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화 연연해하다 (1)
잠시 후, 사운계가 해당원에 도착했다. 사운계는 먼저 가볍게 담 위에 올라 앉아 잠시 아래를 살펴본 뒤에야 천천히 땅 위로 착지했다.
사방화는 창문을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과연 사씨 염창의 사람다운 태도라 경탄했다. 이미 방안의 냄새가 다 사라졌음에도, 사운계는 담 위에 아주 미세하게 남은 사람의 흔적을 보고, 금세 누가 다녀갔음을 간파해 낸 것이었다. 이토록 놀라운 사운계의 영민함에 사방화는 안심하여 마음을 놓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과 경계심이 일기 시작했다. 아직은 사운계의 출신이 너무나도 불투명했기 때문이었다.
문 앞을 지키던 시화 등도 경가의 퇴장과 사운계의 출현을 모두 목도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같은 담을 이용해서 다행히 서로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네 사람은 속마음을 꼭, 감춘 채 서로 잠시 시선만 맞추곤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곧이어 사운계가 먼저 창을 통해 사방화가 책을 읽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이내 사방화도 근심 어린 눈을 들어 사운계를 바라보았다.
“방화 누이. 무슨 걱정이라도 있소?”
사운계도 그녀의 그늘을 읽고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곧 사방화가 조용히 웃었다.
“네, 걱정거리가 있어요. 운계 오라버니, 우선 앉으세요!”
“나에 대한 것이오?”
사운계가 자리에 앉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사방화가 잠시 사운계를 쳐다보다가 활짝 웃으며 답을 이었다.
“네, 그런 것 같아요.”
“방화 누이가 내 생각을 했다는 것이 좋아해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군. 보아하니 왠지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일순간 사방화의 미소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역시 영특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땐 조금도 방심해선 안 된다. 얼굴만 보고도 이렇게 단숨에 추측해 내다니. 만약 지금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더는 사운계를 쓰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를 잃는 건 사방화에겐 너무도 큰 손해였다. 재빨리 판단을 내린 사방화가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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