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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

냠.냠.냠.

"하아. 이제 냄새 안 나지?"

"푸후훗. 합격이다냥! 이제 똥냄새 안 난다냥!"

세준이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수십 송이를 먹고 테오의 입 냄새 검사를 통과했다.

그리고

"테 부회장, 근데 얘는 어디서 데리고 왔어?"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된 세준이 테오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바로 펜릴에 대한 것.

낑!낑!

'배고파! 밥 달라고!'

삐욧!

[가만히 있어요!]

펜릴은 조금 전에 일어나자마자 도망치려고 해서 삐욧이가 목줄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푸후훗. 낑낑이 말이냥? 나 테 부회장이 멸망의 사도 배 속에 있는 걸 구해왔다냥! 그래서 구해준 대가로 부하가 되기로 했다냥!"

테오가 아주 자기중심적인 시점으로 세준에게 대답했다.

"그래? 얘 이름이 낑낑이야?"

세준이 펜릴을 바라봤다.

'이 녀석 나랑 같아.'

세준은 펜릴을 보자마자 같은 동류라는 것을 느꼈다.

강하게 개복치의 느낌이 났다.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더한 개복치.

처음으로 자신보다 한없이 약한 존재를 마주한 세준.

'넌 내가 지켜주마.'

세준은 개복치 선배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펜릴이 죽지 않도록 케어해주기로 했다.

"자. 그럼 일단···."

세준이 개복치 전용 필수 생존템인 검은용의 비늘을 꺼내 펜릴에게 사용하자

슈욱.

펜릴의 전신이 검게 변했다.

펜릴의 마력이 너무 낮아 검은용 문신이 세준의 몸통을 두를 정도로 커졌지만, 그걸 두르기에는 펜릴의 몸이 너무 작았기 때문.

펜릴의 작은 몸에 검은용 문신을 욱여넣다 보니 문신은 사라지고 그냥 새카매졌다.

"이제 네 이름은 까망이야."

낑낑이라는 이름은 별로라고 생각한 세준.

새카매진 펜릴을 보고 즉흥적으로 펜릴에게 까망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거기서 거기. 오십보 백보였다.

"생긴 것도 시골개스럽고 잘 어울리네."

그렇게 세준이 자신의 작명에 만족할 때

낑?!낑?!

'뭘 봐?! 배고파서 짜 증나는데 싸우자는 거냐?!'

펜릴이 세준을 보며 싸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까망이, 밥 줄까?"

세준이 군고무마 말랭이를 꺼내자

낑!

군고구마 말랭이에 시선이 고정된 펜릴.

척.

훈련된 개처럼 자연스럽게 바닥에 얌전히 앉아

붕붕.붕붕.

열심히 꼬리를 흔들며 침을 흘렸다.

"배고팠구나? 어서 먹어."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 한 조각을 주자

낑!

펜릴이 열심히 군구마 말랭이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

펜릴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맛있어!

짭.짭.짭.

그렇게 생애 첫 군고구마 말랭이를 맛있게 먹은 펜릴.

낑!

세준을 보는 펜릴의 시선에 호의가 담기기 시작했다.

"흐흐흐. 역시 먹을 거 나눠 먹으면 다 친해지는 거지. 까망이, 더 먹어."

세준이 다시 군고구마 한 조각을 펜릴에게 줬고

짭.짭.짭.

펜릴은 열심히 먹었다.

잠시 후.

개로롱.

군고구마 말랭이로 배를 채운 펜릴이 다시 잠들었다.

아직 힘이 없어 하루하루가 너무 피곤한 펜릴.

"얘들아, 자러 가자. 까망이는···여기서 자다 밟혀 죽을 수도 있으니까···."

덥석.

세준이 펜릴을 들고 침실로 향했다.

***

탑 44층.

슈웅.

웨이포인트에 한태준과 김동식이 양팔에 250kg씩 총 1000kg의 김치와 반찬을 들고 도착하자

"왔다펭!"

둘의 등장에 웨이포인트를 지키고 있던 등 푸른 펭귄들이 서둘러 외쳤다.

그러자

다다다.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블랙울프와 실버울프들이 서둘러 달려와

"실어라."

물건을 실을 수 있도록 바닥에 앉으며 말했다.

"이게 온도에 민감해서 조심해야 합니다."

김동식이 김치통과 반찬통을 실으며 조심해야 될 점을 성명하자

"걱정 말아라펭! 우리들이 온도를 유지하면서 갈 거다펭!"

등 푸른 펭귄들이 늑대들의 등에 하나씩 타며 대답했다.

그들의 얼음제련술을 이용해 온도를 유지하려는 것이었다.

"그럼 우리는 출발하겠다!"

그렇게 등에 펭귄들과 세준이 먹을 음식들을 등에 실은 늑대들이 서둘러 탑 99층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아침.

낑?

세준의 폭신한 베개 위에서 자던 펜릴이 일어났다.

그리고

커어어.

고로롱.

잠을 자는 세준과 테오를 바라보는 펜릴.

낑!

'넌 나에게 맛있는 걸 바쳤으니 나중에 특별히 살려주마!'

툭.툭.

세준의 얼굴을 두드려주고 밖으로 나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여기서 어제 먹은 것과 비슷한 향기가 나는군.'

고구마밭에서 어제 먹은 군고구마 말랭이와 비슷한 냄새가 나자

박.박.

땅속에 있는 고구마를 캐내는 펜릴.

우드드득.

낑!

[해냈다!]

우적.우적.

간신히 고구마 한 뿌리를 캐서 먹기 시작했다.

어제 먹은 것과 식감과 맛은 달랐지만, 먹을 만했다.

낑!

[먹으니 힘이 나는군!]

그렇게 배를 채우고

낑!

[이건 배고플 때 먹어야지!]

질질질.

자기 몸만 한 고구마 하나를 물고 거의 끌고 가다시피 하며 다시 열심히 도망치는 펜릴.

그렇게 펜릴이 한참을 도망쳐 집 앞 마당을 벗어났을 때

펄럭.펄럭.

-너는 또 웬 놈이냐?

펜릴을 발견한 카이저가 다가왔다.

낑?!

[이 기운은 카이저?!]

카이저의 접근에 펜릴이 얼어버렸다. 자신이 펜릴이라는 걸 들키면 바로 죽음이었다.

그때

펄럭.펄럭.

-카이저, 무슨 일이야?

-이 개는 뭐지? 세준이가 집 지키려고 데려왔나?

켈리온과 램터도 날아와 펜릴을 구경했다.

낑?

[여기에 왜 켈리온과 램터가?]

펜릴이 용들을 보며 당황했다.

용족의 수장들은 각자 자신의 탑을 지키지 이렇게 같이 다니는 존재가 아니었다.

거기다 원래 자신의 탑에 다른 용족이 들어오는 걸 허락해 주지도 않는다.

-몰라. 또 테오가 데려왔나 봐.

-테오가?

-근데 얘한테서 익숙한 기운이 나지 않아?

-흠···그러고 보니···멸망의 힘이 미약하게 느껴지는군.

-그럼 얘는 펜릴의 파편인가?

멸망의 12사도 중 겉모습이 가장 비슷한 건 펜릴.

용들이 펜릴을 보며 고민할 때

"까망아!"

펜릴을 부르는 세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일어난 세준은 펜릴이 옆에 없자

'개복치 주제에 겁도 없이 어딜 돌아다니는 거야?!'

서둘러 찾으러 나온 것.

그렇게 세준이 테오를 다리에 매달고 까망이에게 다가가자

-세준아 물러서라. 이놈에게서 멸망의 사도 기운이 느껴진다!

-그래! 물러서!

-세준아, 떨어져 있어!

세준이 펜릴에게 접근하는 걸 막는 용들. 세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저···잠시만요. 테오가 얘를 멸망의 사도 뱃속에서 구했다고 했어요. 너무 기운이 약해서 멸망의 사도 기운이 몸에 밴 게 아닐까요?"

세준은 용들이 펜릴을 죽일까 봐 서둘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새끼라면···

-그런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군.

다행히 용들은 세준의 말이 더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눈앞의 존재는 펜릴의 파편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약했으니까.

항상 고고한 늑대라고 자만을 떨던 펜릴이 저런 하찮은 파편을 만들 리가 없었다.

거기다

"냐아앙···."

테오가 자면서 펜릴이 뿜어내는 미약한 멸망의 기운을 계속 흡수하고 있어 곧 사라질 것 같았다.

-뭐···세준이에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덕분에 펜릴은 용들에게 하찮은 세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는 더 하찮은 취급을 받으며 죽을 위기를 넘겼다.

그렇게 용들의 의심이 사라지자

"이거 드세요. 어제 열린 포도인데 맛있어요."

세준이 용들에게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대접했다.

그사이

뚱땅.뚱땅.

용들의 관심이 포도에 쏠리자 다시 열심히 도망치던 펜릴.

낑?!낑!

'어?! 생각해 보니 여기 너무 이상하잖아!'

뒤늦게 이곳에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든 펜릴이 걸음을 멈췄다.

자신의 목표는 카이저가 먹은 검은색 둥근 타원형 열매를 얻는 것.

카이저와 다른 용들의 수장이 둘이 지키고 있는 이곳만큼 수상한 곳이 없었다.

낑!낑!

'끄흐흐. 역시 난 천재야! 나도 모르게 적들의 비밀 장소에 침투했군!'

뚱땅.뚱땅.

펜릴이 스스로를 칭찬하며 다시 돌아와 세준의 다리 옆에 앉아 세준을 바라봤다.

절대 절대 군고구마 말랭이를 더 먹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뚝.뚝.

펜릴의 생각과 다르게 잔뜩 고인 침이 입에서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때

위잉!

[세준 님~!]

로얄젤리 만들기 실습을 끝내고 온 독꿀벌 여왕이 검은색 로얄젤리를 들고 세준을 불렀다.

그리고

낑!

'저거다!'

검은색 로얄제리를 본 펜릴이 앞발로 세준의 다리를 긁으며

낑!낑!

[나 저거 줘! 내놔!]

검은색 로얄젤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검은색에 둥근 것. 자신이 찾던 것이 분명했다.

"까망이, 이게 먹고 싶어? 흐흐흐. 그럼 먹어야지."

검은색 로얄젤리 때문에 곤란해하던 세준이 씨익 웃으며 까망이의 입에 흔쾌히 검은색 로얄젤리를 넣어줬다.

그리고

끼잉?!

[이걸 카이저가 먹었다고?!]

펜릴이 검은색 로얄젤리의 쓴맛에 기절했다.

293화. 감을 수확하다.

293화. 감을 수확하다.

"흐흐흐. 이럴 줄 알았지."

자신처럼 쓴 걸 먹고 기절하는 펜릴을 보며 알 수 없는 만족감을 느낀 세준.

세준이 집으로 돌아가 기절한 펜릴을 침대에 조심히 내려놓고 이불을 덮어줬다.

그리고

쓱.

아까 급하게 나가느라 못한 날짜를 표시했다.

正正正

73번째 바를 정의 완성. 그 위에는 正이 10개씩 꽉꽉 채워진 7줄이 보였다.

"내일이면 1년이네···."

쓰윽.

세준이 벽에 새겨진 자신의 365일 동안의 역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고는

"슬슬 파티 준비를 해볼까?"

생존 1년을 자축하는 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파티에 초대한 동물들에게 대접할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에 바쁜 하루가 예상됐다.

다른 층의 농장에 들려 농작물들을 수확해 올 생각이기 때문.

그렇게 세준이 밖으로 나오자

꾸엥···

[꾸엥이가 아빠 도와준···.]

세준을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꾸엥이.

하지만

꼬르르륵.

밥 먹을 시간을 알리는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꾸엥이의 말을 끊어 먹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근데 꾸엥이 연료 부족하다요.]

꾸엥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일단 가면서 먹을 거 챙겨서 출발하자."

꾸엥!

[좋다요!]

철컹.

세준이 간단하게 먹을 음식을 꺼내기 위해 아공간 창고를 열자

꾸헤헤헤.

꾸엥이가 세준을 따라 아공간 창고 안으로 쫄래쫄래 따라 들어가 간식 주머니를 채웠다.

잠시 후

"토룡아."

세준이 토룡이를 불러 웨이포인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주인님, 도착했습니다.

"응. 고마워."

세준이 대답하며 자신의 무릎을 내려다봤다.

고로롱.

뀨로롱.

꾸로롱.

삐로롱.

무릎에는 아침을 먹은 동물들이 곤히 자고 있었다.

척.척.척.

세준은 아공간 창고를 열어 동물들이 깨지 않게 조심히 동물들을 창고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

"조금 이따 보자."

[헤헷. 네.]

마지막으로 어깨에 있던 불꽃이를 넣고 문을 닫았다.

그렇게 홀몸이 된 세준이 붉은 크리스탈에 손을 올리자

[저장된 다른 층의 웨이포인트를 불러옵니다.]

[저장된 다른 층 웨이포인트(7개)]

-탑 98층

-탑 85층

-탑 83층

-탑 77층

-탑 55층

-탑 49층

-탑 44층

세준이 갈 수 있는 층이 나타났다.

"일단 감나무부터 보러 가야지."

세준이 탑 49층을 선택하며 사라졌다.

세준이 탑 99층을 떠난 사이

음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은 탑 99의 입구를 통제하고 있었다.

세준의 파티에 초대된 인원들만 들여보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척.

"여기 위대한 검은용의 1주년 파티 초대장이요."

그런 그들에게 테오의 발도장이 찍힌 종이를 초대장이라고 내미는 존재들이 나타났다.

음머?

[어떻게 하지?]

음머!

[여기 테 부회장의 발도장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뭔가 이상했지만, 일단 테오의 발도장이 확실했기 때문에 초대장을 받고 방문객을 들여보낸 우칠백과 우팔백.

"여기 초대장이요."

"초대장이요."

그렇게 둘은 초대장을 받고 하나둘 방문객을 탑 99층으로 들여보냈다.

***

[검은탑 49층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49층으로 이동했습니다.]

[50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네 가지 스탯이 50씩, 총 스탯이 200 오른 세준.

"흐흐흐. 컨디션 좋은데?"

세준은 조금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느낌 말고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현재 세준의 총 스탯이 2500에 육박하기 때문이었다.

2500에 200이 더해져야 2700. 이제 세준에게 200 정도의 스탯은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와! 단감 많이 열었네."

주변을 둘러본 세준이 감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단감을 보며 환호했다.

감나무 하나에 달린 감만 대충 세어봐도 몇백 개는 될 것 같았다.

철컹.

세준이 동물들이 일어나면 나올 수 있게 아공간 창고의 문을 조금 열어놓고

[주인님!]

척.

잠깐 떨어져 있었는데 엄청나게 반겨주는 불꽃이를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오! 이게 좋겠다."

세준이 주먹 크기의 탐스럽게 익은 단감 하나를 잡아 한 바퀴 돌리며 잡아당겼다.

그러자

툭.

가지와 부드럽게 분리되는 단감.

"맛있겠다."

세준이 잘 익은 주황색 감을 보며

쓱슥.

옷에 한 번 문지르고

우적.

한입 베어 물었다. 아삭한 단감의 식감과 함께 느껴지는 단맛.

우적.우적.

세준은 단감을 먹으며 농장 밖으로 나갔다.

"와. 엄청나네."

세준이 눈앞의 끝이 보이지 않는 녹색 초원을 보며 감탄했다.

견고한 칼날 대파가 더 필요하다는 한태준의 요청에 세준의 지시로 심어진 견고한 칼날 대파였다.

덕분에 지구에 공급하는 견고한 칼날 대파의 수량이 많아졌고

탑 49층에서 탑 41층으로 거리가 짧아져 운송 시간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거대한 견고한 칼날 대파밭을 구경한 세준이 다시 농장으로 돌아와

"흥흥흥."

툭.툭.툭.

콧노래를 부르며 본격적으로 감을 따기 시작했다.

***

"냐아아앙! 냥? 여기가 어디냥?!"

자다가 일어나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 테오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저쪽이다냥!"

금세 세준의 무릎 위치를 파악하고는 세준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

"박 회장!"

찰싹.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테 부회장, 잘 잤어?!"

세준이 다리에 매달린 테오를 보며 묻자

"그렇다냥! 그렇지만 기분은 좋지 않다냥!"

부비부비.

세준의 다리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테오가 대답했다.

"잘 잤는데 기분이 왜 안 좋아?"

"그건 박 회장이 나를 두고 갔기 때문이다냥! 항상 나를 끼고 다녀라냥!"

결국, 무릎이랑 떨어져서 기분 나빴다는 말이었다.

"푸후훗. 박 회장 줄 게 있다냥! 이것 보라냥!"

테오가 봇짐에서 물건 하나를 앞발에 올려 세준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빛바라기 씨앗?"

세준이 테오가 내민 씨앗을 보며 말했다.

[빛바라기 씨앗]

어둠바라기 씨앗은 펜릴이 부정한 기운을 전부 흡수하며 빛바라기 씨앗으로 변해 있었다.

뭐가 나올지는 심어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기를 수 있는 농작물이 늘어난 건 환영할 일이었다.

"테 부회장, 잘했어."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푸후훗. 안다냥!"

턱을 들고 거만하게 대답하는 테오.

슥.

그 모습에 칭찬하고 싶은 마음이 뚝 사라진 세준이 손을 거두려 하자

"냥?! 안 된다냥! 계속 쓰다듬으라냥!"

양 앞발로 세준의 손을 잡는 테오.

"이거 놔. 일할 거야."

세준이 거부하며 손을 거두자

"싫다냥!"

세준의 손을 잡아 자신의 이마에 대는 테오. 덕분에 테오는 세준의 손에 매달려 세준의 눈높이까지 올라왔다.

"푸흡."

세준은 자신의 손에 매달려 데롱데롱 흔들리는 태오를 보며 웃음이 터졌다. 귀여운 녀석.

결국 테오의 귀여움에 항복한 세준.

"알았어. 딱 10분 만이야."

"푸후훗. 알겠다냥!"

바닥에 철퍼덕 앉아 태오를 무릎에 올려놓고 본격적으로 양손으로 배와 머리를 쓰다듬었다.

'푸후훗. 박 회장이 이런 거에 약하군.'

세준의 약점을 또 하나 캐치한 테오였다.

***

낑···

침대 위에서 정신을 차린 펜릴.

낑!낑···

[카이저 독한 자식! 그 쓴 걸 먹다니···]

펜릴은 아직 검은색 로얄젤리가 카이저가 먹은 검은콩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팬릴이 지켜본 검은콩의 유지 시간은 3분 정도.

펜릴은 자신이 기절해서 그 효과가 사라졌다고 착각했다.

낑!

[다음엔 버텨주지!]

펜릴이 각오를 다지며 주변을 둘러봤다.

낑?!낑?

[어?! 다들 어디 갔지?]

펜릴은 침실에 자신밖에 없자 조금 우울해졌다. 자신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줄 세준이 없기 때문.

···?!

방금 느낀 감정에 당황한 펜릴.

퍽.퍽.

낑!낑!

[아니야! 정신 차려 펜릴! 넌 멸망의 사도야! 먹을 거 따위에 현혹되면 안 돼!]

펜릴이 스스로의 얼굴을 앙증맞은 앞발로 때리며 다그쳤다. 발에 힘이 없어 하나도 안 아팠지만.

낑!낑!

[그래! 아무도 없을 때 이곳을 조사하는 거야!]

그렇게 펜릴이 다시 각오를 다지며 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낑?

[이건 뭐지?]

오물.오물.

멀쩡한 농작물의 가지나 이파리를 뜯어 먹어도 보고

낑?

[여기서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퍽.퍽.퍽.

땅을 파서 괜히 잘 자라고 있는 농작물을 파헤쳐 밭을 망치는 펜릴.

낑.

[배고프네.]

펜릴은 배가 고파지자 고구마밭으로 가서

퍽.퍽.퍽.

땅에서 고구마를 캐내

우적.우적.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펜릴이 고구마를 먹고 있을 때

께엑?

자신들이 열심히 가꾼 세준의 밭이 망가진 걸 발견한 버섯개미들.

께엑!

께엑!

버섯개미들이 다른 곳에 있는 버섯개미들을 불러 범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버섯개미들이 범인을 찾아 돌아다니던 중

낑.낑.

버섯개미 한 마리가 자기 몸만 한 고구마와 씨름을 벌이고 있는 펜릴을 발견했다.

께엑!

버섯개미가 동료들을 불러 펜릴을 포위했다.

그러자

낑!낑!낑!

[이놈들! 가까이 오자 마! 이 몸은 멸망의 사도 펜릴 님이시다!]

뒤늦게 포위된 걸 깨닫고 열심히 짖는 펜릴.

하지만 버섯개미들에게 펜릴의 짖음은 너무 하찮아 위협이 되지 않았다.

께엑!

오히려 펜릴의 반성 없는 모습은 버섯개미들을 더 화나게 할 뿐.

퍽.퍽.

결국 화가 난 버섯개미들의 리더가 대표로 자신의 더듬이로 펜릴을 맴매했다.

낑!낑!낑?!

[때리지 마! 아프잖아! 끄흐흑. 얘는 대체 어딜 간 거야?!]

펜릴은 자신에게 먹을 걸 주고 보호해주던 세준이 너무 그리워졌다.

***

슥.슥.

세준이 테오를 쓰다듬고 있을 때

두두!

[세준 님, 안녕하세요!]

일을 하다 세준을 발견한 두더지들이 달려와 인사를 했다.

"응. 잘 있었어?"

두두!

[네! 하루 8시간씩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그래. 수고하네. 그리고 감나무 관리 잘했더라."

세준이 두더지들을 칭찬하며

"냐앙."

테오를 다시 다리에 장착하고 일어났다.

그리고

"이거 나눠 먹어."

아공간 창고로 가서 그동안 고생한 두더지들을 위해 날고구마와 감자를 100상자씩 꺼내 건넸다.

그때

움찔.

꾸엥?

꾸엥이의 귀가 반응했다. 세준의 먹으라는 말을 듣고 잠에서 깬 것.

"꾸엥이 일어났어?

꾸엥?

[꾸엥이 뭐 먹으면 된다요?]

세준의 물음에 눈을 비비며 대답하는 꾸엥이.

"음. 일단 꾸엥이가 도와주고 저 단감 같이 먹자."

꾸엥!

[좋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벌떡 일어나 감나무 밑으로 가서 염력으로 감을 따기 시작했고

"얘들아, 감 따자."

세준이 다른 동물들도 깨워 함께 감 수학을 했다.

"테 부회장, 실력을 보여줘라!"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냥! 황금박쥐, 삐욧이 받으라냥!"

슉.슉.

세준의 말에 잽싸게 감나무에 올라간 테오가 발톱으로 감의 꼭지 부분을 자르자

(네!)

삐욧!

[받았어요!]

황금박쥐와 삐욧이가 열심히 날아다니며 떨어지는 단감을 받아 두더지들에게 전달했다.

"잘하네."

덕분에 세준은 감나무에 올라갈 필요 없이 손에 닿는 거리에 있는 단감만 따면 됐다.

툭.툭.

그렇게 감을 따고 있을 때

"응?! 이건?"

세준의 눈에 끝이 뾰족하고 커다란 감이 보였다. 이거 대봉시잖아?!

"흐흐흐. 홍시 만들어야지."

세준이 홍시를 먹을 생각에 기뻐하며 대봉시를 따려 할 때

[씨앗 상점이 열립니다.]

[박세준 님의 등급은 비범입니다.]

씨앗 상점이 열렸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씨앗 상점 열리는 날이었지?"

생존 1주년 파티만 생각하느라 씨앗 상점을 완전히 까먹고 있던 세준.

"살 게 있나 볼까?"

세준이 살 씨앗이 있는지 씨앗 상점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294화. 이 무릎 한 달 동안 네꺼야.

294화. 이 무릎 한 달 동안 네꺼야.

씨앗 상점 본부.

"카오스 님! 비범 등급 회원인 박세준이 씨앗 상점에 10번째 방문했습니다."

"그래?! 그럼 빨리 축하 메시지 띄우고 비약 상점 물건들 이상 없는지 빨리 점검해!"

씨앗 상점을 관리하고 있던 부하의 보고에 카오스가 흥분했다.

비약 상점은 봉인된 신들이 자신들이 만든 비약을 팔아 탑코인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래서 신들은 비약 상점에서 자신의 물건이 팔리기만 기다리며 열심히 비약을 만들고 있었다.

탑코인이 있어야 잃어버린 신성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

그리고 일반 비약 상점과 다르게 비범 등급부터 이용할 수 있는 비범한 비약 상점은 훨씬 고가의 비약을 팔 수 있었다.

덕분에 씨앗 상점 본부에 있던 신들이 오랜만에 분주해졌다.

잠시 후

"아자!"

"아싸!"

비약 상점의 랜덤 뽑기에서 자신의 비약이 나온 3명의 신들이 환호했고

"내 것을 사거라!"

"아니! 내 것을 사!"

"어허! 내 것이 가장 좋으니라!"

신들이 자신의 비약이 팔리길 기도했다.

***

세준이 씨앗을 구경하기 위해 상점창을 살펴보자

[박세준 님의 10번째 씨앗 상점 방문을 축하합니다!^0^!]

판매 상품은 안 보이고 저런 이상한 메시지가 보였다.

"벌써 10번째였나?"

세준이 덤덤한 표정으로

꾸욱.

메시지를 누르자

[10번째 거래 고객을 위한 비약 상점이 오픈됩니다.]

[박세준 님 등급인 비범에 맞춰 비범한 비약 상점이 오픈됩니다.]

[판매할 비약 3종이 랜덤으로 보여집니다.]

[비약 상점은 구매 제한이 없습니다.]

추가 메시지가 나타났다.

"비약 상점?"

세준이 의아해할 때

[강화의 비약 3방울 - 1500억 탑코인]

[돌연변이의 비약 1방울 - 3000억 탑코인]

[수확의 비약 10방울 - 7000억 탑코인]

세준의 눈에 보이는 비약들. 가격들이 하나같이 어마어마했다.

"뭐가 이렇게 비싸? 그래도 살 돈이 있어서 다행이네."

다행히 강화의 비약과 돌연변이의 비약 중 하나를 살 돈이 있는 세준이 안도했다.

현재 세준의 전 재산은 3000억 탑코인. 용들에게 검은콩 6개를 두 번 팔아서 번 돈이었다.

세준은 원래 이 돈으로 권능을 사려고 했지만, 에일린이 만류했다.

강력한 권능인 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

지금 상태에서 새로운 권능을 부여하면 개복치인 세준에게 너무 위험했다.

"내용을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거금이 들기에 비약을 사는 게 고민되는 세준.

그때

"어?!"

누가 듣고 있는 것처럼 갑자기 비약들의 설명이 나타났다.

"다행이다."

돈을 쓰기 전 비약의 설명을 볼 수 있는 것에 안도하며 세준이 비약들을 신중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강화의 비약]

농작물 씨앗에 강화의 비약을 뿌리면 농작물의 성질 중 하나를 강화한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

2번까지 중복 사용이 가능합니다.

남은 양 : 3방울

사용 제한 : 탑농부

제작자 : 농사의 신 하메르

등급 : SS+

[돌연변이의 비약]

농작물에 돌연변이의 비약을 뿌리면 농작물에 변형이 일어나며 신품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위험할 수 있으니 안전이 보장된 곳에서 사용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남은 양 : 1방울

사용 제한 : 탑농부

제작자 : 혼돈의 신 카오스

등급 : SS+

[수확의 비약]

씨앗이나 농작물에 수확의 비약 한 방울을 뿌리면 몇 시간 안에 수확이 가능한 상태로 자라납니다.

10일 이내에 수확의 비약을 같은 농작물에 재사용하면 농작물의 생명력이 고갈돼 죽습니다.(단, 수확의 비약을 사용하고도 열매가 나지 않는 농작물에는 수확이 될 때까지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남은 양 : 10방울

사용 제한 : 탑농부

제작자 : 풍요의 신 레아

등급 : S+

"비쌀 만하네."

비약의 성능은 직접 써서 확인해봐야겠지만, 신이 만든 비약이라는 데서 세준은 비싼 가격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됐다.

그리고

[강화의 비약 3방울을 구매했습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서 총 1500억 탑코인이 빠져나갑니다.]

고민하던 세준이 강화의 비약을 샀다.

돌연변이의 비약은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이미 눈앞에 확보해둔 신품종도 하나 있었고 신품종은 언젠가 수확하다 보면 나올 거라 생각했다.

"수확의 비약이 가장 필요한데 아쉽네···"

세준이 상점창에 있는 수확의 비약을 아쉽게 바라봤다.

며칠 전에 심은 끈끈이 옥수수, 테오가 조금 전에 준 빛바라기 씨앗.

그리고 곧 수확할 대봉시 씨앗에 사용해 얻은 종자에 수확의 비약을 사용하면 많은 씨앗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거기다 우리 불꽃이도 키워주고.'

[헤헷.]

세준이 해를 보며 즐거워하는 불꽃이를 보며 아쉬워할 때

"푸후후훗. 푸후훗."

테오가 그런 세준을 보며 웃기 시작했다. 이 몸이 나설 때가 됐다냥!

"뭐야? 테 부회장 왜 웃어?"

테오의 웃음에 기분이 살짝 나빠진 세준.

그때

"푸후훗. 박 회장, 돈 필요하냥?! 나 돈 있다냥!"

우르르르.

테오가 봇짐에서 돈주머니들을 쏟아냈다.

"어?! 이게 다 얼마야? 테 부회장, 은행이라도 털었어?"

세준이 테오가 꺼낸 돈을 세어보고는 경악하며 물었다.

돈주머니 안에 든 금액은 거의 1조 탑코인. 은행이라도 털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아니다냥! 내가 벌었다냥!"

정확히는 세준의 파티 초대장을 팔아서 번 돈.

"이 돈을 테 부회장이 다 벌었다고?!"

"푸후훗. 그렇다냥! 그러니까 박 회장은 앞으로도 나만 믿어라냥!"

테오가 다시 기고만장해졌지만

"그래. 앞으로도 테 부회장만 믿을게."

이번에는 심술을 부리지 않고 고분고분한 세준.

"테 부회장, 이 무릎 한 달 동안 네꺼야."

오히려 테오에게 자신의 무릎을 내줬다.

'푸후훗. 정말이냥?!"

"응."

"박 회장, 나 감동했다냥!"

포옥.

세준의 말에 드디어 세준의 무릎을 독점할 수 있게 된 테오가 세준의 무릎을 꼭 안고 감격했다.

그리고

"흐흐흐. 구매."

[돌연변이의 비약 1방울을 구매했습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서 총 3000억 탑코인이 빠져나갑니다.]

[수확의 비약 10방울을 구매했습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서 총 7000억 탑코인이 빠져나갑니다.]

그사이 세준이 테오가 초대장을 팔아서 얻은 돈으로 돌연변이의 비약과 수확의 비약을 전부 구매했다.

***

탑 66층.

"이게 위대한 검은용의 파티에 참가할 수 있는 초대장이라고?"

"네. 그래서 동족의 모두가 참가할 수 있도록 제가 많이 만들었습니다.'

레드오크들의 지배자 '거대한 어금니'가 의 물음에 부하 '손재주 좋은'이 대답하며 자신이 만든 엄청난 양의 위조 초대장을 보여줬다.

테오의 발도장과 같이 정교하게 그려진 검은용 문신.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똑같았다.

"완벽하군."

거대한 어금니가 원본 초대장과 위조 초대장을 비교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촤하하하. 이것만 있으면 일족 모두가 위대한 검은용님의 파티에 참가할 수 있겠군."

"네. 그렇습니다. 아. 그렇지. 손재주 좋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른 거대한 어금니가 손재주 좋은 보며 말했다.

"네. 거대한 어금니 님."

"위조 초대장을 더 많이 만들어라."

'네?! 이미 레드오크들이 쓸 초대장은 다 만들었는데요?"

"안다. 우리가 쓸 게 아니다.

"그럼?"

"위대한 검은용의 파티에 참가하고 싶은 모두에게 초대장을 나눠주고 우리 레드오크의 관대함을 검은탑에 알리는 거다. 촤하하하."

"오! 좋은 생각이십니다!"

자신들의 하는 게 범죄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레드오크들.

그렇게 테오의 발도장이 찍힌 위조 초대장이 검은 탑에 퍼졌고.

덕분에 탑 99층으로 테오의 발도장이 찍힌 초대장을 들고 오는 참가자 수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음머?

[테 부회장이 파티에 이렇게 많이 초대했나?]

음머.음머.

[그러게, 이건 좀 이상한데. 우마왕님한테 보고하자.]

우칠백과 우팔백이 뭔가 이상함을 느꼈을 때는 너무 늦었다.

쿵!쿵!

음머!음머!

[이놈들! 입구를 지키랬더니 이게 무슨 일이냐?!]

북적북적해진 탑 99층을 보며 우마왕이 서둘러 달려왔다.

***

톡.

씨앗 상점 거래를 끝낸 세준이 대봉시를 수확하자

[명중의 대봉시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메시지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흐흐흐. 어디 효과나 볼까?"

세준이 웃으며 명중의 대봉시를 살펴봤다.

[명중의 대봉시]

탑 안에서 자란 감으로 영양을 충분히 부드럽고 달콤합니다.

섭취 시 5분 동안 적을 공격할 때의 명중률이 크게 상승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겉이 점점 무르게 변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50일

등급 : A

"오! 명중률을 올려주는구나?"

세준은 설명을 읽고 명중의 대봉시를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나중에 농장에 돌아가서 다른 씨앗들과 함께 수확의 비약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때

꾸엥!

[아빠 감 다 땄다요!

꾸엥이가 감을 아공간 창고에 전부 넣고는 다가와 말했다.

"그래. 잘했어."

세준은 혹시나 꾸엥이가 자신의 다리에 매달리다 테오와 싸울까 봐 서둘러 품에 안았다.

그리고

"토룡아."

토룡이를 불러 동물들과 다시 웨이포인트로 돌아갔다.

다음에 갈 곳은 탑 85층 귤나무 농장.

탑 55층의 복숭아 농장과 탑 77층의 바나나 농장은 토끼들과 원숭이들이 가져올 거라 패스했다.

***

탑 4층.

달그락.달그락.

블랙 스켈레톤 하나가 쪼그리고 앉아 수줍게 자란 포도 새싹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자

우웅.

뿌드득.

녹색 빛이 나며 포도 새싹이 빠르게 자라 순식간에 포도나무가 됐다.

"역시 농사왕이야!"

그런 블랙 스켈레톤을 보면서 알바를 하고 있는 헌터들이 수군거렸다.

헌터들은 순식간에 포도 새싹을 포도나무로 키우는 블랙 스켈레톤을 농사왕이라고 불렀다.

털썩.

능력을 사용한 농사왕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 상태로 며칠 동안 기도를 하면 다시 포도 새싹 하나를 포도나무로 키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농사왕은 자신의 이름이 뭔지, 어떻게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지, 왜 기도를 해야 힘이 회복되는지 몰랐다.

단지 영혼에 각인된 기억에 따라 행동하는 것뿐.

-신이시여···

그렇게 오늘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신을 부르며 열심히 기도하며 힘을 채우고 있을 때

-나의 아이야. 너는 내 목소리가 들리느냐?

농사왕의 영혼에 말을 건네는 목소리.

'네. 들립니다. 근데 저에게 말을 거시는 분은 누구십니까?'

-나는 풍요를 관장하는 자. 풍요의 신 레아다.

'아···레아 님···'

농사왕은 자신이 기도를 올린 신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너는 박세준이라는 자가 많은 탑코인을 벌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네!'

풍요의 신 레아의 신탁을 받았다.

'탑코인을 많이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신탁을 받고 고민하는 농사왕.

푹.

포도 농장 입구에 푯말 하나를 세웠다.

[포도 비싸게 팝니다.]

295화. 이제 족치러 가요!

295화. 이제 족치러 가요!

[검은탑 85층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85층으로 이동했습니다.]

[14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4 상승합니다.]

"으. 힘 빠져."

탑 49층에서 탑 85층으로 이동하며 힘이 빠진 세준.

세준이 약간의 무력감을 느끼며 농장 한가운데 서 있는 귤나무로 다가갔다.

"귤은 아직이네."

세준이 녹색 이파리만 무성한 귤나무를 보며 말했다.

원래라면 그냥 발길을 돌려 탑 99층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흐흐흐. 이제 나에겐 이게 있지."

뽕.

세준이 은은한 녹색빛을 내는 용액이 든 유리병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이거 한 방울에 700억 탑코인이야.'

극도로 집중해서 유리병을 기울였다.

돈도 돈이지만, 잘못해서 두 방울 떨어트리면 생명력 고갈로 죽을 수 있다.

참고로 이 귤나무는 검은탑의 마지막 귤나무.

즉, 눈앞의 귤나무가 죽으면 이제 검은탑에서 귤은 멸종. 다신 못 먹는 거다.

'그럴 수는 없지! 꼭 먹을 거다!'

이미 아이스큐브를 이용해 이글루를 만들어 겨울 느낌을 내고.

안에서 따뜻한 담요를 덮고 동물들과 데굴거리며 귤 까먹을 계획을 세워둔 세준.

똑.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수확의 비약을 딱 한 방울만 귤나무에 떨어트렸다.

그러자

뿅.뿅.뿅.

귤나무의 가지에 꽃봉오리가 만들어지며 빠르게 꽃이 피고 열매가 자라기 시작했다.

"좋아."

귤이 자라기 시작하는 걸 확인한 세준.

귤이 수확할 수 있게 자라기까지는 몇 시간 정도 걸리기에 농장 주변을 둘러봤다.

"와. 완전 깨끗해졌네."

끝없이 펼쳐진 비옥한 땅.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칡의 뿌리를 찾는다고 땅을 수십 m씩 뒤집어준 덕분에 토질이 아주 비옥해졌다.

물론 칡은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에 의해 탑 85층에서 완전히 멸종했다.

"황금박쥐, 삐욧아 나 좀 도와줘."

(네!)

삐욧!

[네!]

이 좋은 땅을 놀릴 수 없지. 농부의 본능이 발동한 세준이 황금박쥐와 삐욧이에게 옥수수 씨앗을 뿌리게 했다.

파닥.파닥.

빠닥.빠닥.

황금박쥐와 삐욧이가 날아다니며 옥수수 씨앗을 뿌리는 동안

톡.톡.

[옥수수 씨앗을 얻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채종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채종하기 스킬을 87만 1821번 더 사용하셔야 합니다.]

···

..

.

세준은 아공간 창고에서 옥수수를 꺼내 황금박쥐와 삐욧이가 뿌릴 옥수수 씨앗을 채종했다.

그렇게 셋이 일하는 동안

"냥냥냥."

테오는 세준의 무릎에 누워 맘껏 늘어져 게으름을 피웠고

뀨로롱.

이오나는 테오의 꼬리에서 계속 잤다. 참고로 이오나는 탑 75층에서부터 함께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꾸엥이는

빠안.

옆에서 세준의 손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세준이 옥수수 알갱이를 떼어내고 있는 옥수숫대였다.

씹을수록 달아지는 옥수숫대의 매력에 흠뻑 빠진 꾸엥이.

툭.

세준이 옥수수에서 옥수수 알갱이를 다 떼어내자

꾸엥!

[아빠 꾸엥이가 먹고 싶다요!]

자신의 앞발을 올리는 꾸엥이.

'꾸엥아, 어차피 여기서 이거 너밖에 안 먹어.'

손 드는 건 또 어디서 배운 거지?

"자."

세준이 궁금해하며 꾸엥이의 입에 옥수숫대를 넣어줬다.

우적.우적.

꾸헤헤헤.

옥수숫대를 씹으며 웃는 꾸엥이. 덕분에 음식 쓰레기는 1g도 나오지 않았다.

***

"모두 수고했다. 품삯을 나눠줘라."

달그락.

블랙 스켈레톤들이 일을 마친 노동자들에게 품삯으로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10송이씩 건넸다.

그리고

"잭슨 대령님, 해냈습니다!"

"그래. 너희들도 수고했다."

노동자들 사이에 있던 잭슨과 해군 소속 헌터들 10명이 품삯을 받은 포도를 보며 기뻐했다.

앞 순번 번호표를 가진 헌터를 찾아 번호표를 사고, 10시간을 일하고 나서야 받은 값진 포도였다.

그렇게 그들이 뿌듯한 표정으로 포도 농장을 나올 때

[포도 비싸게 팝니다.]

"어?!"

농사왕이 세운 푯말을 발견했다

"하아. 진작 팔지."

잭슨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포도 농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사고 싶습니다."

농사왕을 찾아가 포도 구매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달그락.달그락.

"몇 송이나 살 거요?"

농사왕은 아직 말을 못 했기에 세준의 첫 번째 괭이 필립이 농사왕의 말을 잭슨에게 대신 전달했다.

"1000kg을 사겠습니다."

"가격은?"

"가격은···."

잭슨이 살짝 말을 끌며 평소 훈련받은 대로 농사왕과 필립의 얼굴을 살폈다.

상대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

'전혀 모르겠어.'

잭슨은 둘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당연했다. 둘은 블랙 스켈레톤. 뼈밖에 없어 완벽한 포커페이스가 가능했다.

"포도 1송이당 20탑코인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일단 시세의 절반을 불렀다.

현재 지구에서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는 처음보다 가격이 많이 하락해 4만 달러 정도에 팔리고 있다.

그러자

도리도리.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단칼에 거절하는 농사왕. 푯말에 괜히 '비싸게'라고 쓴 게 아니었다.

"그럼 포도 1송이에 30탑코인 드리겠습니다."

잭슨이 가격을 50% 올려 다시 제안했다.

하지만

도리도리.

이번에도 거절하는 농사왕.

테오에게 세준이 전수한 3번 깎기가 있다면 농사왕에게는 3도리 1끄덕이 있었다.

농사왕의 영혼에 강제로 각인된 3도리 1끄덕. 아마 누군가는 농사왕 때문에 속이 많이 탔던 것 같았다.

"그럼 33탑코인."

도리.도리.

"35탑코인."

끄덕.끄덕.

그렇게 3도리를 한 농사왕이 마지막 콤보인 1끄덕을 했고

"휴우. 여기 3만 5000탑코인입니다."

결국 잭슨은 시세보다 싼 가격에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1000송이를 구매했다.

하지만 시세는 지구에서 팔리는 가격. 운송 비용을 생각하면 시세보다 아주 조금 싸게 샀다.

잭슨이 떠난 후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사러 왔는데요."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가격은 송이당 37탑코인이다."

"네?!"

거래를 하러 온 헌터들은 영문도 모르고 정해진 가격에 포도를 사야 했다.

***

뚝.

[잘 익은 귤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8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70을 획득했습니다.]

"이제 수확해도 되겠는데?"

메시지로 귤의 상태를 확인한 세준.

"꾸엥아, 귤 따자."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알겠다요!]

자신의 배를 두드리며 흡족해하던 꾸엥이가 세준의 부름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후

"다했다."

귤나무가 한 개뿐이었기에 수확은 금방 끝났다.

그리고

"아이스큐브."

쿵.쿵.쿵.

세준이 얼음을 쌓고

촤악.

물을 부어 얼음 사이를 물로 얼려 이글루를 완성했다.

둥근 모양이 아닌 사각형의 이글루지만, 상관은 없었다. 느낌이 중요하니까.

그렇게 이글루 안으로 들어온 세준.

'흐흐흐. 춥다."

얼음에서 나오는 냉기에 만족하며 바닥에 매트릭스를 깔고

"얘들아, 들어와."

동물들과 함께 이불을 뒤집어썼다.

"좋아. 이거지."

세준이 밖은 춥지만 안은 따뜻한 느낌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귤 하나를 꺼내

삭.삭.

껍질을 갔다. 귤 하나 제대로 먹겠다고 이 짓을 한 세준이었다.

"자."

꾸엥!

(뱃뱃!)

꾸엥이, 황금박쥐에게 껍질을 깐 귤을 하나씩 나눠 주고

뇸.뇸.

세준도 귤을 입에 넣고 씹었다.

투두둑.투두둑.

귤의 알맹이들이 이에 짓이겨지며 약간의 새콤함과 많은 달콤함을 담은 즙이 흥건히 배어 나왔다.

"맛있다."

세준이 귤의 맛을 즐기고 있을 때

딱.

"응?"

이에 딱딱한 뭔가가 씹혔다.

"퉷."

세준이 급히 이에 씹힌 것을 뱉어내자 새끼손톱만 한 씨앗이 나왔다. 귤의 씨앗이었다.

"퉷. 퉷."

그것도 3개나.

"씨가 왜?"

지금까지 귤을 먹으면서 한 번도 씨 있는 귤을 본 적 없던 세준.

"아!"

생각해 보니 이건 다행이었다. 씨앗이 없으면 귤나무를 늘릴 수 없으니까.

퉷.퉷.

세준을 따라 꾸엥이도 씨앗을 뱉었다.

"흐흐흐. 우리 귤 심고 가게 몇 개만 더 먹을까?"

꾸엥!

[좋다요!]

절대 귤을 더 먹고 싶어서가 아니다. 귤을 심기 위해서 씨가 필요한 거다. 귤은 거들 뿐.

싹.싹.

그렇게 귤을 하나둘 까먹다 보니

"어?! 다 먹었네?"

꾸엥?!

[벌써 없다요?!]

어느새 수확한 귤을 다 먹은 세준과 꾸엥이. 덕분에 번거롭게 만든 이글루를 조금 더 오래 사용했다.

그리고

쭙.쭙.

그때까지 황금박쥐는 아직도 세준이 처음에 준 귤 한쪽을 열심히 빨고 있었다.

잠시 후

[귤밭 1만 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3만을 획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해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귤껍질을 까느라 노래진 손으로 세준이 귤 씨앗 3100개를 심고

"이제 집에 가자."

탑 99층으로 돌아갔다.

***

[탑 99층에 도착했습니다.]

"토룡아. 집에 가자."

-네. 주인님.

탑 99층에 도착한 세준이 토룡이를 타고 농장으로 향했다.

"가서 좀 쉬어야지."

이제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 점심쯤에 파티를 할 생각인 세준.

하지만

"응?! 저게 다 뭐야?"

세준의 눈에 바글바글한 인파가 보였다.

그때

쿵.쿵.

음머!

[세준 님!]

세준을 발견한 우마왕이 서둘러 다가왔다.

그리고

"그러니까 테 부회장이 파티 초대장을 팔아서 이런 거라고?"

세준은 탑 99층이 이렇게 된 게 테오의 초대장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테오가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하지만

"냥?! 나는 초대장을 이렇게 많이 팔지 않았다냥! 딱 1000장만 팔았다냥!'

테오가 판 초대장에 비해 너무 많은 참가자. 누군가 초대장을 위조한 게 분명했다.

감히 나의 파티를 방해하다니!

"테옷슨, 이건 위조 사건이다! 범인을 찾자!"

"푸후훗. 셜록 세준, 걱정 말라냥! 나는 원본 초대장을 알아볼 수 있다냥!"

세준의 말에 이제 이런 상황극에 익숙한 테오가 금세 적응하며 대답했다.

"근데 원본을 어떻게 알아보는 거야?"

"그건···."

발도장에 검은용 문신을 함께 새기기 위해서는 마력을 주입해야 하기 때문.

즉, 테오가 만든 초대장에는 테오의 특유의 마력이 담겨 있었다.

"그래? 그럼 초대장을 보면 원본인지 알 수 있는 거네."

"푸후훗. 그렇다냥!"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다 찾아?"

지금 탑에 있는 참가자의 수는 거의 100만 명 정도.

여기서 0.1%만 원본을 가지고 있단 소리였다. 범인 찾다가 하루가 다 갈 판.

그때

"뀨-뀨-뀨-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자고 있던 이오나가 테오의 초대장이 위조됐다는 소리에 분노하며 잠에서 깼다.

"뀨-뀨-뀨-마력의 힘이여. 내가 원하는 기운을 찾아라. 마나 스캔!"

이오나가 마법을 사용하자 이오나를 중심으로 푸른 물결이 퍼지며 테오의 기운을 탐색했다.

그리고

"마킹."

이오나가 한 가지 마법을 더 사용해 테오의 원본 초대장을 가진 인원은 푸른색, 그 외는 전부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뀨-뀨-뀨-됐어요! 우리 이제 족치러 가요!"

이오나가 살벌한 기운을 풍기며 위조 초대장을 가진 참가자들을 혼내주려 했다.

테오의 일에는 더욱 과격해지는 이오나.

하지만

"푸후훗. 잠깐 기다려라. 이오나."

테오가 그런 이오나를 말리며

쓱.

봇짐에서 계약서 뭉치를 꺼냈다.

그리고

"머리에 빨간 표시가 있는 애들은 잘못했으니까 이쪽으로 오라냥!"

위조 초대장을 가진 이들의 도장을 받기 시작했다. 푸후훗. 훌륭한 노예들이 많이 생겼다냥!

"너무 많으니 도와 달라냥!"

인원이 너무 많았기에 세준과 동물들, 블랙 미노타우루스들도 함께했다.

그렇게 1년짜리 노예가 된 위조 초대장 소지자들.

"싫어! 내가 왜?!"

반항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꾸엥!

"뀨-뀨-뀨-"

음머!

꾸엥이, 이오나, 우마왕, 파괴 3인방이 살기를 흘리자 금세 얌전해졌다.

"뀨-뀨-뀨-좋은 말로 할 때 자수해요! 나중에 제가 찾으면 재미없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오나의 살벌한 협박에 이 일을 주도한 주범 레드오크 거대한 어금님과 손재주 좋은도 금세 잡혔다.

그렇게 순조롭게 위조 초대장을 만든 주범을 잡고 노예 계약을 진행하고 있을 때

[주인님, 까망이가 맞고 있어요!]

불꽃이가 세준에게 펜릴의 이상을 보고했다.

296화. 바보야! 이쪽이야!

296화. 바보야! 이쪽이야!

저벅.저벅.

[불꽃이 님, 세준 님 집으로 누가 가고 있어요! 도둑입니다!]

포도리가 세준의 농장에 침입한 도둑을 발견해 보고하자

[감히 주인님의 농장에?!]

분노하는 불꽃이.

하지만

[어?! 도둑 안 잡으세요?]

[일단 지켜보자.]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이 기회에 까망이가 믿을 만한 녀석인지 봐야겠어.'

테오가 데려왔을 때부터 기분 나쁜 기운을 뿜어내는 펜릴. 불꽃이는 펜릴을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펜릴을 계속 세준의 곁에 둬도 되는 존재인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까망이, 넌 어떻게 할 거지?]

불꽃이가 펜릴을 지켜봤다.

***

낑··· 낑···?!

[나쁜 놈들···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버섯개미의 더듬이로 엉덩이 회초리를 맞은 펜릴.

치욕스러움에 이를 갈며 세준의 집 앞에 앉아 있었다. 아주 얌전히.

괜히 돌아다니다가 버섯개미들에게 걸리면 또 맴매를 당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낑!낑!

[이 몸은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님이시다! 다 덤벼라!]

펜릴은 금세 자신감을 회복했고

뚱땅!뚱땅!

힘찬 발걸음으로 다시 농장 탐험을 시작했다.

그렇게 펜릴이 농장 마당을 열심히 이동하고 있을 때

저벅.저벅.

뭔가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가까이 있다는 건 느껴졌다.

낑?!낑!

[감히 겁도 없이 내 영역에 들어오다니?! 물러나라!]

침입자가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크게 짖는 펜릴.

그러자 갑자기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도둑.

"뭐야?! 이 개는?! 저기엔 뭔가 있겠지?"

퍽!

끼깅!

도둑은 펜릴을 발로 차서 쫓아내고 세준의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낑!낑!

[거긴 나에게 맛있는 걸 주는 놈의 집이다! 그리고 이 몸은···멸망의 사도 펜릴 님이시다!]

앙.

얻어먹은 값은 하고 싶었던 펜릴이 세준의 집에 들어가려는 도둑의 발을 온 힘을 다해 꽉! 물었다. 절대 못 보내!

"윽! 이놈의 개새끼가! 가뜩이나 짜증 나 죽겠는데!"

펜릴의 전력을 다한 물기에 약간의 통증을 느낀 도적이 인상을 쓰며 짜증을 냈다.

파티 초대장을 훔쳐 탑 99층에 들어온 도적 카멜.

일확천금을 노리고 탑 99층에 왔지만, 이곳에는 농작물 말고는 훔칠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은데···

개까지 자신의 성질을 건드리니 카멜은 인내심의 한계가 왔다.

"죽어!"

슥.

카멜이 검을 꺼내 망설임 없이 펜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낑!

[그깟 공격 피해주지!]

펜릴은 가볍게 검을 피하려 했다.

검의 궤적이 너무 선명하게 보여 맞고 싶어도 맞아 줄 수가···

낑?낑···

[있겠는데? 피할 수가 없어···]

검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몸은 아직도 제자리.

낑···

[아···나 약해졌지···]

몸의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 눈에 보일 정도로 허접한 공격인데도 피할 수 없었다.

끼잉···끼잉···

[내가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아쉽군. 그 노랗고 쫀득한 걸 한 번 더 먹어보고 싶었는데···]

펜릴이 바로 앞까지 다가온 검을 보며 군고구마 말랭이를 더 먹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그때

꾸엥!

[까망이 건드리면 안 된다요!]

쾅!

염력을 사용해 꾸엥이가 몸통박치기로 도둑을 날려버렸다.

압도적인 물리량에 압사돼 흔적도 남기지 못한 카멜.

"까망이, 괜찮아?"

뒤늦게 달려온 세준이 달려와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펜릴의 몸을 살펴봤다.

낑?낑!낑

[어디 갔다 왔어? 나 죽을 뻔했어! 네가 없으니까 애들이 나 때리잖아!]

세준을 보자 왈칵 서러움이 폭발한 펜릴이 세준에게 징징거렸다.

그리고

'능력은 없지만, 충성심(?)은 있군요. 까망이, 합격이에요. 앞으로 함께 해봐요.'

세준의 어깨에서 불꽃이가 흐뭇해하며 그런 펜릴을 바라봤다.

그렇게 세준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처리하고 펜릴을 구하는 동안

"냥? 유렌이 왜 여기 있냥?"

남아서 노예 계약을 받고 있던 테오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유렌을 보며 물었다.

유렌이 자신에게 초대장을 산 걸 기억하기 때문.

"하하하. 그게···누가 훔쳐 갔어요."

카멜이 훔친 초대장의 주인이 유렌이었다. 역시 성실하게 불행한 유렌.

"그걸 잃어버리다니 바보다냥!"

"하하하. 그러게요."

"좋다냥! 유렌은 특별히 봐주겠다냥!"

불행한 유렌을 보고 테오가 특별히 냥심을 썼다.

"아. 감사합니다!"

테오의 말에 유렌이 가려 하자

"유렌, 어디 가냥?!"

유렌을 붙잡는 테오.

"네?! 방금 봐주신다고?"

"푸후훗. 유렌은 특별히 봐줘서 노예 반년이다냥! 발도장 찍어라냥!"

"아···감사합니다."

꾸욱.

유렌이 테오가 내미는 계약서에 발도장을 찍었다.

***

"어쩌지?"

세준은 탑에 바글거리는 인파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자신의 파티에 온 손님.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그럼 메뉴는 뭐로 하지?"

세준이 메뉴 선정에 고심하는 동안

꾸엥!꾸엥!

[가만히 있어! 까망이, 앉아!]

꾸엥이는 군고구마 말랭이를 들고 펜릴을 훈련시켰다.

낑!낑!

'곰탱아, 내 먹을 거 내놔라! 그거 내 거야!'

물론 고고한 늑대 펜릴은 꾸엥이의 말을 듣지 않았다.

꾸엥이가 펜릴의 말을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었다.

그때

"꾸엥아, 그렇게 하면 안 돼."

메뉴를 생각 중이던 세준이 꾸엥이가 하는 걸 보고는 말했다. 후훗. 내가 너튜브에서 봐서 좀 알지.

"까망이."

세준이 펜릴을 부르자

낑?낑!

'아. 왜 불러? 빨리 먹을 거나 줘!'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자기 이름을 인식한 펜릴이 세준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며 짜증을 냈다.

"까망이, 앉.아."

그런 펜릴에게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를 든 손을 펜릴의 머리 위로 가져가자

낑!낑!

'배고파! 빨리 줘!'

펜릴은 군고구마 말랭이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고

척.

고개가 올라가니 엉덩이는 자연스럽게 바닥에 닿았다.

붕붕.붕붕.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바닥을 쓰는 건 덤이었다.

"까망이, 잘했어. 자."

바닥에 앉은 펜릴에게 세준이 칭찬과 함께 군고구마 말랭이를 주자

낑!

'먹을 거다!'

짭.짭.짭.

펜릴이 세준의 손에서 군고구마 말랭이를 받아 허겁지겁 먹었다.

그리고

툭.툭.

낑!낑?!낑!

'나 다 먹었어! 내가 이거로 배가 찰 거 같아?! 하나 더 줘!'

순식간에 군고구마 말랭이 한 조각을 다 먹은 펜릴이 앞발로 세준의 발을 치며 세준을 불렀다.

"까망이, 앉아."

다시 앉아 교육을 시키는 세준.

낑!낑!

'에잇! 귀찮게!

척.

세준의 말에 펜릴이 다시 궁둥이를 붙이고 앉았다.

"오! 나 천잰가 봐! 두 번 만에 앉아를 마스터시켰어!"

앉아 훈련을 너튜브에서 몇 번 본 게 다인 세준.

자신의 훈련으로 펜릴이 앉아에 성공하자 '내 적성이 이거였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 동물들도 많잖아.'

어느 정도는 맞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그냥 펜릴의 머리가 좋은 것.

"까망이, 앉아."

낑.낑.

'그냥 주지. 내가 너니까 해준다.'

척.

그렇게 '앉아'를 완벽히 마스터한 펜릴.

꾸엥!

[까망이, 앉아!]

낑!

'웃기지 마!'

꾸엥이의 말은 들은 척도 안 했다.

꾸엥!

[까망이, 형아 말 안 들으면 혼난다요!]

꾸엥이가 나름 엄한 얼굴을 하고 펜릴을 혼내려 하자

뚱땅.뚱땅.

펜릴이 서둘러 메뉴를 고민하는 세준의 왼발등으로 올라가

낑.낑.

'야. 쟤가 나 괴롭혀. 혼내줘.'

세준의 다리를 긁으며 자신을 보호하라고 칭얼거렸다.

세준을 자신의 보호자로 인식한 펜릴이었다.

***

자색탑 53층.

비틀비틀.

자색용의 수장 티어 페텐의 호출로 탑 99층에 갔다 온 베로니카가 위태로운 걸음걸이로 농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쿨럭.쿨럭."

베로니카가 기침을 하며 엄청난 양의 보라색 피를 토해냈다.

땅을 적신 보라색 피.

치이익.

이미 상당한 독기가 담긴 땅조차 베로니카의 피에 담긴 극독을 당해내지 못하고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스윽.

"휴우. 며칠은 요양해야겠네."

피를 토하며 속이 조금 편해진 베로니카가 다시 위태로운 걸음으로 농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몇 시간 전.

"불꽃이 님, 티어 님이 부르셔서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요.]

티어 페텐에게 불려 간 베로니카.

티어가 베로티카를 부른 이유는 용에게 효과가 있는 농작물을 찾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베로니카는 불꽃이의 도움으로 몇 가지 농작물을 찾았고

"여기 있습니다."

자신 있게 티어에게 농작물을 보여줬다.

하지만

-네가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이냐?! 이따위 맛없는 쓰레기 말고 용에게 효과가 있는 농작물을 가져오라고!

농작물을 먹어본 티어는 베로니카에게 분노했다.

베로니카가 가져온 농작물은 용에게 효과도 없었고 거기다 맛까지 없었다.

고오오오.

분노한 티어의 기운이 크게 요동쳤고 기운에 담긴 독기가 주변에 퍼지며 베로니카를 중독시켰다.

그렇게 중독된 상태로 탑 53층의 농장에 도착한 베로니카.

"불꽃이 님, 저 왔어요···저 좀 쉴게요···"

털석.

베로니카는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불꽃이의 뿌리에 기대 정신을 잃었다.

[베로니카, 괜찮아요?]

불꽃이가 베로니카를 불렀지만

"······."

베로니카는 이미 기절한 상태.

[어?! 베로니카, 중독됐네요? 걱정 말아요. 내가 해독해줄게요! 이얍!]

베로니카의 몸을 살펴본 불꽃이가 정화의 불꽃으로 베로니카의 몸에 쌓인 독기를 해독했다.

하지만

[어?! 피부색이 왜 변하지?]

정화의 힘이 너무 과해 베로니카의 검은 피부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베로니카가 독 내성을 키우기 위해 이독제독의 원리로 힘들게 균형을 맞춰 쌓아 올린 독들이 깔끔하게 해독됐기 때문.

잠시 후

"윽! 어?! 왜 이래?!"

정신을 차린 베로니카가 숨 쉬듯 편안해야 할 독기가 불편하자 당황했다.

그리고

"꺄악! 다크엘프의 비전이 사라졌어요!"

독 내성이 사라진 걸 깨달은 베로니카가 비명을 질렀다.

"불꽃이 님, 제 몸이 왜 이래요?!"

[···글쎄요. 나는 모르는데요.]

시치미를 뚝 떼는 불꽃이.

"불꽃이 님, 저 어떡하죠?"

자색탑에서 살 수 없게 된 베로니카가 불꽃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력으로 독기를 버티고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걱정 말아요. 저한테 좋은 방법이 있어요.]

"뭔데요?"

[검은탑으로 가세요.]

"검은탑이요? 제가 가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세준 님이 베로니카를 도와줄 거예요. 가는 김에 이것도 가져가요.]

불꽃이가 가지고 있던 자색탑 땅문서를 베로니카에게 건넸다.

일이 좀 꼬였지만, 덕분에 세준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게 된 불꽃이.

[절대 저에 대해서는 말하면 안 돼요.]

자신에 대한 비밀도 발설하지 않게 입단속을 시켰다.

"네! 그럼 바로 갈게요!"

촤르륵.

베로니카가 서둘러 가지고 있던 검은탑 99층 농장 땅문서를 펼쳤다.

***

"땅 일으키기."

세준이 마일러의 괭이로 땅을 찍자

쿠구궁.

집앞 마당에 거대한 화로가 만들어졌다.

파티 참가자가 무려 100만 명. 취사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기에 거대한 화로가 필요했다.

"꾸엥아."

꾸엥!

[알았다요!]

쿵.쿵.

세준의 지시에 거대화한 꾸엥이가 화로 위에 초대형 냄비를 올렸다. 바로 게딱지 냄비였다.

"카이저 님, 물 좀 부탁드려요."

-알겠다.

세준의 부탁에 카이저가 날아와 물을 채워줬고

따악.

세준이 손가락을 튕겨 만든 불로 화로에 불을 붙였다.

화르르륵.

그렇게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검은탑 99층 농장 땅문서를 가진 정당한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열실히 일군 농장을 뺏기기 싫으면 상대를 제압하세요.]

나타나는 메시지.

"뭐?! 정당한 주인?! 당연히 제압한다!"

세준이 제압할 대상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릴 때

"어?!"

키 3m에 새하얀 피부,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을 가진 존재가 보였다. 베로니카였다.

고오오오.

베로니카에게서 느껴지는 엄청난 위압감.

'쎈데?'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를 부르려 할 때

척.

"검은탑의 탑농부 세준 님을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저는 자색탑의 탑농부 베로니카라고 합니다!"

베로니카가 거대화한 꾸엥이를 향해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며 외쳤다.

꾸엥?

'바보야! 이쪽이야!'

팔락.팔락.

불꽃이가 서둘러 세준의 어깨에서 자신의 이파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시무룩.

이미 마음이 상한 세준이었다.

297화. 여기 뭔가 잘못됐어.

297화. 여기 뭔가 잘못됐어.

"여기가 검은탑? 대단하네."

검은탑 99층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여러 종류의 농작물과 광활한 농장을 보며 베로니카가 감탄했다.

그때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농장을 불법 점유한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과 무리들을 처치하거나 합의를 하고 땅의 권리를 되찾아라.]

보상 : 검은탑 99층 농장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

베로니카 앞에 퀘스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박세준과···무리들?"

무슨 소리야?! 메시지를 읽던 베로니카가 당황하며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다.

혹시라도 자신을 농장을 뺏으러 온 적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 빨리 세준을 찾아 오해를 풀 생각이었다.

'누가 세준 님이지?'

마음이 급해진 베로니카.

'저분이 세준 님일 거야!'

베로니카는 누가 봐도 탑농부다운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를 향해 냅다 인사했다.

하지만

척.

꾸엥!꾸엥!

[아빠는 저쪽이다요! 꾸엥이 아빠 이름이 세준이다요!]

자신이 인사한 존재는 세준이 아닌 세준의 아들.

"네?!"

망했다! 오해를 피하려다가 상대에게 모욕을 주는 행동을 해버린 베로니카.

서둘러 꾸엥이의 앞발이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팔락.팔락.

'베로니카, 이쪽이라고요!'

그제야 세준과 세준의 어깨에서 열심히 이파리를 흔드는 불꽃이가 보였다.

"세준 님,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베로니카가 서둘러 세준에게 사과했다.

'탑농부가 왜 이렇게 약하지?'

약한 탑농부가 신기한 베로니카. 근데 하나도 안 닮았는데?

베로니카가 꾸엥이와 세준의 다른 모습에 의아해할 때

"괜찮아요···그럴 수도 있죠···근데 자색탑의 탑농부가 여긴 무슨 일이죠?"

세준이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베로니카에게 말했다. 꾸엥이 쪽으로 슬금슬금 걸어가면서.

여차하면 꾸엥이 뒤에 숨을 생각이었다.

생각해 보니 자색탑에서 자객을 침투시켜 여러 명을 죽이고 땅문서를 훔친 적이 있었다.

거기다 상대는 자색탑의 탑농부.

이렇게 방심시키고 갑자기 공격할지도 몰랐다.

"아. 저···."

자색탑에서 머물 수 없기 때문에 온 베로니카.

베로니카가 뭐라고 말할지 고민할 때

펄럭.펄럭.

-세준아, 괜찮냐?!

-세준이에게서 떨어지거라!

-세준아 다친 데는 없어?!

공간이동의 마력 파동을 느낀 용들이 서둘러 날아왔다.

그리고

-다크엘프잖아?

-다크엘프면 자색탑 애들인데?

-그럼 죽이자.

고오오오.

베로니카를 발견한 용들이 기운을 끌어 올렸다.

세준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건 주변에 두지 않겠다는 게 용들의 의지였다.

'여기에 왜 용이 셋이나? 그것도 위대한 하얀용과 위대한 붉은용이 함께 있다니?'

베로니카는 왜 다른 탑의 용들이 같이 있는지 의문이 생겼지만, 지금 급한 건 그게 아니었다.

"위대한 용들이시여! 저는 자색탑의 탑농부 베로니카라고 합니다! ···망명하고 싶습니다!"

용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죽이려 들자 베로니카가 서둘러 외쳤다.

-망명?!

베로니카의 말에 카이저가 놀랐다.

자색탑의 탑농부가 망명하면 자신이야 땡큐였다.

티어 페텐이 뭐라고 항의야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크흐흐흐. 탑농부 관리를 못 한 자기 잘못이지.

-티어 녀석 얼굴 볼만하겠는데···.

-프흐흐흐. 기대된다.

용들이 분노하는 티어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

"망명?"

옆에서 듣고 있던 세준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뚱땅.뚱땅.

열심히 이동해 세준의 앞에 앉은 펜릴.

낑!낑!

'나 앉았어! 빨리 노랗고 쫀득한 거 줘!'

'앉아'를 한 펜릴이 당당히 군고구마 말랭이를 요구했다.

"까망이, 간식 받으려고 알아서 앉은 거야? 우리 까망이, 착하네. 자."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를 꺼내서 주자

짭.짭.짭.

펜릴이 군고구마 말랭이를 받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나도 먹고 싶어지네."

펜릴의 맛있게 먹는 모습에 입맛이 돈 세준.

냠.

자신의 입에 군고구마 말랭이 한 조각을 넣었다.

꾸엥!

[아빠 꾸엥이도 먹고 싶다요!]

"그래. 자."

쏙.

꾸엥이의 입에도 군고구마 말랭이를 한 움큼 넣어줬다.

꾸헤헤헤.

그렇게 세준, 꾸엥이, 펜릴이 군고구마 말랭이를 사이좋게 나눠 먹는 사이

-너 정말 망명할 거냐?

카이저가 진실의 눈을 사용해 베로니카에게 다시 물었다.

진실의 눈은 거짓말을 판별하는 고위 마법. 베로니카가 거짓말을 하면 알 수 있다.

"네. 망명할게요!"

카이저의 물음에 베로니카가 이번에는 좀 더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엉겁결에 망명한다고 말한 베로니카.

하지만 생각해 보니 자색용의 수장 티어 페텐에게 시달리는 것도 힘들고.

자색탑에 돌아가서 독 내성을 다시 쌓는 것도 싫었다.

독을 쌓는 과정이 굉장히 고통스럽기 때문.

물론 한 번 가본 길이기에 수월하겠지만,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다.

이 기회에 그냥 검은탑에서 살기로 했다.

-좋다. 대신 우리 세준이를 해칠 수 없도록 종속 계약을 걸겠다. 동의하느냐?

"네···."

카이저의 물음에 바로 승낙하는 베로니카.

물어는 봤지만, 어차피 거절하면 죽음. 승낙 말고는 다른 답이 없는 일지선다 문제였다.

-그럼 종속의 계약을 시작하지.

지잉.

카이저가 마법을 사용하자 허공에 검은 구슬이 만들어졌다.

-세준아, 여기다 마력을 넣어라.

"네."

카이저의 지시에 세준이 주먹 크기의 구슬에 마력을 불어넣자

갑 : 박세준

검은색 구슬 표면에 황금빛 글씨로 세준의 이름이 새겨졌다.

-너도 마력을 불어넣어라.

"네."

을 : 베로니카

베로니카도 마력을 넣어 이름을 새겼다. 세준과는 다르게 하얀색 글씨였다.

-계약이 완성됐다. 이 계약은 위대한 검은용 카이저 프리타니의 이름으로 공증한다.

공증인 : 카이저 프리타니

카이저의 말과 함께 새겨지는 카이저의 이름.

그렇게 계약이 끝나갈 때

-위대한 하얀용 켈리온 마므브의 이름으로 공증한다.

-위대한 붉은용 램터 자히르의 이름으로 공증한다.

두 용이 구슬에 마력을 넣으며 자신의 이름을 같이 새겼다.

이런 식으로 세준에게 자신들도 도와주고 있다고 생색을 내는 것.

공증 : 카이저 프리타니, 켈리온 마므브, 램터 자히르

세 용의 이름이 새겨진 계약서가 만들어지는 동안

'전부 수장들이셨어?!'

베로니카는 세 용의 이름을 듣고 크게 놀랐다.

검은탑의 관리자가 에일린이라는 것은 다른 탑의 탑농부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났다.

그래서 다른 용 조각상들도 그 정도 수준의 용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때

"카이저 님, 이거 이렇게 들고다녀야 되는 거예요?"

척.척.

세준이 완성된 계약의 구슬을 던졌다 받았다 하며 말했다.

감히 위대한 용들 앞에서 눈치 없이 불편한 걸 말하는 세준.

그것도 위대한 용족의 수장 이름이 셋이나 쓰여진 구슬로 장난을 치면서!

'말려야 되는 거 아냐?'

베로니카가 용들의 눈치를 보며 고민할 때

-왜 불편하냐?

화내기는커녕 세준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 카이저.

"아무래도 그렇죠. 굴러다니다 잃어버릴 수도 있잖아요."

세준이 계약의 구슬을 땅에 굴리며 말할 때

낑!

'검은 열매!'

눈앞에 검은색 둥근 물체가 보이자 펜릴이 달려들었다.

삼킬 수 있냐 없냐는 펜릴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검은색 열매라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주르륵.

펜릴의 입이 아닌 턱에 구슬이 닿으면서 미끄러졌고

휙.

낑?

펜릴은 아랫배로 구슬을 타면서

휘리릭.

하늘에서 공중 1회전을 하고

철푸덕.

땅에 만세 자세로 떨어졌다.

낑.낑···

'아프다. 제길··· 용들도 보고 있는데···.'

여러모로 고고한 늑대의 자존심을 구긴 펜릴.

"까망이, 괜찮아?!"

······

세준이 서둘러 펜릴을 불렀지만

'그냥 놔둬.'

펜릴은 아픔을 참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혼자 있고 싶었다.

그러나

"카이저 님, 까망이가 기절했나 봐요! 치료해 주세요!"

-알았다. 치유돼라.

세준은 펜릴의 마음도 모르고 굳이 깨웠다.

낑···

'우울하다···.'

덕분에 기절한 척도 할 수 없는 펜릴은 세준의 발등에 고개를 파묻고 엎드렸다.

"아무튼 이렇게 밟고 미끄러질 수도 있으니까 모양 바꿔주세요."

-그럼 어떤 모양으로 해줄까?

-카이저 그럼 반지로 바꿔줘.

-굳이···그냥 종이 형태로 변형해.

"그게 좋겠네요."

그렇게 계약의 구슬은 두루마리 형태의 계약서로 변했다.

그리고

'여기 뭔가 잘못됐어.'

베로니카는 용들의 우쭈쭈를 받는 세준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부탁 몇 개 들어준 게 다지만, 베로니카가 봤을 때는 완벽한 우쭈쭈였다.

자신이 아는 탑농부는 용들의 명령을 받고, 못했다고 욕을 먹는 직업이었다.

그렇게 베로니카가 이해할 수 없는 검은탑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을 때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자색탑 탑농부 베로니카를 거느립니다.]

[탑농부 2명을 거느리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농부의 업적에 대한 보상으로 직업 특성이 1개 추가됩니다.]

[직업 특성으로 거느린 탑농부들의 스탯 0.2%를 빌려옵니다.]

세준의 앞에 업적 달성 메시지가 나타났고

[직업 특성에 따라 하얀탑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의 스탯 0.2%를 빌려옵니다.]

[힘 70, 체력 40, 민첩 38, 마력 100이 증가합니다.]

[직업 특성에 따라 자색탑 탑농부 베로니카의 스탯 0.2%를 빌려옵니다.]

[힘 5, 체력 8, 민첩 18, 마력 14가 증가합니다.]

직업 특성이 발동하며 거느린 탑농부의 스탯 0.2%를 빌려왔다.

"0.2%면···여기다 500을 곱하면 원래 스탯이겠네?"

아작스와 베로니카의 스탯이 궁금해진 세준이 둘의 스탯을 계산해 봤다.

항상 궁금했다. 얼마나 강하길래 자신이 매일 툭 하며 기절하고 죽을 위기에 처하는지.

"먼저 아작스부터 70 곱하기 500은···어?! 힘이 3만 5천?!"

이미 힘에서 자신의 총 스탯의 거의 9배였다.

[아작스]

힘 3만 5000, 체력 2만, 민첩 1만 9000, 마력 5만

[베로니카]

힘 2500, 체력 4000, 민첩 9000, 마력 7000

그렇게 알게 된 둘의 스탯.

"아."

세준은 납득이 됐다. 자신이 기절하고 죽을 뻔한 게 너무 당연한 거였다.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았는지 궁금할 지경.

'모두의 덕이지.'

세준이 자신을 지켜준 존재들을 떠올리며 감사할 때

"세준 님, 이거 받아주세요."

베로니카가 검은탑 99층 땅문서와 불꽃이가 부탁한 자색탑 땅문서 5장을 건넸다.

자색탑 11층, 23층, 53층, 72층, 89층의 땅문서였다.

"고마워요. 근데 자색탑 땅문서는 왜 줘요?"

"아. 그건···제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요."

불꽃이가 시켜서라고 말할 수 없는 베로니카가 대충 둘러댔다.

그리고

[검은탑 99층의 정당한 주인이 되셨습니다.]

검은탑 99층 땅문서를 얻은 세준이 드디어 농장의 진짜 주인이 됐다.

***

자색탑 관리자 구역.

"베카 녀석···아까 아파 보였는데 치유 마법이라도 써줄 걸 그랬나?"

티어가 아까 안색이 좋지 못했던 베로니카의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띵.

수정구에 붉은색 알람이 나타났다.

"뭐지?"

붉은색이면 아주 중요한 알람. 티어가 서둘러 알람을 확인했다.

[자색탑 탑농부 베로니카가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의 수하로 들어갔습니다.]

"뭐?! 감히 카이저 이 자식! 감히 나의 탑농부를?!"

알람을 읽고 분노한 티어가 서둘러 검은탑을 향해 날아갔다.

298화. 검은탑 최고!

298화. 검은탑 최고!

"세준 님, 이렇게 하면 되나요?"

베로니카가 고구마와 감자를 파 이파리로 감싸며 물었다.

베로니카의 등장으로 잠깐 멈췄던 요리.

세준이 요리를 하자 베로니카가 옆에서 돕겠다고 했고

"그럼 이걸 해줘."

세준은 베로니카에게 군감자와 군고구마를 만들게 했다.

"네. 그렇게 만드신 다음에 불에 넣으면 돼요."

세준이 베로니카가 만든 걸 불에 던지며 말했다.

"네! 맡겨 주세요!"

그렇게 베로니카에게 군감자와 군고구마 요리를 맡긴 세준.

거대 화로 위로 올라가 세준이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에 탑코인을 넣고

촤아아아.

물이 끓고 있는 게딱지 냄비에 쌀가루를 붓기 시작했다.

쌀가루는 돈만 있으면 무한대로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세준은 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요리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정한 메뉴는 어죽과 로커스트죽.

만들기도 편하고 양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꾸엥아, 생선 좀 꺼내줘."

꾸엥!

[알겠다요!]

쌀가루를 붓느라 손이 없는 세준의 부탁에 꾸엥이가 아공간 창고에서 손질된 생선들을 꺼내

풍덩.풍덩.

게딱지 냄비에 넣었다.

잠시 후

촤아아아.

세준은 다른 게딱지 냄비에 쌀가루를 붓기 시작했다.

그때

"푸후훗. 박 회장, 내가 왔다냥!"

찰싹.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매달리며 말했다.

"테 부회장, 벌써 계약 다했어?"

"푸후훗. 그렇다냥!"

잠깐 떨어졌다고 세준의 무릎이 그리워진 테오. 박 회장에게 가고 싶다냥!

세준에게 가고 싶지만, 아직도 노예 계약을 위해 남은 인원이 수십만 명이었다.

이대로는 몇 시간이 지나도 세준에게 갈 수 없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냥!

그래서 테오는 방금 노예가 된 이들을 바로 계약서 작성에 투입시켰고

노예 계약이 진행될수록 노예가 많아지다 보니 순식간에 계약을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세준의 무릎으로 돌아온 테오.

"테 부회장, 잘 왔어."

세준이 크게 반겼다. 마침 테오가 필요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돌아왔다.

"푸후훗. 박 회장도 내가 보고 싶었냥?"

"응. 이거 잘게 썰어줘."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얼린 로커스트 고기를 게딱지 냄비로 던지면서 말했다.

"푸후훗. 맡겨라냥!"

빳칭.

테오가 용발톱을 뽑아

"냐냐냥!"

게딱지 냄비 안으로 날아가는 로커스트 고기를 난도질했다.

"간다!"

"오라냥!"

세준이 로커스트 고기를 던지면 테오가 잘게 썰고, 던지면 썰고, 던지면 썰고를 반복할 때

"뭐지?!"

파 이파리로 고구마와 감자를 싸던 베로니카는 섬뜩한 예기를 느꼈다.

소름이 돋을 정도의 예기.

자리에서 일어나 예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베로니카.

"설마?! 저거 용의 발톱?!"

테오의 앞발에 달린 검은색 발톱을 발견한 베로니카가 경악했다.

용의 발톱이라니?! 용은 하찮은 존재에게 절대 자신의 신체를 주지 않는다.

나는 못 받아 봤는데···

테오의 발톱을 보며 부러워하는 베로니카.

하지만

드래곤 스킨 마법이 각인된 수만 장의 용 비늘.

수백 개의 용아병.

용의 뿔로 만든 팔찌.

세준이 용들에게 받은 물건들을 봤다면···거기다 곧 받을 아홉 용족의 용혈까지.

티어 페텐에게 매일 구박만 받던 베로니카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푸후훗. 멋쟁이 테 부회장의 실력이 어떠냥?!"

"우리 테 부회장 잘한다!"

"푸후훗. 당연하다냥! 박 회장, 빨리 던져라냥!"

그렇게 세준의 응원을 받으며 로커스트 고기를 잘게 썰고 있을 때

-크흐흐흐. 왔군.

-으흐흐흐. 역시 티어야. 바로 달려왔나 보네.

-프흐흐흐. 탑농부를 뺏겼으니 뭐···빨리 가서 구경해야지.

용 조각상들이 일제히 멈췄다.

***

"카이저 이노옴!!!"

빠르게 검은탑으로 날아가던 자색용의 수장 티어 페텐.

"왔냐?"

그런 티어를 카이저가 나와서 맞이했다.

"왔냐?! 너 지금 내 탑농부를 뺏어 놓고 그런 소리가 나와?!"

카이저의 여유로운 모습에 더 열이 받은 티어.

그동안의 티어의 깐죽거림에 쌓인 게 많았던 카이저. 일부러 열받으라고 하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고오오오.

카이저의 생각대로 열받은 티어는 한 판 붙을 것처럼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리야? 탑농부를 뺏다니? 네 탑농부가 직접 와서 망명한 거야."

억울한 목소리로 말하며 티어의 화를 돋우는 카이저.

이미 자신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기에 흥분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게 티어를 더 빡치게 했지만.

"뭐?! 내가 그걸 믿을 것 같아?! 분명 네 탑농부가 우리 베카를 납치한 게 분명해!"

티어는 세준이 자색탑에 침투해 베로니카를 납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세준의 능력을 모르기에 하는 소리.

"아니라니까. 베로니카가 직접 땅문서를 사용해서 왔어. 어?! 때마침 증인들이 오네."

"뭐?! 증인?"

카이저의 말에 티어가 주변을 둘러보자

"으흐흐흐. 증인1 등장."

"프흐흐흐. 증인2 등장."

열받은 티어를 구경하러 온 켈리온과 램터가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카이저 말이 맞아. 직접 검은탑으로 왔다.

-그래. 그리고 베로니카가 어떠한 강압도 없는 상황에서 직접 망명한다고 말했다.

둘은 카이저의 말이 사실임을 증언했다.

"어떻게 우리 베카가···?"

세 용의 말에 충격을 받은 티어.

"내···내가 직접 탑 안에 들어가 베카와 얘기를 나눠봐야겠다."

일단 베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 돼."

카이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티어가 세준에게 해코지할 수도 있고

'그럼 경쟁자가 늘어나잖아.'

삼양주와 검은콩을 사려는 경쟁자가 하나 더 늘어난다.

도리도리.

카이저와 생각이 같은지 뒤에서 열심히 고개를 좌우로 젓는 켈리온과 램터.

그때

"할아버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에일린이 나타났다.

카이저의 움직임이 수상함을 느끼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에일린.

'우리 세준이 손님을 쫓아내?!'

카이저가 티어의 제안을 거절하자 서둘러 나타난 것.

그리고

"안녕하세요. 자색용의 수장 티어 페텐 님. 저는 검은탑을 관리하고 있는 에일린 프리타니라고 합니다."

티어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오냐. 할아버지보다 손녀가 낫구나."

자신을 대우해주는 에일린을 보며 티어가 카이저를 비꼬며 말했다.

그러나

"크흐흐흐. 당연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카이저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역시 손녀 바보 카이저.

"우리 손녀가 말이야···."

"크흠. 할.아.버.지."

에일린이 서둘러 자신의 자랑을 하려는 카이저를 말렸다.

그리고

"티어 님, 검은탑에 들어오시려면 용 조각상 하나랑 안에서 아무도 죽이지 않겠다는 계약서가 필요해요."

티어에게 검은탑에 들어오기 위한 조건을 말했다.

"용 조각상과 계약서?"

"네···."

에일린이 용 조각상이 왜 필요한지와 계약서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알았다. 그럼 일단 용 조각상을 만들어 오지!"

용 조각상을 만들러 티어가 서둘러 자색탑으로 돌아갔다.

"아. 티어 님, 혹시 모르니까 탑코인도 많이 챙겨오세요!"

에일린이 날아가는 티어를 향해 외쳤다.

세준의 고객에게는 친절한 에일린이었다.

***

"테 부회장, 수고했어."

"푸후훗. 맞다냥! 나 수고했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자화자찬하며

폴짝.

세준의 무릎에서 떨어져 창조신의 비석 앞으로 갔다.

그리고

샤샤샥.샤샤샥.

창조석의 비석에 자신의 용발톱을 갈기 시작했다. 용발톱의 날을 세우는 것.

왜 하필 창조석의 비석에 가냐고 묻는다면?

창조석의 비석 정도의 단단함이 아니면 용발톱이 갈리지 않는다.

"푸후훗. 내 용발톱을 항상 소중히 아껴줘야 한다냥!"

샤샤샥.샤샤샥.

그렇게 창조신의 비석에 테오가 열심히 용발톱을 갈며 날을 세우고 있을 때

'저기···그거 어디서 얻은 건가요?"

베로니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테오의 용발톱을 부러운 눈빛으로 보며.

"푸후훗. 부럽냥?!"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우쭐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너무 부러워요! 어떻게 얻으신 거죠?"

"푸후훗. 이 용발톱은 카이저 님이 준 거다냥!"

테오가 거들먹거리며 자신의 용발톱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네?! 카이저 님이 직접이요?!"

테오의 말에 경악하는 베로니카.

그냥 위대한 검은용도 아니고 무려 위대한 검은용들의 수장인 카이저의 발톱을 받다니?!

"어···어떻게 받으신 건가요?!"

베로니카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푸후훗. 이 몸이 박 회장의 오른팔이기 때문이다냥!"

"정말요?! 대단하시네요!"

'나도 여기서 뼈를 묻을 각오로 세준 님에게 충성하면···.'

베로니카가 세준의 왼팔이 돼서 용발톱을 받는 상상을 할 때

"다 만들었다!"

어죽과 로커스트죽을 완성한 세준.

"꾸엥아, 이것 좀 저쪽으로 옮겨줘."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가 게딱지 냄비를 양 앞발로 들고

쿵.쿵.

파티 참가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옮겼다.

"얘들아, 너희는 이걸 옮겨줘."

께엑!

세준이 버섯개미들에게 과일을 옮기게 했다.

세준이 가져온 직접 수확한 감과 다른 동물들이 가져온 멜론, 바나나, 복숭아.

그리고

"농작물 거대화."

스킬을 사용해 거대하게 만든 방울토마토와 포도를.

그렇게 버섯개미들이 과일을 옮기는 동안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1000개 정도 거대화하고

"이제 포도를 키워야지."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에 농작물 거대화를 사용하기 위해 몇 송이 꺼내자

낑!

'검은 열매!'

세준을 구경하고 있던 펜릴이 포도를 보고 달려들었다.

"까망이, 안 돼!"

세준이 서둘러 포도를 든 손을 위로 들며 펜릴을 말렸다.

분명 너튜브에서 개에게 먹이면 안 되는 음식 중 하나로 포도를 봤기 때문.

물론 펜릴은 세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낑!낑!

'야! 나 앉았어! 검은 열매 줘!'

척.

세준의 앞에 얌전히 앉아 포도를 바라봤다. 이제 주는 거지?

'어쩔 수 없군.'

계속 포도를 꺼내야 하는데 꺼낼 때마다 이러면 곤란했다.

슥.

세준이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한 알 따는 척하면서 검은색 로얄젤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자. 여기."

펜릴에게 검은색 로얄젤리를 줬다.

낑!

'검은 열매, 내 거야!'

포도에서 검은색 로얄젤리로 바뀐 것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검은 열매에 집착하는 펜릴.

냠.

펜릴이 검은색 로얄제리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낑···

'버텨낸···.'

쓴맛을 버텨보려다 까무룩 기절했다.

'미안하다. 그래도 몸에 좋은 거야.'

씨익.

미안하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세준.

척.

펜릴을 들어 침실에 눕히고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

"저···세준 님, 그거 하나만 먹어보면 안 될까요?"

생전 처음 맡아보는 향긋한 포도 냄새에 홀린 베로니카가 세준을 보며 간절한 눈빛으로 물었다.

"이 포도를?"

"네."

"그래. 먹어."

세준이 흔쾌히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 다섯 송이를 베로니카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냠.

세준에게 감사를 표하고 포도를 먹은 베로니카.

"어머나!"

베로니카가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를 먹고 감탄했다.

자색탑에서 항상 독이 가득한 맛 없는 음식만 먹어본 베로니카.

'이런 맛을 내는 음식이 있었다니?! 검은탑 최고!'

자색탑에 돌아가기 싫은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났다.

그리고

'자색탑에 가면 이런 건 못 먹겠지?'

티어는 베로니카를 자색탑으로 데려오기 더 힘들어졌다.

299화. 입탑 1주년.

299화. 입탑 1주년.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과일에 이어 베로니카가 만든 군고구마와 군감자에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

[농작물 거대화 Lv. 6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농작물 거대화 Lv. 6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

베로니카가 만든 군고구마와 군감자를 거의 다 거대화할 때쯤 스킬 레벨이 올랐다.

"좋아."

세준이 스킬 레벨이 오른 것에 기뻐하며

"농작물 거대화."

스킬 사용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세준과 버섯개미들이 음식을 세팅하는 사이

우끼!

양조장에서 일하는 바나나 원숭이들이 삼양주를 개봉해 병에 담았고

우끼!

우끼!

탑 77층에서 올라온 바나나 원숭이들은 삼양주를 옮기며 술 세팅을 도왔다.

잠시 후

"끝났다!"

파티를 위한 음식과 술 세팅이 끝났다.

그렇게 파티 준비가 끝나자

쿵.쿵.

탑 99층의 서열 1위 우마왕과 3위 분홍털이 다가왔다.

참고로 서열 2위는 이오나, 서열 4위는 꾸엥이였다.

음머.

[세준 님, 타시죠.]

우마왕이 다가와 손바닥을 내밀었다.

"응."

세준이 우마왕의 손바닥 위에 오르자

슥.

우마왕이 손을 자신의 머리 위로 가져갔고

척.

세준이 우마왕의 손바닥에서 내려와 머리 위에 착지했다.

"푸후훗. 잘 보인다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는 이거 보다 높게 올라갈 수 있다요!]

삐욧!

[저도요]

"뀨-모두 조용히 하세요."

물론 다른 동물들도 함께였다.

[헤헷.]

불꽃이도.

그렇게 세준이 우마왕의 머리 위에 오르자

쿠아아아!

[모두 집중해라!]

우마왕의 옆에 있던 분홍털이 크게 외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분홍털, 고마워."

세준이 분홍털에게 감사를 전하고

"많이도 왔네."

자신을 바라보는 100만 노예들을 바라봤다.

이목이 집중되며 엄청난 기운이 세준을 향해 몰렸지만

"냥!"

테오의 재능 기운 빨려 덕분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박 회장, 쫄 거 없다냥! 나 테 부회장이 막아 준다냥!

테오 덕분에 편안해진 세준.

"이오나, 소리 증폭 마법 좀 걸어줘."

이오나에게 마법을 부탁했고

"뀻뀻뀻! 네! 바람이여···."

이오나가 세준에게 마법을 걸어줬다.

"아.아. 모두들 나의 생존 1주년 파티에 와줘서 고마워!"

세준이 파티에 참가해준 이들을 위해 감사를 표했다.

대부분이 불법 초대장으로 오기는 했지만, 자신의 파티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오다니···

'흐흐흐. 나 완전 인기인이잖아.'

우쭐한 기분이 들며 마음이 들뜬 세준.

"모두 배불리 먹고 파티를 즐겨! 파티를 시작하자!!!"

분위기에 취해 자신의 파티에 온 100만 명을 향해 호기롭게 외쳤다.

곧 자신의 말을 후회할 예정이었지만.

"와!!! 위대한 검은용 만세!!!"

세준의 외침에 화답하는 엄청난 함성.

"흐흐흐."

자신을 향한 함성에 세준이 웃을 때

"푸후훗. 이 몸이 박 회장의 오른팔이다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가 아빠 아들이다요!]

테오와 꾸엥이도 세준을 향한 함성에 함께 우쭐해했다.

삐욧!

[제가 세준 님의 오른팔인 황금고양이 테오 박 님의 오른앞발 삐르르르 요트입니다!]

삐욧이도.

그렇게 세준과 동물들이 우쭐해할 때

냠.

하나둘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참가자들.

우적.우적.

···!!!

캬아!

···!!!

한 번 맛을 보더니 정신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뭐야?"

"맛있나?"

그들의 모습에 다른 참가자들도 궁금증에 음식을 먹었고

···!!!

음식과 술이 더욱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금세 바닥을 보이는 두 개의 게딱지 냄비.

일부러 죽을 싱겁게 만들고 대신 반찬으로 새우젓을 낸 덕분이었다.

싱거운 죽과 짠 새우젓의 맛이 입 안에서 섞여 조화를 이루며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했다.

물론 다른 음식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세준이 준비한 음식들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괜히 배불리 먹으라고 했네···."

세준이 바닥을 보이는 음식들을 보며 자신이 한 말을 후회했다.

준비한 음식이 떨어졌다고 말하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지만

"한 말이 있는데···"

세준은 자신의 말을 지키고 싶었다.

"에일린, 이 비늘로 거대 냄비 좀 만들어줘."

세준이 에일린에게 자신이 가진 비늘을 주며 요리할 거대 냄비를 부탁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대답하며 비늘 100장을 가져갔다.

잠시 후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원하는 기능을 담은 냄비를 완성했다고 말합니다.]

세준의 손바닥 위에 검은색 광택을 내는 냄비 하나가 나타났다.

투박한 뚜껑에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냄비.

하지만 재료가 좋은 덕분인지, 아니면 심플하기 때문인지 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괜찮은데?"

세준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냄비를 살펴봤다.

[검은 냄비]

위대한 검은용들의 비늘을 재료로 사용해 만든 아주 튼튼한 냄비입니다.

아무리 강한 힘에도 부서지지 않습니다.

상급 불 마법이 각인돼 있어 불 없이 손잡이에 마력을 주입하는 것으로 냄비가 뜨거워집니다.

크기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고 냄비의 중심을 가르는 칸막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최대 8등분까지 가능.)

사용 제한 : 힘 500 이상, 마력 1000 이상

제작자 : 에일린 프리타니

등급 : 측정 불가

"어?! 불 마법도 각인했네?"

세준이 의아해했다. 세준의 요구 사항에 불 마법은 없었기 때문.

[탑의 관리자가 불 마법을 각인하지 않으면 용의 비늘을 뜨겁게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아. 맞네."

무려 용의 비늘이다. 평범한 불 위에 용의 비늘을 올린다고 뜨거워질 리가 없었다.

"고마워. 역시 에일린이 최고야!"

세준이 에일린에게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일린이 아니었으면 그냥 튼튼한 그릇 하나가 생길 뻔했다.

"좋아!"

새 장비를 얻고 기분이 좋아진 세준. 다시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단 냄비 크기를 키우고."

세준이 뚜껑을 연 냄비를 땅에 놓고 자신이 원하는 크기를 생각하자

우웅.

직경 100m에 깊이 10m짜리 거대 냄비로 변했다.

"음식은 두 종류를 해야 하니까··.·"

세준이 다시 냄비에 손을 대고 칸막이를 생각하자

철컹.

냄비를 반으로 가르는 칸막이가 세워졌다.

"좋아."

팍.

세준이 점프로 냄비의 손잡이에 올라가 무릎 앉아 자세로 자세를 낮추고

척.

오른손으로 손잡이에 마력을 주입해 냄비의 온도를 높이면서

"아이스 큐브."

왼손을 냄비 쪽으로 뻗어 얼음들을 생성해 냄비에 넣었다.

얼음이 뜨거워진 냄비에 닿자

치이익.

빠르게 녹으며 물로 변했다.

그렇게 냄비의 중간까지 물이 차자

[유물 :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이 1만 탑코인을 삼키고 5000kg의 최상급 쌀가루를 생산합니다.]

촤아아.

세준이 냄비에 쌀가루를 부었다.

그리고

"테 부회장, 간다!"

"오라냥!"

샥.

"꾸엥이, 간다!"

꾸엥!

[꾸엥이 준비됐다요!]

쾅!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서 로커스트와 생선을 꺼내 냄비의 양쪽에 선 테오와 꾸엥이에게 하나씩 교대로 던졌다.

세준과 테오의 행동을 보고 둘만 논다고 생각한 꾸엥이가 자신도 던져달라고 한 것.

꾸엥!

쾅!

마력 발톱을 뻗어내는 능력이 없는 꾸엥이는 생선을 염력으로 곤죽을 냈고 덕분에 따로 생선을 으깰 필요가 없었다.

"좋아."

그렇게 죽 재료를 다 넣자

"꾸엥아, 뚜껑 닫아."

꾸엥!

[알겠다요!]

쿵.

꾸엥이가 염력으로 냄비 뚜껑을 닫았다.

잠시 후

"완성!"

세준이 테오 꾸엥이와 함께 만든 어죽과 로커스트죽을 완성했다.

강한 화력과 뚜껑을 덮으며 만들어진 고압 덕분에 죽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었다.

"미노들아 이것 좀 덜어서 나눠줘."

음머!

[네!]

세준의 부탁에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대형 냄비로 검은 냄비에서 죽을 퍼서

쿵.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자리 중간중간에 하나씩 놨다.

그리고 빈 게딱지를 다시 화로로 가져와 물과 쌀, 재료를 채우고 끓이기 시작했다.

"베로니카, 잘하고 있어?"

남는 시간에는 베로니카와 군고구마와 군감자를 만들고

"농작물 거대화."

스킬을 사용해 방울토마토와 포도, 군고구마와 군감자를 거대화했다.

그렇게 몇 사이클이 돌자

"어?! 없네?

아공간 창고에 저장해놨던 로커스트 고기와 생선이 가장 먼저 바닥났다.

"그럼 계란죽으로 바꿔야지."

세준은 바로 재료를 에그 푸릇으로 변경해 계란죽을 만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더 이상 음식이 모자란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100만 명을 전부 배불리 먹인 것.

"휴우. 힘들다···."

음식을 만드느라 하얗게 불태운 세준.

털석.

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때

[100만 명을 배불리 먹이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를 획득했습니다.]

[위대한 업적 보상으로 모든 스탯이 100 상승합니다.]

[위대한 업적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공헌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지친 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어?!"

이런 업적도 있었어?! 세준이 메시지를 보며 놀랄 때

"냥?! 박 회장, 나 재능을 개화했다냥!"

꾸엥!

[꾸엥이도 재능을 개화했다요!]

"저도요!"

세준을 가장 많이 도와준 테오, 꾸엥이, 베로니카가 새로운 재능을 개화했다.

테오는 털이 잘 빠지지 않고, 강한 방어력을 주는 강한 모발이라는 재능을,

꾸엥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이 차는 미식가라는 재능을,

베로니카는 백 가지 독에 내성을 가지는 백독불침이라는 재능을 개화했다

그리고

음머!

세준을 도와 음식을 나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은 스탯이 10 정도씩 올랐다.

"흐흐흐. 얘들아, 밥 먹자."

업적 보상에 기운을 차린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좋다냥!"

꾸엥!

[좋다요!]

(뱃뱃.)

삐욧!

요리를 하는 세준을 기다리느라 쫄쫄 굶고 있던 동물들이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잠시 후

"자. 먹자!"

세준이 계란죽이 한가득 담긴 냄비와 새우젓을 놓고 동물들과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뱃뱃. 휴우. 이제 배불러서 못 먹어요.)

삐욧!삐욧!

[저도요! 몸이 무거워서 날지도 못하겠어요!]

배불리 먹은 황금박쥐와 삐욧이가 자신의 뽈록나온 배를 쓰다듬을 때

[둘을 배불리 먹였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0.2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세준의 눈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응?!"

뭐야?! 한 명을 배불리 먹일 때마다 모든 스탯이 0.1씩 늘어나는 거야?

"흐흐흐. 오늘부터 모두 배불리 먹어. 알았지?"

꾸엥!꾸엥!

[알겠다요! 꾸엥이 배불리 먹겠다요!]

세준의 말에 신난 목소리로 대답하는 꾸엥이.

꾸엥이가 재능 : 미식가를 개화해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세준은 다시 죽어라 요리를 해야 될 테니까.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

"일단 빨리 자자."

꾸엥!

[아빠 안녕히 잔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는 분홍털과 자러 갔고 피곤했던 세준은 서둘러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세준 님, 저는요?"

혼자 남은 베로니카.

[베로니카, 따라와요.]

불꽃이가 베로니카를 동굴 안에서 재웠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일찍 눈이 떠진 세준.

"일단 검은콩 챙겨야지."

테오를 다리에 착용하고

철컹.

아공간 창고를 열었다.

그리고

달칵.

풍요의 황금 상자에서 검은콩 2개를 꺼냈다.

그렇게 세준이 용들에게 팔기 위한 검은콩 6개를 꺼내 창고에서 나올 때

낑?낑!

'어디 갔었어? 어?! 검은 열매다!'

잠에서 깨어나 세준을 찾던 펜릴이 세준의 손에 들린 검은콩을 발견했다.

뚱땅.뚱땅.

세준에게 열심히 달려가는 펜릴.

척.

세준의 앞에 앉아 세준을 당당하게 바라봤다. 앉았으니까 이제 그거 줘.

"우리 까망이 이거 먹고 싶어서 앉은 거야? 착하네. 자."

세준이 흔쾌히 검은콩 대신 바꿔치기한 검은색 로얄젤리를 펜릴의 입에 넣어줬고

낑···

[벼텨낸···]

펜릴은 쓴맛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기절했다.

"잘자."

세준이 펜릴을 침대 위에 올려주고

슥.

침실 벽에 날짜를 표시했다.

조난 366일 차.

아니 입탑 366일 차. 어느새 세준의 생각에서 조난이라는 단어가 빠졌다.

그때

"세준 님, 저희가 왔습니다!"

세준의 어머니 김미란의 김치와 반찬을 실은 늑대들이 도착하며 세준의 입탑 1주년을 축하하는 진정한 파티가 시작됐다.

300화. 김치찌개를 먹다.

300화. 김치찌개를 먹다.

검은탑 관리자 구역.

세준이 100만 명을 배불리 먹이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순간

"크히히히. 완성이다!"

에일린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마법 활성화가 완료된 카이-라의 심장 파편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우웅.우웅.

진동하는 수정구.

"크힝? 뭐지?"

에일린이 수정구를 확인했다.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이 100만 명을 배불리 먹이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검은 거탑 성장 조건 중 하나인 위대한 업적 3개 달성하기 중 위대한 업적 1개가 채워졌습니다.]

"크히히히. 세준이가 또 대단한 걸 해냈어!"

알람을 읽은 에일린이 세준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것에 기뻐할 때

[위대한 업적에 도움을 준 보상으로 심장이 강화됩니다.]

세준의 위대한 업적을 도운 에일린도 보상을 받았다.

쿵!쾅!쿵!쾅!

덕분에 에일린의 심장은 전보다 더욱 힘차게 뛰기 시작했고

고오오오.

더욱 짙은 마력을 담은 기운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크엥?! 이러면 안 되는데···."

보상을 받은 에일린은 기뻐하는 게 아니라 곤란해했다.

마력이 강해지는 건 세준에게 선물하려는 자신의 계획에 지장이 생긴다.

"크힝! 이러면 세준이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는 내 계획이···."

한참 고민을 하던 에일린.

"우마왕! 분홍털! 쟤네 다 쫓아내 버려! 쟤네들 때문에 내 계획 다 망쳤어!"

에일린이 세준의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게 도운(?) 100만 노예들에게 괜한 화풀이를 했다.

보상을 보면 알겠지만,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세준에게 검은 냄비를 만들어준 에일린이었다.

배불리 먹고 잘 자던 100만 노예는 영문도 모르고 새벽에 탑 99층에서 쫓겨났다.

***

"세준 님, 안녕하세요! 저희도 왔습니다펭!"

늑대들의 등에서 김치와 반찬이 상하지 않게 온도 조절을 하며 같이 온 등 푸른 펭귄들도 세준에게 인사했다.

"응. 어서 와. 근데 그거 탑 밖에서 가져온 거야?"

늑대들이 등에 싣고 온 플라스틱 통들을 보며 엘카에게 물었다.

탑에는 플라스틱이 없으니 100% 지구에서 가져온 물건이었다.

"네! 한태준과 김동식이라는 인간이 세준 님이 탑에 들어온 지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세준 님께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태준 님이랑 동식 님이? 그게 뭔데?"

지구에서 온 게 맞다는 엘카의 대답에 세준이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 물었다.

"세준 님의 어머니께서 만드신 김치와 반찬이라고 했습니다."

"뭐?! 우리 엄마가 만든 거라고?!"

엘카의 말에 세준이 흥분하며 김치통 하나를 들어

달칵.달칵.달칵.달칵.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와아!"

군침이 도는 향과 함께 맛있게 익은 김치가 세준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걱.

세준이 단검으로 김치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냠.

아삭. 아삭.

입에 넣고 씹었다.

···!

맛을 보자 바로 알 수 있었다. 맞아! 우리 집 김치야!!!

서걱. 서걱.

세준은 그리운 맛이 나는 김치를 잘라 먹고 먹고 또 먹었다.

그렇게 김치맛에 심취해 먹다 보니 김치통에 담긴 김치 4분의 1포기가 금세 사라졌다.

"얘들아, 일단 아공간 창고에 넣어줘."

세준은 김치나 반찬이 상하지 않게 아공간 창고에 저장하기로 했다.

철컹.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자

"네!"

"알겠습니다펭!"

늑대들과 펭귄들이 김치통과 반찬통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물들이 아공간 창고를 채우는 동안

"흐흐흐. 얘네들은 일어났나?"

세준은 100만 노예들이 머물던 곳으로 갔다. 배불리 먹여 스탯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물론 어제처럼 먹이지는 못하고 쌀죽만 먹일 생각이었다. 배불리 먹이기만 하면 스탯이 오르니까.

하지만

"어?!"

휘잉.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응? 다 어디 갔지?"

에일린이 다 쫓아낸 걸 모르는 세준.

세준이 당황할 때

삐익!

삐이!

뺘아!

뺙!

수십 마리의 토끼 가족들이 세준을 향해 달려왔다.

테오가 알려준 파티 날짜에 맞춰 지금 도착한 것.

덕분에 조금 전까지 세준의 머릿속을 채웠던 스탯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얘들아, 어서 와!"

토끼들에 대한 반가움만 가득해졌다.

그렇게 세준이 토끼들을 보며 반가워할 때

척.

삐익!

[세준 님, 생존 1주년 파티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삐이!

[감사합니다!]

토끼 부부가 대표로 파티 초대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고생하셨어요.'

세준을 보는 둘의 눈빛에는 각별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고마워. 너희들 덕분이야.'

둘을 보는 세준의 눈빛도 다르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탑에 와서 혼자 외롭게 살던 세준이 처음으로 만난 토끼 부부.

생수병으로 처음 불을 만들던 순간.

생선구이를 만들어 단백질을 처음 섭취했던 순간.

세준이 처음 각성했던 순간.

씨앗에서부터 키운 방울토마토에서 첫 수확을 하던 순간.

세준이 동굴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이룬 감격스러운 순간에 항상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던 토끼 부부가 있었다.

'세준 님···'

'얘들아···'

셋의 눈시울이 촉촉해질 때

척.

삐이!

[이건 세준 님의 생존 1주년 축하 선물이에요!]

엄마토끼가 앞치마에서 자신의 머리통만 한 빨간색 복숭아를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고마워."

덥석.

세준이 엄마토끼가 건넨 복숭아를 두 손으로 조심히 받아 살펴봤다.

[장수의 천도복숭아]

탑 안에서 자생하는 복숭아나무에서 극히 희박한 확률로 열리는 복숭아입니다.

섭취 시 수명이 1000년 늘어납니다.

씨앗을 심어도 자라지 않습니다.

사용 제한 : Lv. 50 이상, 모든 스탯 100 이상

유통 기한 : 100일

등급 : SSS

"수명 1000년?!"

세준이 장수의 천도복숭아 옵션을 보고 크게 놀랐다. 아무리 장수라지만, 1000년이라니?!

꿀꺽.

세준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순간 욕심이 났다.

하지만

'끙···.'

이렇게 좋은 걸 혼자 먹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냥 나눠 먹어야지.'

세준은 장수의 천도복숭아를 함께 나눠 먹기로 했다.

"얘들아, 가자."

세준이 천도복숭아를 어떻게 나눠 먹을지 생각하며 토끼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

자색탑 관리자 구역.

"다 됐다. 이 정도면 내가 최고겠지?"

기존에 있던 자색용 조각상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티어 페텐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용들에게 지고 싶지 않아 용 조각상의 성능을 높인 것.

"이놈들 내가 직접 베카와 얘기해서 네놈들의 악행을 밝혀내겠다!"

비장한 표정으로 티어가 업그레이드한 자색용 조각상을 들고 다시 검은탑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티어가 검은탑으로 날아오는 사이

"자! 짠!"

꿀꺽.

"크으. 좋다!"

용들은 티어가 오길 기다리는 막간을 이용해 삼양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때

"용 조각상 가져왔어! 이제 베로니카와 얘기하게 해줘!"

티어가 도착해 검은탑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상태로는 못 들어가."

카이저는 단칼에 거절했다.

"뭐?! 네 손녀가 분명 용 조각상을 가져오면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 나를 속인 것이냐?!"

카이저의 거절에 분노하는 티어.

그러나 카이저가 거절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게 아니라 그렇게 독기를 풀풀 날리는 용 조각상을 어떻게 탑에 들여?!"

자색용 조각상에 배어있는 강한 독기 때문.

탑에서 사는 존재들에게는 너무 치명적인 독기였다.

특히 약한 세준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그래. 그 상태로 들어가면 탑에 있는 애들 다 죽어."

"일단 해독부터 하자."

켈리온과 램터가 카이저를 거들며 말했다.

"근데···그거 삼양주 아냐?! 어디서 났어?"

꿀꺽.

티어가 코끝으로 들어오는 삼양주의 향긋한 향기에 군침을 삼키며 물었다.

"줄까? 계약서에 한 줄만 추가하면 같이 먹게 해줄게."

카이저가 삼양주를 10병 정도 꺼내며 티어에게 말했다.

"흥! 뭘 추가하려고?"

티어가 절대 속지 않겠다는 듯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별거 아냐. 계약서에 검은탑 안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겠다는 내용만 추가하면 돼."

카이저가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긴장했다.

티어가 경쟁자가 되는 걸 막기 위해 세 용이 생각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뭐?! 내가 검은탑에서 뭔가를 사?! 내가 사줄 거 같아?! 난 베로니카만 자색탑으로 데려가면 돼!"

카이저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티어. 티어가 발끈하며 외쳤다.

"그래. 그러니까 그것만 계약서에 추가하자. 대신 삼양주 10병은 그냥 줄게."

흥분한 티어를 구슬리는 카이저.

"흥! 좋아. 바로 쓰지."

티어가 카이저의 말에 흔쾌히 계약서를 작성했고

-나 티어 페텐의 이름으로 계약한다.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계약을 완료했다.

"자. 그럼 용 조각상의 독기를 해독하는 동안 마시자고."

"마시자!"

"자! 티어 잔 채워."

"흥! 그럴까?"

그렇게 용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크으. 좋다."

삼양주를 삼키고 그 여운을 즐긴 후 탄성을 뱉어내는 티어.

그때

"으흐흐흐. 티어, 이 삼양주 검은탑 탑농부인 세준이가 만드는 거야."

이제 계약 때문에 삼양주를 살 수 없는 티어에게 켈리온이 사실을 말해줬다.

"뭐?! 이걸 검은탑에서 만들었다고?!"

"크하하하. 그래. 우리 세준이가 삼양주를 만들었지."

티어의 당황한 표정을 보며 카이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맛있는 삼양주를 카이저 네놈 탑의 탑농부가 만든 거였다고···?"

충격적인 사실에 넋이 나간 티어.

'어?! 내가 무슨 계약을 한 거야?!'

티어는 그제야 자신이 계약을 잘못했단 걸 깨달았다.

***

검은탑 99층 동굴 안.

보글보글.

검은 냄비 안에서 김치찌개가 팔팔 끓기 시작했다.

과거 동굴에서 먹던 추억을 떠올리며 세준은 토끼들을 데리고 와서 동굴에서 요리하고 있었다.

곧 김치찌개 냄새가 동굴 안에 가득 찼다.

"오. 냄새 죽인다."

김치찌개 냄새에 흥분한 세준.

꾸엥!

삐익!

삐이!

뺘이!

뺙!

우끼!

그런 세준의 뒤에는 숟가락을 들고 요리가 완성되길 기다리며 침을 흘리는 꾸엥이와 토끼들이 있었다

꾸엥!

[드디어 꾸엥이 할머니 김치찌개 먹는다요!]

특히 세준에게 김치찌개가 맛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은 꾸엥이의 기대감은 엄청났다.

잠시 후

"완성!"

세준이 밥 대신 먹을 쌀죽를 김치찌개와 같이 동물들의 앞에 놓고

달칵.달칵.

집에서 보낸 멸치볶음 등이 든 반찬통의 뚜껑을 열어 중간에 하나씩 놨다.

그릇에 담아 동물들의 앞에 하나씩 났다.

그리고

"자. 먹자."

세준의 말과 함께 동물들이 식사를 시작했다.

꾸엥!

[맛있다요! 할머니 최고다요!]

삐익!

[속이 풀리는 맛이에요!]

뺙!

[맛있어요!]

김치찌개 한 입, 쌀죽 한 입을 먹으며 맛있게 먹는 동물들.

"잘 먹네."

동물들이 맛있게 먹는 걸 확인한 세준이 숟가락으로 김치찌개 국물을 떠서

후루룩.

마셨다.

"크으. 시원하다."

고기로 육수를 내지 못해 진하지는 않았지만, 생선 가시로 육수를 내 국물이 깔끔했다.

"밥도 한 입 먹어야지."

세준은 서둘러 쌀죽 한 입을 먹고 다시 김치찌개 한 숟갈을 떠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언제 다 먹었지?"

세준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는 냄비와 반찬통들을 발견했다.

중간에 어떻게 먹었는지 기억이 없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

[57명을 배불리 먹였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5.7 영구적으로 상승합니다.]

세준의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응? 왜 57이지?"

세준이 57이라는 숫자에 의아해했다.

지금 동굴에서 배불리 먹은 동물의 수는 더 많았기 때문.

"57···설마?"

세준이 토끼들의 수를 확인했다.

"57마리네."

어제 배불리 먹이고 스탯이 오르는 효과를 본 동물들의 숫자는 제외된 것이다.

덕분에 세준은 의 효과가 한 번만 발동된다는 걸 알게 됐다.

"아쉽네."

세준이 아쉬워하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줄 게 있다며 잠깐 웨이포인트로 혼자 나오라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세준을 웨이포인트로 불러냈다.

301화. 나랑 대련하자!

301화. 나랑 대련하자!

검은탑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에일린이 검은색 광택의 줄을 연결해 목걸이로 만든 카이-라의 심장 파편을 보며 웃었다.

척.

"드디어 세준이에게 선물을 줄 때가 됐어!"

목걸이를 들며 비장한 표정을 짓는 에일린. 선물 하나 주기 위해 시간이 참 많이도 걸렸다.

"세준아, 줄 게 있으니까 웨이포인트로 혼자 나와."

에일린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세준을 불렀다. 주변에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

"아! 세준아 테오는 데리고 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에일린은 테오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

"줄 게 있다고?"

흐흐흐. 선물인가?

"알았어."

에일린의 말에 세준이 기대하며 웨이포인트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토로롱.

뺘로롱.

꾸로롱.

삐로롱.

다행히 다른 동물들은 아침을 배불리 먹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때

우다다다.

"푸후훗. 박 회장, 이것 보라냥! 나 이제 털 안 빠진다냥!"

테오가 정신없이 달리며 격렬히 움직여도 털이 빠지지 않는 걸 자랑했다.

재능 : 강한 모발 덕분.

그렇게 자신의 강한 모발을 자랑한 테오.

"이제 쉬어야겠다냥."

테오가 자랑을 끝내고

찰싹.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끄응. 에일린이 혼자 오라고 했는데···.'

이렇게 한 번 매달리면 최소 1시간이다.

세준이 테오를 어떻게 떼어낼지 고민할 때

[탑의 관리자가 테오도 데리고 오라고 말합니다.]

"알았어! 가자! 테 부회장!"

"푸후훗. 좋다냥! 출발이다냥!"

어디 가는지도 모르면서 세준과 가는 것에 신난 테오가 외쳤고.

세준이 테오와 웨이포인트를 향해 이동했다.

***

검은탑 99층 남쪽 구역.

불개미들의 서식지.

키에에엑!

불개미 군단이 자신들의 서식지에 침입한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적은 달랑 둘이었다.

"달빛 베기!"

베로니카가 몰려드는 불개미들을 향해 단검을 횡으로 휘두르자

휘익.

반원 모양의 검기가 불개미들을 가르며 지나갔다.

대략 3000마리 정도의 불개미가 일격에 죽었다.

그때

"뀻뀻뀻. 베로니카, 제법이네요. 빛의 힘이여. 적을 태워라. 빔 캐논."

이오나의 앙증맞은 두 앞발에서 나온 고열의 광선이 불개미 5000마리를 태워버렸다.

"제법이라니요? 전 이제 막 몸이 풀린걸요! 만월참!

베로니카가 쌍단검을 든 양손을 등 뒤로 젖혔다가 가슴 앞으로 크게 휘두르자

후웅.

이번에는 두 개의 반원형 검기가 원형을 그리며 1만 마리의 불개미들을 도륙했다.

"뀻뀻뀻. 저도 이제 몸이 조금 풀리네요. 바람의 힘이여. 적을 짓눌러라. 에어 프레스."

쾅!

이오나의 마법과 함께 하늘에서 광풍이 땅으로 내리꽂혔고.

바람이 만든 엄청난 압력에 2만 마리의 불개미가 짓눌려 죽었다.

"좋아요.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광월난무!"

베로니카가 이번에는 쌍단검을 휘둘러 핏빛 검기를 사방으로 쏟아냈다.

"뀻뀻뀻.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얼음의 힘이여···."

불개미들을 학살하는 둘.

둘이 아침부터 이러는 이유는 누가 더 강한지 겨루기 위해서였다.

이오나와 베로니카는 불개미를 더 많이 잡으면 이기는 것으로 검은탑의 2인자를 가리는 중이었다.

***

웨이포인트로 가는 길

"박 회장, 근데 어디를 가는 것이냥?"

이제야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진 테오가 물었다.

"에일린이 줄 게 있다고 웨이포인트로 오래."

"푸후훗. 에일린 누나가 선물을 주는 거냥?"

"아마 그렇겠지?"

"푸후훗."

"흐흐흐."

그렇게 바보처럼 웃으며 둘이 웨이포인트에 도착했다.

"에일린, 나 왔어."

세준이 에일린을 부르자

[탑의 관리자가 이것을 먼저 받으라고 합니다.]

에일린이 대답하며 세준의 손에 검은 돌조각이 달린 목걸이를 전달했다.

[카이-라의 수호 목걸이]

"어?! 이거 카이-라 님의 심장 파편으로 만든 거야?"

이름을 확인한 세준이 목걸이를 살펴봤다.

[카이-라의 수호 목걸이]

창조신이 최초로 창조한 십(十)용 중 하나이자 최강의 용, 위대한 검은용 카이-라 프리타니의 심장 파편으로 만든 목걸이입니다.

심장 파편에 담겨 있던 카이-라의 사념이 알려준 마법을 에일린 프리타니가 각인했습니다.

사용 제한 조건을 낮추기 위해 목걸이의 성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사용 제한 : 위대한 검은용 에일린 프라타니의 허락을 받은 자, Lv. 50 이상, 모든 스탯 500 이상

제작자 : 에일린 프리타니

등급 : 측정 불가

스킬 : [절대 수호(Master)]

[탑의 관리자가 맞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목걸이에 마력을 넣으라고 말합니다.]

카이-라의 수호 목걸이를 살펴보는 세준에게 에일린이 대답했다.

"마력?"

세준이 목걸이에 마력을 넣자

우웅.

목걸이의 마력이 공명하며 세준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카이-라의 수호 목걸이의 마력을 확인합니다.]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의 마력을 확인했습니다.]

[카이-라의 수호 목걸이가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에게 귀속됩니다.]

카이-라의 수호 목걸이가 완전히 세준의 것이 됐다.

[탑의 관리자가 이제 목걸이에 각인된 절대 수호 스킬을 사용해 보라고 말합니다.]

"응. 절대 수호."

세준이 절대 수호 스킬을 사용하자

[자신과 주변의 동료에게 카이-라 비전 스킬 : 절대 수호가 10분 동안 발동합니다.]

[카이-라 비전 스킬 : 절대 수호가 발동하는 동안 물리 저항력과 다른 기운에 대한 저항력이 10배 증가합니다.]

나타나는 스킬 발동 메시지.

"카이-라 비전 스킬?"

저항력 10배?! 이 정도면 꾸엥이 펀치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풀파워 펀치는 무리.

세준이 메시지를 읽고 있을 때

"할머니가 가르쳐준 스킬이야! 반가워! 세준아!"

에일린이 하늘에서 해를 등진 상태로 내려오며 세준에게 말을 했다.

해를 등진 에일린을 보며 세준이 눈을 가렸다.

눈이 부셨다. 해도, 에일린도.

척.

그사이 지상에 내려온 에일린.

"······에일린?"

에일린의 미모에 넋을 잃고 한참 바라보던 세준이 정신을 차리며 물었다.

"응! 나야. 세준아, 생존 1주년 축하해. 이제 내 선물 받아!"

드디어 세준을 보며 직접 축하의 선물을 전할 수 있게 된 에일린.

쪽.

세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에일린이 준비한 세준의 생존 1주년 축하 선물은 키스.

카이-라의 수호 목걸이는 그걸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

자신의 입술에 닿은 에일린의 입술.

세준은 생애 첫 입맞춤에 정신이 멍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크히히히. 성공이다!'

에일린이 자신의 선물을 전한 것에 기뻐할 때

"에일린 누나···박 회장 또 기절했다냥!"

테오가 말했다.

"크엥?!"

테오의 말에 에일린이 서둘러 입술을 떼고 세준의 얼굴을 살펴보자

······

세준은 얼굴이 퍼렇게 질린 채로 기절해 있었다.

대면까지는 절대 수호와 테오의 기운 빨려로 커버가 가능했지만, 신체 접촉까지는 힘들었다.

그나마 입술에 닿는 촉감은 느끼고 기절했으니 세준으로서는 좀 덜 억울할 거다.

꾹.꾹.

이제 세준의 기절에 익숙한 테오가 침착하게 앞발로 세준의 몸을 마사지했다.

특히 얼굴 위주로. 에일린 누나랑 비교하니 박 회장 얼굴이 많이 썩었다냥!

"크힝. 세준아 일어나! 치유."

절대 수호의 유지 시간이 끝나기 전에 세준과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싶은 에일린이 테오를 도와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세준은 절대 수호가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크힝. 세준아, 100일 후에 봐."

에일린이 절대 수호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100일 후를 기약하며 관리자 구역으로 돌아갔다.

***

일본 도쿄 남방 300km쯤에 위치한 하치조섬.

꿈틀.꿀틀.

거대 거머리들이 바다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심층 해류에 휩쓸린 거대 거머리 중 일부가 이곳에 당도한 것.

거대 거머리는 피 냄새를 쫓아 부드럽게 마을을 잠식했다.

갑작스러운 거대 거머리의 침략에 사람들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살려···."

츕.츕.

거머리들에게 휩싸여 피를 빨리고 죽어갔다.

하치조섬의 사람들이 일본 본토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전에 거대 거머리에게 몰살당했다.

그렇게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거대 거머리의 습격을 받을 뻔한 일본.

"저게 뭐야?!"

운이 좋게도 어업을 위해 섬을 나와 있던 배 한 척이 일본 본토에 지원을 요청하며 거대 거머리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그리고

꿀렁.꿀렁.

비슷한 시기에 러시아, 필리핀, 뉴질랜드에 거대 거머리들이 상륙했다.

***

에일린이 돌아가고 한 시간 정도가 흘렀다.

"으음."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세준.

꾹.꾹.

자신의 얼굴을 누르는 테오의 앞발이 느껴졌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몸은 괜찮냐고 묻습니다.]

에일린이 물었다.

"응? 어··· 괘··· 괜찮아."

에일린의 물음에 세준은 자신이 기절한 순간을 떠올리며 말을 더듬었다.

엄청 민망했다. 키스를 하다 기절하다니···

덕분에 세준은 풀이 죽었다.

"박 회장, 이제 괜찮냥?"

그런 세준을 향해 테오가 물었다.

"응. 괜찮아."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은 박 회장이 강해져서 기분이 좋다냥!"

테오가 세준을 보며 행복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강해졌다고?"

"그렇다냥! 예전의 박 회장이라면 에일린 누나를 보자마자 기절했을 거다냥!"

"흐흐흐. 그런가?"

맞아. 난 성장했어! 테오의 말에 거의 바닥을 뚫고 내려가던 세준의 자신감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후훗. 그렇다냥! 이번에는 나도 힘들었는데 박 회장이 나에게 힘을 줬다냥! 박 회장 대단하다냥!"

펌프질하듯이 계속되는 테오의 칭찬.

덕분에 세준은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 다음에 기절 안 하면 되지.

"흐흐흐. 테 부회장, 돌아가자."

척.

세준이 자신의 다리를 내밀며 말하자

"푸후훗. 알겠다냥!"

찰싹.

테오가 대답하며 잽싸게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고.

"출발!"

세준이 테오를 매달고 다시 농장으로 돌아갔다.

'에일린 누나, 나 잘했다냥?'

세준의 다리에 매달린 테오가 에일린과 몰래 얘기했다.

[탑의 관리자가 훌륭한 칭찬이었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나중에 따로 상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푸후훗. 알겠다냥!'

꽈악.

에일린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세준의 다리를 강하게 안았다.

세준이 깨어나면 자신감이 떨어질 걸 예상한 에일린.

"테오, 이따가 세준이가 일어나면 대단하다고 칭찬 좀 해줘."

에일린은 테오를 시켜 세준을 칭찬하게 했다.

테오에게 연기를 시키는 게 조금 불안했지만, 지금 믿을 건 테오뿐.

하지만

'무릎을 가진 박 회장은 대단한 존재다냥!'

원래 세준의 무릎 광신도인 테오.

테오는 세준을 칭찬하는데 연기가 필요 없었다. 완전 진심이니까.

그러나 테오의 자신감 펌프질이 너무 과했던 모양.

"우삼천팔이, 나랑 대련하자!"

멀리 보이는 블랙 미노타우루스의 막내를 향해 세준이 겁도 없이 싸움을 걸었다.

음머?

[괜찮으시겠어요?]

"응!"

세준이 호기롭게 외쳤다. 흐흐흐.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음머!

[그럼 갑니다!]

쿵.쿵.쿵.

세준의 대답에 돌진하는 우천삼.

[탑의 관리자가 빨리 세준이를 기절시키라고 외칩니다.]

에일린이 서둘러 테오에게 외쳤다.

"박 회장, 왜 자살하려고 하냥?! 안 된다냥!"

퍽!

놀란 테오가 세준의 목덜미를 쳤고

음머!

세준이 기절한 것을 본 우삼천팔은 서둘러 멈췄다.

질질질.

결국 세준은 테오에게 끌려가

낑···

커어어.

검은색 로얄젤리를 먹고 기절한 펜릴의 옆에 누워 잠들었다.

302화. 시원한데?

302화. 시원한데?

커어어.

스륵.

세준의 코 고는 소리에 짧은 네 다리를 쭉 뻗으며 일어난 펜릴.

낑?

'아침인가?'

옆에서 자고 있는 세준을 보며 펜릴은 아침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단지 세준이 침대에 일찍 누웠고, 펜릴이 검은색 로얄젤리를 먹고 강해지며 기절 시간이 짧아진 것뿐.

그러나

낑!낑!

'야! 배고파! 밥 줘!'

툭.툭.

그걸 모르는 펜릴은 아침밥을 먹기 위해 세준의 얼굴을 앞발로 치며 깨웠다.

"으음···뭐야?"

세준이 테오의 안마에 비해 다소 거친 펜릴의 앞발에 눈을 떴다.

세준이 눈을 뜨자

낑?낑!

'일어났어? 빨리 밥 줘!'

척.

펜릴이 재빨리 세준의 앞에 앉아 열심히 꼬리를 흔들며 밥을 요구했다.

"우리 까망이 배고프구나? 알았어."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를 꺼내 펜릴에게 줬다.

짭.짭.짭.

그렇게 펜릴이 군고구마 말랭이를 맛있게 먹고 있을 때

"박 회장, 일어났냥?"

세준의 무릎에서 자고 있던 테오가 일어나며 물었다.

"응. 테 부회장, 근데 내가 왜 여기 있어?"

세준이 자신이 왜 침대에 누워있는지 궁금해하며 테오에게 물었다.

"냥···."

큰일이다냥! 자신이 때려서 기절했다고 말할 수 없는 테오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에일린 누나, 어떡하냥?

에일린에게 SOS를 보네는 테오.

[탑의 관리자가 걱정 말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세준의 관심을 돌릴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 세준이 어디 있느냐?!

밖에서 카이저가 세준을 불렀다.

에일린이 카이저를 세준에게 바로 보낸 것.

'푸후훗. 에일린 누나, 훌륭하다냥!'

[탑의 관리자가 자신은 위대한 검은용이니 훌륭한 게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맞다냥! 에일린 누나는 위대하고 훌륭하다냥!'

그렇게 에일린과 테오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네! 저 여기 있어요!"

세준이 서둘러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낑?!

'어디 가냐?!'

뚱땅.뚱땅.

자신을 보호할 세준이 움직이자 펜릴도 세준을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낑!

'같이 가!'

점점 멀어지는 둘의 거리. 펜릴의 보폭으로는 세준을 따라갈 수 없었다.

낑!낑!

'야! 나도 데려가!'

뚱땅.뚱땅.

펜릴이 세준을 부르며 열심히 쫓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