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9화. 예쁜 이름
훤친왕은 밀려드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바탕 기뻐하고 나니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그의 딸이었다. 이름을 짓고 봉호를 청하는 건 이 친아버지인 그가 할 일인데 밥 잘 먹고 할 일 없이 황제한테 대신 해달라고 하겠냐 말이다!
훤친왕세자와 초환원의 이름은 모두 선대 훤친왕이 지어주었었고, 초원유의 이름은 노왕비가 지은 것이었다. 당시 경도에 없었던 그는 훤친왕비가 임신을 했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아이의 이름을 뭐라 부르면 좋을까 계속해서 고민했다. 여러 개를 생각해봤지만, 마음에 쏙 들지는 않아서 나중에 초앙에게 물었었더랬다.
초앙은 벼락을 맞을까 봐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 며칠 뒤 종이에 시 한 구절을 적어 주었다.
‘연년불감가경성(延年不敢歌傾城),조운모우수병정(朝雲暮雨愁娉婷)’
소군주(小郡主)의 이름은 바로 이 시구 안에 들어 있었다.
훤친왕은 ‘경성(傾城)’일 거라고 생각해왔다.
초경성(楚傾城).
그와 왕비가 낳은 딸이 자라면 어찌 경국지색의 미모로 중생들을 자빠뜨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훤친왕은 경성으로 부르겠다고 생각을 해둔 참이었다.
그런데 황제가 초병정(楚娉婷)이란 이름을 하사했다는 거였다.
그 아인 그의 딸인데 말이다!
훤친왕은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병정이란 이름이 경성보다 예쁘지 않은 것 같아 훤친왕세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랑 앙이가 대군을 이끌고 경도로 돌아오거라. 난 먼저 가봐야겠다.”
가엾게도 훤친왕세자가 아직 그러겠다고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훤친왕은 채찍을 휘두르더니 곧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바람 같은 남자시라니까.
쏜살같이 내달려 가는 훤친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초앙이 강아지풀을 입에 문 채 끌끌거리며 웃었다.
대군이 회군해 돌아가는 상황에서 훤친왕이 먼저 돌아가는 게 안 될 건 없었기에 훤친왕세자는 말머리를 돌려 마차로 들어가 심모와 함께 길가의 풍경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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