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화. 물안개
육함이 옷고름을 풀고 손으로 옷자락을 살짝 벌리자 그녀의 피부가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었다. 임근용의 등 뒤에서 일렁이는 불빛이 그녀의 온몸을 감싸며 마치 막 피어난 연꽃 같은 은은한 빛무리를 발산했다.
임근용은 이 광경을 보지 못했지만, 살짝 긴장되어 보이는 육함의 눈빛과, 먹처럼 까만 눈동자 안의 작은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아주 평온하고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임근용을 보고 육함의 표정도 점점 온화해졌다. 육함은 그녀의 손을 끌어다 자기 옷고름 위에 놓고 그녀에게 풀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육함은 전생에서와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물론 임근용 또한 전생의 그녀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육함을 하늘처럼 여기지 않았고, 무슨 일을 할 때도 더 이상 그를 위해 생각하지 않았다. 임근용은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순종적으로 그의 옷고름을 풀었다.
육함이 함소화가 수놓아진 분홍색 속옷에 손을 얹더니 살며시 풀었다. 분홍빛 속옷이 마치 아름다운 꽃잎처럼 빙빙 돌더니 침상 모서리의 어두운 곳으로 날아갔다.
임근용은 깜짝 놀라 흠칫하고 몸서리를 치고는 손을 떨며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육함은 그녀를 안아 다시 침상에 뉘였다. 육함의 입술과 혀가 그녀의 피부에 닿자 수없이 많은 홍매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따뜻한 숨결은 그녀의 피부와 비단옷에 부딪혀 다시 차가운 물안개로 변했다. 임근용은 그 느낌이 무섭고 싫어서 몸이 부들부들 떨었고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임근용은 보복하고 싶어서 일부러 육함의 어깨를 꽉 깨물고 그의 등도 세게 긁었다. 하지만 손톱이 상처를 낼 만큼 날카롭지가 못했다. 임근용은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녀가 지금도 그를 증오하고 있고, 여태껏 용서한 적이 없으며, 전혀 용서하고 싶지도 않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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