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전투 (3)
“소저, 소저가 아까 저것이 연기종의 무기라고 했잖은가?”
하자희는 시운의 안색이 바뀐 것을 보고는 냉소했다.
“몰랐던 거로군. 소저도 아버지의 무기를 본 적이 없었던 거야. 그런데도 영기를 보자마자 남에게 도둑맞은 무기라고 한 건가? 이렇게 된 거, 대륙의 모든 보물이 다 연기종의 것이라 하지 그러나?”
하자희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시운을 비웃었다. 한동안 시운을 보는 모든 이들의 표정이 달라졌고, 연기종 제자들도 그녀를 의심했다.
영은풍은 콧방귀를 뀌고는 제자들을 둘러보며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무기들은 대부분 차이가 없어. 그러니 헷갈렸을 수도 있지. 시운 사매가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나무라지는 마라.”
시운은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약운을 보는 눈빛이 점점 냉담해지며 살기가 짙어질 뿐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천북야 때문에 고약운을 죽이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계집이 준 수모 때문에라도, 반드시 죽이고 말 것이었다.
고약운을 향한 시운의 살기가 매서워졌다. 고급 영기만이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을 선보이지만 않았어도, 시운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시운이 부드러운 얼굴로 냉소를 지었다.
“그럼 고급 영기의 능력을 좀 볼까?”
쾅!
강한 기세가 느껴지자, 다들 무너진 산에 깔린 듯 그 기세에 짓눌려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시운은 천천히 우아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손에 들고 있던 은빛 보검이 광풍 속에서 억새마냥 흔들렸다.
‘조심해야 하는데.’
싸움을 지켜보던 하자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곧이어 시운의 몸이 환영처럼 변하자, 하자희는 그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서 하얀 빛이 끊임없이 움직일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 고약운은 여태껏 본적 없이 평온한 눈빛으로 자신을 둘러싼 환영을 차갑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그녀가 움직였다.
쿠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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