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화. 공정한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육릉이 맨 앞에서 엄숙한 표정으로 기름종이에 싸여 있는 장부 한 권을 들고 들어왔고 그 뒤로 육충, 육함, 범포 등이 차례로 들어왔다. 육건중은 육경의 얼굴에서 그가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놀라움, 불안함, 당혹스러움이 보이는 걸 보고, 마치 무거운 망치로 내려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육건중은 정신을 가다듬으며 속으로 냉소했다. 그저 장부 한 권일 뿐이지 않은가. 설령 그가 전에 했던 모든 일을 다 기록해 두었다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대부분의 일들은 세월이 흘러 이미 먼지 속에 파묻혀 버렸고, 노태야 또한 다시 살아 돌아올 수는 없었다. 그가 부인하면 그를 누가 어쩌겠는가?
범포가 냉소하며 말했다.
“대노야께서 정의를 바로잡아 주십시오. 이 장부는 제가 아는 선에서 그간 이노야와 대소야가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 기록해둔 것입니다.”
육건신이 육함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육함은 장부에 있는 기름종이를 벗기고 이미 몇 년은 족히 된 것 같아 보이는 장부를 펼친 뒤 두 손으로 육건신에게 올렸다.
육건신은 받지 않고 눈을 반쯤 감으며 말했다.
“네가 읽어라!”
“모 년, 모 월, 모 일, 모 시에…….”
육함이 무표정한 얼굴로 장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자 정당 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무거운 숨소리만 들렸다.
“누명을 씌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무슨 말이든 못 갖다 붙이겠어요! 분명 큰아버지께서 함정을 파고 범포와 공모해…….”
육소가 폭주하기 시작하자 육건중이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그에게 던지며 소리질렀다.
“버릇이 없구나! 지금은 범포가 이야기할 차례 아니냐? 네 큰아버지가 뭐라고 하셨는지 못 들었느냐?”
이번에는 육소도 육건중의 말을 듣지 않고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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