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화. 하가를 멸하다 (5)
눈앞의 여인과 기억 속의 하약운이 순간 서로 어우러져 마치 같은 사람처럼 보였다.
한편 하명 부녀의 안색도 잿더미처럼 어두워졌다. 그간 감당 못 할 사실을 많이 접해봤긴 하지만, 고약운의 이 말에 그들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하초설이 창백한 얼굴로 고약운을 보며 물었다.
“네가 하약운이라고? 그럴 리 없어! 하약운은 이미 죽었어!”
소리를 치던 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
“설마 다시 태어났다는 소리를 하려는 거야? 나이가 안 맞잖아!”
하약운이 죽은 지 육 년이 지났다. 죽은 후에 다시 태어났다면 이제 겨우 여섯 살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고약운이 죽은 하약운일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말로 우리를 위협하려는 걸 거야. 틀림없어!’
고약운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하초설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시선이 하명에게 향했다.
“하명, 당신이 이렇게까지 정신 나간 짓을 벌였을 줄은 몰랐어. 부인과 친자식은 물론이고 자기 친아버지와 형제들까지 죽일 수 있다니.”
그녀가 웃는 듯 아닌 듯한 얼굴로 하명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주도면밀하고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굴었던 당신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겠지. 내가 다시 태어나, 다른 이의 신분으로 살아왔다는 걸.”
그녀의 낮은 웃음소리가 귀에 들어오자, 하명은 순식간에 공포에 떨었다.
‘어쩐지…… 처음 이 여인을 봤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니……. 저 여인이 바로…… 하약운이라니!’
“옥아.”
그녀의 나직한 목소리가 대청을 울리자, 다시 한번 모두의 심장이 떨려왔다.
‘방금 저 아이를 뭐라고 부른 거지? 옥이라고? 설마 저 아이가 하임옥이란 말인가?’
하명은 암담한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하약운이 살아 돌아온 걸로도 모자라, 하임옥까지 살아있었다.
“옥아, 네가 그때 당했던 것만큼, 아니 그보다 배로 갚아줄 수 있어.”
고약운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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