한림원의 모든 수전은 그가 관리했다.
그는 소육랑에게 비문(碑文)을 써보라고 했다. 황제가 황릉을 다시 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반 시진 뒤에 소육랑이 비문을 써서 양 수전에게 전했으나, 그는 만족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장원인데 이 정도밖에 쓰지 못하냐? 이게 다 무엇이냐? 이런 비문을 황제께 드리면 화를 내실 거다!”
소육랑이 멈칫하다가 물었다.
“혹시 황제께서 어느 대목에서 화를 내신다는 말씀입니까?”
양 수전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소육랑을 바라보았다.
“어느 부분인지 정말 모르겠느냐? 내가 일일이 가르쳐야 해? 어떻게 장원에 급제한 거냐?”
소육랑은 입을 꾹 닫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문을 다시 써서 올렸다.
그러나 양 수전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소육랑은 오전 내내 비문을 열일곱 개나 썼지만, 양 수전은 전부 되돌려 보냈다.
“어째서 비문 하나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냐? 점심 먹지 말고 여기서 계속 쓰거라! 내가 만족할 때까지!”
말을 마친 양 수전은 소육랑을 내버려 두고는 씩씩거리며 한림원 식관으로 갔다.
소육랑은 사무실로 돌아가 계속해서 연구하고 집필하며 비문을 써 내려갔다.
무더운 날씨라 그의 사무실은 마치 찜통 같았고, 소육랑의 옷은 땀에 흠뻑 젖었다.
이때, 관모를 쓴 머리 하나가 다가오면서 코를 틀어막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밖에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음식 상자를 들고 빠르게 방에 들어왔다.
그림자가 종이를 가리자, 소육랑이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이곳에는 왜 왔소?”
영치원이 음식 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먹을 것을 가져다주러 왔소! 조금 전에 식관에서 풍림과 임성업을 만났는데, 왜 밥 먹으러 오지 않았는지 묻더군. 그래서 먹었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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