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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화. 민행(敏行)

184화. 민행(敏行)

청설각에 도착하니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 육함은 들고 있던 등롱을 끄고 얼른 나와 인사하는 시녀들을 쫓아 보낸 뒤 임근용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매화림에 가서 산책합시다.”

임근용은 조용히 그의 손을 잡고 그와 나란히 매화림으로 들어갔다. 매화림 안은 은은한 향기로 가득했고 몽롱한 안개 속에 어렴풋하게 보이는 청설각은 마치 선계의 풍경 같았다.

“정말 좋지 않아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바로 여기요.”

육함이 갑자기 신이 난 듯 말했다.

“올겨울에 같이 눈을 쓸어 담아서 묻어두면 내년에 그걸로 차를 끓여 마실 수 있을 거요.”

임근용은 눈을 들어 가장 크고 오래된 매화나무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요.”

육함이 그녀를 끌어당겨 앞으로 가더니 그 매화나무를 손바닥으로 치며 맑은 눈빛으로 환하게 웃었다.

“이 나무는 거의 100년이 다 되었소. 어떻게 계속 이렇게 잘 자라는지 모르겠다오. 꽃이 크지는 않아도 제일 향기롭고 붉지. 나중에 눈을 쓸어 담아서 묻을 때 이 나무 밑에다 묻을까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떻소?”

“좋아요.”

활짝 웃고 있는 육함을 바라보던 임근용의 눈에 오만 가지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는 이렇게 즐겁게 웃고 있었지만 그녀는 도무지 즐겁지가 않았다. 그가 웃으면 웃을수록 임근용은 점점 더 괴로워졌다. 특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이런 상황은 그녀를 구역질 나게 만들었다.

육함은 임근용의 눈빛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가 싱겁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놓았다.

“기분이 안 좋은 거요?”

임근용이 눈을 내리깔았다.

“아니에요. 그냥 마음이 좀 불안해서 그래요. 어제 고모한테 미움을 샀거든요. 오늘은 좀 일찍 가서 문안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육함은 그쪽으로 주의를 돌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엇 때문에?”

임근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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