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내가 못 가지면, 유옥생도 못 가져.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좌선을 노려봤다. 온몸에서 그의 분노가 느껴졌다.
“하,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어찌 잊겠습니까. 늘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랬다면 오늘 이런 꼴사나운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겠지! 나와 풍청백 사이가 더 나빠지길 바라서 그런 짓을 한 것이냐!”
“그럴 리가요!”
그 말에 노인이 양손으로 허리를 짚으며 조금씩 표정을 풀기 시작했다.
그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손녀를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경성 귀족 자제 중 누구든 마음대로 고르거라. 그 누구든지 다 괜찮지만, 풍청백만은 절대 안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찌 될지는 너도 잘 알고 있을 것이야. 난 우리 집안의 체면을 위해서 언제든 너를 아무에게나 시집보낼 수 있다!”
좌선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녀가 조부의 충고를 어찌 감히 잊겠는가? 그래서 그녀는 풍청백을 마음에 두고서도 앞에서는 티를 못 내고 몰래 좋아해야만 했다.
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건 혼사를 줄곧 미루는 것뿐이었다.
풍청백을 본 그녀는 그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최고의 사내와 혼인하고 싶었지만, 하필 그는 허락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건 마지막 기회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네겐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게야.”
“주의하겠습니다.”
좌선이 목소리를 다시 낮추며 말했다.
“오늘 계화림에서 있었던 일은…….”
“그 남부끄러운 일을 감히 입 밖으로 꺼내? 본인의 계략에 스스로 빠져서는. 나 좌서용(左書榕)의 손녀가 이렇게 우둔할 줄이야!”
노인은 싸늘하게 비웃으며 탁상 앞에 앉은 뒤,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 일은 내가 해결할 테니, 물러나거라!”
* * *
방으로 돌아온 좌선은 문을 닫고 거울 속 벌겋게 부어오른 반쪽 뺨을 보더니, 갑자기 허탈한 듯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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