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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

꾸엥!

[그냥 먹어야 한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재능을 간파한 것처럼 칡뿌리를 내밀며 쓰게 먹을 것을 강요했다. 어디 갔나 했더니 서쪽 숲에서 타락한 엔트와 트리탄의 사체에 심은 칡뿌리를 캔 모양이었다.

세준은 원래 칡이 퍼지지 않게 적의 사체들을 칡과 함께 태워버리려 했지만, 꾸엥이가 약초를 키우고 싶다고 세준을 말렸다. 덕분에 꾸엥이가 선별한 약성 좋은 칡뿌리를 탑 99층에서도 먹을 수 있게 됐다.

씨앗이라도 퍼지면 칡이 금세 서쪽 숲에 퍼질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세준이 따로 생각해 둔 게 있어 걱정없었다.

"알았어."

평소와 다르게 오늘은 세준이 꾸엥이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 세준도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의 효과를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

우적.

"크흡."

꿀꺽.

쓴맛을 참으며 세준이 칡뿌리를 삼켰다. 그래도 참을만한 쓴맛이었다.

그리고

[억센 생명의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20 상승합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2 상승합니다.]

체력 2가 추가로 상승하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 정도가 2라고?"

5 정도는 되는 것 같았는데? 세준이 자신이 먹은 쓴맛 정도를 알려주는 메시지에 당황했다.

이게 2면 10은 뭔데? 세준은 죽을 때까지 쓴맛을 먹고 체력 10이 상승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꾸엥!꾸엥!

[여기 한 개 더 있다요!]

꾸엥이가 간식주머니에서 칡뿌리 한 개를 더 꺼내며 시간차 공격을 했다.

꾸엥!꾸엥!

[이번에도 그냥 먹는다요! 방금 그냥 먹으니 효과가 있었다요!]

세준이 칡뿌리를 먹고 체력 2가 늘어난 것을 귀신같이 캐치한 꾸엥이가 말했다. 아빠 건강은 꾸엥이가 다 체크하고 있다요!

"으응······."

체력이 추가로 증가하는 걸 들킨 세준이 힘 없이 대답했다.

'그때 안 된다고 할걸!'

세준이 칡을 태웠어야 한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끄읍."

오만상을 쓰며 세준이 칡뿌리 하나를 다시 씹어 먹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이번에는 똑같이 체력 20이 상승했지만, 쓴맛은 조금 덜했다. 아니 쓴맛이 덜한 게 아니라 세준의 입이 쓴맛에 적응한 상태였다.

그렇게 쓴 칡뿌리를 2개나 먹은 세준이 입가심을 위해 꿀젤리를 꺼내 꾸엥이와 나눠 먹었다.

"자. 꾸엥이 꿀젤리 1병, 아빠는 꿀젤리 1개."

같은 1이지만, 단위가 달랐다. 세준은 꾸엥이에게는 꿀젤리가 가득 든 유리병 1개를 주고 자신은 꿀젤리 1개를 먹었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

꿀젤리 유리병을 받은 꾸엥이가 세준의 일에 방해가 되지 않게 옥수수밭 밖에 자리를 잡고 앉아 품에 유리병을 안고 꿀젤리를 하나씩 빼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일해야지."

세준은 다시 옥수수 수확을 시작했다.

서걱.서걱.

그렇게 점심이 될 때까지 허리 한 번 안 펴고 옥수수를 수확한 세준.

"그러보 보니 요즘 지치지를 않네."

세준이 몇 시간 동안 일하고도 땀은 흘리지만, 지치지 않은 자신을 신기해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세준의 체력은 244. 꾸엥이가 칡뿌리를 열심히 새준에게 먹이며 세준의 체력을 올린 덕분이었다.

"흐흐흐. 이 정도면 나 체력왕아님?"

세준이 뿌듯해하며 말했다. 물론 인간의 기준이었다.

꾸엥이가 들었으면 한숨 쉴 소리였다. 꾸엥이의 기준으로 세준의 체력은 아직도 어디 가서 돌연사하기 딱 좋았다.

***

"다른 용들은 어떻더냐?"

홀짝.

카이저가 세준이 준 소주를 마시며 물었다. 붉은용의 이상이 확인되자 카이저는 안톤을 시켜 얼음의 정수와 땅의 정수를 만드는 푸른용과 갈색용을 찾아가 그들의 상태를 확인하게 했다.

홀짝.

"다른 용들은 정상적으로 정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안톤이 자신의 잔에 채워진 소주를 마시며 대답했다.

"그건 다행이군. 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탑도 제대로 옮기고 그 세상의 존재들을 지원해 멸망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흐음. 그럼 그들은 이상이 없는 건가?"

카이저가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 다행이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카이저는 어떤 힘으로 인해 현재 모든 용족의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한 가지 생각을 못하도록 방해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힘은 굉장히 강해서 카이저가 일부러 마법을 사용해 '멸망과 싸워 세상을 지켜야 한다.'라고 직접 마법으로 새긴 글자를 지워버릴 정도였다.

어떤 힘이 현실에서까지 작용해 검은용이 '멸망과 싸워 세상을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다.

카이저가 확인한 바로는 검은용은 멸망과 싸워 세상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얀용은 탑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붉은용은 불의 정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하도록 방해받고 있었다.

"각 용족이 다 다른 생각을 방해받고 있다면 찾기 어려워"

카이저가 고민에 빠졌다. 무슨 생각을 배재하고 있는지 알아야 다른 용한테 알려줄 텐데 그걸 알 방법이 없었다.

***

고로롱.

우르치의 막사에서 곤히 자고 있는 테오.

그때

"테 부회장님."

제프가 테오를 깨웠다.

"냐앙···뭐냥?"

"테 부회장님, 헌터들이 도착했습니다."

"알겠다냥!"

제프의 말에 테오가 일어나 헌터들이 기다리는 캠프로 이동했다.

"테 부회장님 오십니다!"

테오가 캠프에 가까워지자 고양이 인턴들이 테오의 등장을 알렸고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덕분에 바로 경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

"테 부회장! 땅콩을 사고 싶어!"

"그래! 마력의 땅콩! 그게 꼭 필요해!"

"맞아! 그거 없으면 집에 들어오지도 말래!"

한국의 헌터들이 테오에게 마력의 땅콩을 팔라고 요구했다. 테오가 저번에 내려왔을 때 엄정식에게 준 마력의 땅콩 때문.

엄정식은 모의고사 전날 자신의 딸 엄효정에게 공부하면서 먹으라고 마력의 땅콩을 줬고 땅콩을 먹고 공부를 한 엄효정의 모의고사 등수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원래 전교 30등 정도 하던 엄효정이 전교 1등을 한 것. 그로 인해 원래 상위권 학생들의 엄마들이 비법을 알기 위해 엄정식의 와이프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 애 아빠가 탑에서 땅콩을 가져왔는데 그게 효과가 엄청나네요. 호호호."

엄정식의 와이프가 마력의 땅콩에 대해 얘기하면서 맘카페나 학원가를 통해 빠르게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걸 들은 수험생 자식을 둔 헌터들의 와이프들이 남편을 푸쉬했다.

그래서 여기서 헌터들이 마력의 땅콩을 간절히 외치고 있는 것이다.

"마력의 땅콩?"

"그게 뭐지?"

아직 마력의 땅콩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 헌터들이 어리둥절해할 때

"푸후훗. 그렇지 않아도 마력의 땅콩을 가져왔다냥!

테오가 웃으며 봇짐에서 마력의 땅콩을 꺼냈다. 저번에 엄정식에게 준 건 다 오늘을 위해서였다. 이렇게까지 열성적일지는 몰랐지만.

"다른 인간들도 보라냥!"

테오는 마력의 땅콩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다른 헌터들에게도 마력의 땅콩을 보여줬다.

"완판이다냥!"

덕분에 오늘 경매도 아주 성공적이었다.

"앞으로 힘의 감자는 빌이, 민첩의 당근은 제프가 경매로 팔 거다냥!"

테오는 헌터들에게 빌과 제프를 소개하고는 다시 탑 99층을 향해 올라갔다.

"푸후훗. 박 회장, 기다려라냥!"

돌아가는 테오의 발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

"자 다시 일해볼까?!"

점심을 먹고 꾸엥이와 잠깐 낮잠을 잔 세준이 대파밭으로 향했다. 오늘은 일반 대파가 아닌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를 자를 생각이었다.

신선함의 낫으로 자른 칼날 이파리도 좀 더 오래 유지가 되는지 알고 싶었다.

"후훗. 이제는 나도 자를 수 있지!"

견고한 칼날 대파밭에 도착한 세준이 자신 있게 낫을 휘둘렀다.

서걱.

한 번에 칼질에 쉽게 잘려 나가는 견고한 칼날 대파. 예전이라면 꾸엥이나 테오가 잘라줘야 했지만, 과거의 힘이 약한 세준이 아니었다.

이제 힘 100이 넘은 세준도 충분히 견고한 칼날 대파를 자를 수 있었다.

거기다 체력이 높아지면서 재능 : 단단함으로 무시할 수 있는 데미지가 높아져 견고한 칼날 대파를 맨손으로 잡아도 다치지 않았다.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견고한 칼날 대파의 이파리를 베고 있을 때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경매를 끝내고 돌아온 테오가 세준의 얼굴을 향해 몸을 날렸다.

푹.

"테 부회장, 왔어? 퉷. 근데 좀 비켜줄래."

테오의 털이 입에 들어간 세준이 털을 뱉어내며 말했다.

"푸후훗. 알겠다냥!"

세준의 말에 테오가 세준의 얼굴에서 내려와 세준의 무릎을 꼭 안고 얼굴을 비볐다. 보고 싶었다냥!

"푸후훗. 박 회장, 선물이 있다냥!"

"선물?"

"그렇다냥!"

쿵!

무릎과 충분히 인사를 나눈 테오가 봇짐에서 거대한 바위를 꺼냈다.

"이게 뭔데?"

세준이 바위를 살펴보려 할 때

번쩍.

바위가 스스로 떠오르더니 다른 곳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어?!"

"냥?! 붙잡아라냥!"

자신의 선물이 도망가자 테오가 서둘러 바위를 쫓아갔다.

"거기 서라냥!"

테오가 바위를 쫓는 도중

쿵!

바위가 아래로 떨어졌다. 세준의 집 앞 신령스러운 비석 파편 위였다.

"푸후훗. 잡았다냥! 이제 못 도망간다냥!"

테오가 네 발에 힘을 꽉 준 상태로 바위 위에 섰다.

그때

번쩍.

바위에서 강한 빛이 폭발하며 테오가 튕겨 나왔다.

"테오!"

뒤에서 쫓아오던 세준이 몸을 날려 테오의 몸을 받았다.

스르륵.

몸이 땅에 쓸렸지만, 단단함 효과로 다치지는 않았다.

"테 부회장, 괜찮아?!"

세준이 서둘러 일어나 테오를 살펴보며 물었다.

"냥··· 나는 괜찮다냥! 그것보다 내 선물은 어떻게 됐냥?"

다행히 테오는 아무렇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테오가 서둘러 바위를 찾았다.

그리고

"냥? 합쳐졌다냥?"

"어?! 그러네."

세준과 테오는 신령스러운 비석의 파편과 테오가 가져온 바위가 합쳐진 걸 발견했다. 둘은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이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게 뭔데 합쳐지지?"

세준이 비석에 손을 올리려 할 때

파앗!

비석이 다시 한번 반짝였다. 이번에는 비석 전체가 빛난 것이 아니라 앞면에서만 반짝였다.

그리고

[일계(一誡) - 탑농부만이 멸망을 막을 수 있다.]

빛이 사라지자 비석의 앞면에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214화. 하늘에 뭐가 있어?

214화. 하늘에 뭐가 있어?

"테 부회장, 이거 뭐라고 쓰여 있는 거야?"

비석에 쓰인 문자는 세준이 읽을 수 없는 글자였기에 세준은 테오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겠다냥! 에일린 누나한테 물어보자냥!"

"그래. 에일린, 이것 좀 읽어줘."

졸지에 문맹이 된 둘이 에일린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탑의 관리자가 잠깐만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에일린이 비석의 글자를 해석해서 알려줬다.

"뭐?! 탑농부만이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에이린의 말에 세준이 화들짝 놀랐다.

'설마 나보고 멸망의 사도랑 싸우라고?!'

아니 그럴싸한 전투 스킬이라도 주고 싸우라고 해야지! 이건 아니잖아!

"그래.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했지, 이긴다고는 안 했어. 직접 싸우라는 건 아닐 거야."

전투에 젬병인 세준은 자연스럽게 싸우지 않는 쪽으로 머리를 굴렸다. 자신의 직업이 탑농부인 만큼 전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

다다다.

꾸엥?!꾸엥?!

[무슨 일이다요?! 아빠 괜찮다요?!]

멀리서 빛의 폭발을 발견하고 달려온 꾸엥이가 도착했다.

"별일 아냐. 나 걱정돼서 온 거야?"

꾸엥!

[그렇다요!]

꾸엥이가 대답하며 세준의 다리를 꼭 안았다. 흐흐흐. 귀여운 녀석. 세준이 자신을 걱정해 달려온 꾸엥이를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근데 이 바위가 뭔데 이런 게 쓰여있는 거지?"

세준이 궁금해하며 바위에 손을 올렸다.

[창조신의 비석]

창조신이 남긴 10개의 비석 중 1개입니다.

주변을 이롭게 하는 창조신의 신성력이 흘러나옵니다.

비석을 많이 모을수록 창조신의 신성력이 강해집니다.

???

등급 : 측정 불가

"응?! 창조신의 비석?"

비석을 살펴본 세준이 의아해했다. 이름이 '신령스러운 비석의 파편'에서 '창조신의 비석'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

"근데 창조신이 누구지? 에일린은 창조신이 누군지 알아?"

궁금한 게 생긴 세준이 에일린에게 물었고 에일린은 자신의 지식을 뽐내며 세준에게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3시간 후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눈이 풀린 거 같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잘 듣고 있는 게 맞냐고 묻습니다.]

"어?! 어! 잘 듣고 있었지! 창조신님이 3000년 전에 탑을 만들고 사라지셨다는 거잖아."

세준이 서둘러 대답했다.

[탑의 관리자가 잘 듣고 있다니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다 뼈가 되고 살이 될 얘기니 집중해서 들으라고 말합니다.]

"응!"

'휴우. 위험했다.'

간신히 위기를 넘긴 세준이 속으로 안도했다.

에일린의 얘기가 재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열정 가득한 에일린이 창조신의 탄생 비화부터 얘기하는 바람에 세준은 점점 지쳐갔다. 집중력의 한계가 오고 있었다.

그렇게 세준이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얘기를 듣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창조신에 대해서 모른다고 무시당할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에일린의 설명이 끝났다.

"응! 고마워!"

마무리를 짓는 에일린의 말에 세준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그때

꼬르르르륵.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 있던 꾸엥이의 배꼽 알람이 울렸다. 좀 쉬나 했더니 배고픈 맹슈가 세준을 기다렸다.

"꾸엥이, 이거 먹고 있어."

스킬을 사용해 만든 거대 땅콩 10알을 꾸엥이에게 주고 취사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얘들아! 저녁 먹자!"

세준이 동물들을 불러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

관리자 구역.

"크히히히. 할아버지!"

세준에게 창조신에 대해 설명한 에일린이 서둘러 카이저를 불렀다. 카이저에게 세준이 멸망을 막을 존재라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크하하하 우리 손녀, 할애비가 보고 싶었더냐?

에일린의 부름에 검은 용 조각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외부 일에 신경 쓰느라 검은 용 조각상을 사용하지 않고 있던 카이저였다.

"할아버지, 우리 세준이가 멸망을 막을 존재래요!"

-뭐?! 그게 무슨 소리냐? 그 비실이가 어떻게 멸망을 막아? 차라리 꾸엥이가 막는다면 믿겠다.

에일린의 말에 카이저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야! 여기 봐봐요!"

카이저가 세준을 무시하자 발끈한 에일린이 수정구로 창조신의 비석을 보여줬다.

-응?! 이건?

카이저가 비석에 쓰인 글을 보며 놀랐다.

"맞죠?! 우리 세준이가 멸망을 막을 거예요!"

에이린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탑농부라고 했지 세준이라고는 안 했는데······.'

카이저는 하고 싶은 말을 조용히 마음속으로만 했다.

"크히히히. 이럴 때가 아니에요! 빨리 세준이에게 줄 선물을 완성해야겠어요!"

에일린이 세준에게 줄 카이-라의 드래곤하트 파편에 마법을 각인하러 갔다.

그리고

-이상하군······.

혼자 남은 카이저가 아무런 피해 없이 봉인이 풀린 창조신의 비석을 보며 의아해했다. 비석의 봉인이 풀림과 동시에 창조신의 기운이 흘러나와야 했다.

하지만 탑 99층은 너무도 멀쩡하고 평온했다.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었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세준이 눈을 뜨며 잠에서 깼다.

"냐앙······."

일단 무릎 위에서 자는 테오를 잠깐 들어 몸을 일으킨 세준이 테오를 다시 무릎에 착용했다.

그리고

슥.

침실 벽에 날짜를 표시하며 조난 337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세준이 밖으로 나오자 어제는 보이지 않던 표지판 하나가 비석 앞에 세워져 있었다.

세준이 어젯밤 테오를 시켜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비석의 글을 모두가 아는 언어로 표지판에 옮겨 적은 것이다.

"오늘은 백설기가 땡기네."

세준이 취사장으로 가서 떡을 만들기 위해 재화를 삼키는 쌀반죽에 돈을 넣고 쌀가루를 받아 찜기에 담았다.

그렇게 떡을 안치고 조금 기다리자

꾸엥!

[아빠 좋은 아침이다요!]

꾸엥이가 취사장으로 세준을 찾아와 인사했다. 이미 세준이 아침을 하고 있어서인지 오늘은 아기 맹슈가 상당히 온순했다.

"응. 꾸엥이 잘 잤어?"

꾸엥!

[꾸엥이 꿀잠 잤다요!]

꾸엥이가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세준의 무릎으로 올라왔다.

슥.슥.

세준은 자신의 양무릎에 누워있는 테오와 꾸엥이를 쓰다듬으며 떡이 완성되기 기다렸다.

잠시 후

"얘들아 밥 먹자!"

떡이 완성되자 세준이 다른 동물들을 불러 아침을 먹었다.

그렇게 동물들이 아침을 다 먹고 설거지를 끝내자

"잠깐만 모여봐. 중대 발표가 있으니까."

세준이 탑 99층의 일꾼들을 비석 앞에 전부 모이게 했다.

그리고

"자 여기 읽어봐."

비석 앞 표지판에 쓰인 글자를 읽게 했다.

"흐흐흐. 봤지? 이 몸이 멸망으로부터 세상을 구할 영웅이시다."

직접 싸울 생각은 없지만, 자랑은 하고 싶은 세준이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동물들에게 말했다.

"푸후훗. 봤냥? 이 몸은 세상을 구할 박 회장의 오른 팔이다냥!"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봤다요? 꾸엥이는 세상을 구할 아빠의 보디가드다요!]

테오와 꾸엥이도 세준을 따라 세준의 좌우에 서서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자신들의 대단함을 뽐냈다.

"이제 내려가자."

자랑을 다 한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데리고 탑을 내려갈 준비를 했다. 탑 85층으로 내려가 며칠 사이 다시 무성하게 자랐을 칡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불로 줄기는 태웠지만, 뿌리는 살아있기에 칡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내려가서 칡을 제거해줘야 했다.

그렇게 탑 85층으로 칡을 태우러 내려간 세준.

하지만

"응?!"

음머?!

그럴 필요가 없었다. 탑 85층에는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땅에서 자라는 칡줄기뿐만 아니라 땅을 파 칡뿌리까지 먹어 치우고 있었기 때문.

"바로 돌아가도 되겠네."

귤나무의 상태를 확인한 세준은 탑 99층으로 돌아가기 전 우마왕에게 탑 85층의 칡을 전부 먹어달라는 부탁을 하며 잡다한 얘기를 나누던 중

음머!음머!

[맞다! 이걸 탑 98층에서 찾았습니다!]

우마왕이 탑 98층에서 찾은 연두색 과일을 건넸다. 겉에 거친 그물 모양이 있는 과일이었다.

"어? 이건 멜론아냐?!"

세준이 과일을 바로 알아봤다.

음머!

[이거 엄청나게 맛있습니다!]

세준이 멜론을 알아보자 흥분한 우마왕이 콧김을 뿜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세준은 탑 99층으로 돌아가려던 생각을 빠르게 수정하며 다음 목적지를 탑 98층으로 바꿨다. 이번 기회에 아래층에 사는 몬스터들에게 층간 소음이 있는지 확인하면 될 것 같았다.

그때

꾸엥!꾸엥!

[꾸엥이가 아빠꺼 찾았다요! 그냥 먹는 거다요!]

잠시 보이지 않던 꾸엥이가 황금빛 칡뿌리를 세준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크읍······."

꿀꺽.

바로 칡뿌리를 씹어 삼켰다.

[생명의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체력이 50 상승합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3 상승합니다.]

이게 3의 쓴맛이군. 메시지를 보며 세준이 씁쓸한 표정을 짓었다. 그래도 꾸엥이의 열성 덕분에 세준의 체력이 거의 300에 가까워졌다.

"얘들아 아공간에 들어가 있어."

"알겠다냥!"

꾸엥!

[알겠다요!]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아공간 창고에 넣고 탑 98층의 땅문서를 펼쳤다.

***

끼리릭.

세준의 집 지붕에서 움직이지 않던 하얀 용 조각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술 먹고 싶다.

탑을 움직이고 세상에 자리를 잡게 하기 위해서 할 게 많아 피곤했던 켈리온은 술부터 찾았다.

그때

-응?!

켈리온이 세준의 앞에 있는 창조신의 비석을 발견했다.

-탑농부만이 멸망을 막을 수 있다고?!

비석의 글을 읽은 켈리온이 감격했다. 역시 우리 손자야! 저 말은 아작스가 멸망을 막을 존재라는 의미.

하지만 곧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근데 100년간 세준이의 노예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켈리온이 잠깐 당황했지만

-에이. 어차피 멸망을 막으려면 우리 아작스 정도는 돼야지. 세준이는··· 뭐···

가볍게 세준이를 멸망을 막을 후보에서 지웠다.

그리고

-카이저! 술 마시자! 어디 있어?!

술친구인 카이저를 부르기 시작했다.

***

[검은탑 98층 농장에 도착했습니다.]

[최상층인 탑 99층에서 탑 98층으로 이동했습니다.]

[1층을 내려갔습니다.]

[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1 상승합니다.]

"오!"

탑 98층에 도착하자 주변에 탐스러운 멜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우마왕이 주변을 깨끗이 정리했기에 얼쩡거리는 몬스터는 없을 거라고 하더니 정말 아무도 없었다.

"얘들아 나와."

세준이 아공간 창고에 있는 테오와 꾸엥이를 불렀다.

"알겠다냥!"

쌩.

역시 이번에도 세준의 부름에 달려오는 건 테오뿐. 꾸엥이는 열심히 간식주머니를 채우고 있었다.

착.

테오가 세준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렇게 간식주머니를 채우는 꾸엥이를 위해 아공간 창고를 열어두고 세준은 멜론 나무에서 멜론을 수확했다.

"흐흐흐. 맛있다."

물론 중간에 멜론 맛도 보면서.

그때

꾸엥!

[맛있는 냄새 난다요!]

간식주머니를 채우고 밖으로 나온 꾸엥이가 멜론의 단내를 맡고는 서둘러 세준의 앞으로 달려와 멜론을 넣어달라고 입을 벌렸다.

"자 여기. 맛있지?"

세준이 꾸엥이의 입에 멜론을 넣어주며 말했다. 분명 맛있다고 둠칫둠칫 엉덩이를 흔들 맛이었다.

하지만 다물어지지 않는 꾸엥이의 입.

머엉.

꾸엥이는 하늘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꾸엥아, 왜 그래? 하늘에 뭐가 있어?"

이상함을 느낀 세준이 꾸엥이를 따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그리고

"어?! 저게 뭐야?"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나무뿌리를 발견했다.

215화. A급 탑농부가 되다.

215화. A급 탑농부가 되다.

평소와 같이 차원의 바다에서 심해의 괴물과 멸망의 사도를 찾기 위해 뿌리를 사방으로 뻗던 불꽃이.

[히힛. 찾았어요!]

사냥감을 찾은 불꽃이가 기뻐하며 적을 뿌리로 압사시켜버렸다.

[이얍! 멸망의 사도예요! 히힛. 코인을 5개나 얻었어요!]

멸망의 사도를 처치한 불꽃이가 멸망의 사도가 흘린 코인을 챙기며 기뻐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 코인을 주인님께 어떻게 드리죠?]

불꽃이가 세준에게 코인을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멸망의 사도를 잡는 것보다 세준에게 자신의 덩치를 들키지 않고 코인을 전달하는 게 훨씬 힘든 불꽃이였다.

그때

[어?! 주인님?!]

불꽃이가 자신의 뿌리를 보는 세준의 시선을 느꼈다.

[히잉. 주인님에게 제 뿌리를 보이다니 부끄러워요!]

세준에게 귀여운 모습만 보이고 싶은 불꽃이가 서둘러 탑 98층의 뿌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뿌리를 내린 상태라 뿌리를 빼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맞다! 지금 주인님이 있는 쪽으로 코인을 던지는 거예요!]

세준에게 코인을 전해줄 기회라고 생각한 불꽃이가 뿌리를 움직이면서 세준이 있는 쪽으로 코인을 던졌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코인들.

너무 생뚱맞았지만

[좋아요! 아주 자연스러웠어요!]

불꽃이는 아주 만족했다.

***

'불꽃이 누나가 왜 여기 있다요?!'

세준에게 멜론을 받아먹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던 꾸엥이가 하늘을 뚫고 뻗어 있는 불꽃이의 뿌리를 보며 당황했다.

각 층은 차원적으로 완전히 분리돼 있지만,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탑 98층의 하늘에 뿌리를 내렸다면 그건 탑 99층에서 뿌리가 내려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건 누가 봐도 불꽃이의 뿌리였다.

'불꽃이 누나는 생각이 있는 거다요 없는 거다요?! 이걸 아빠한테 어떻게 숨긴다요?!'

그렇게 꾸엥이가 당황한 사이

"어?! 저게 뭐야?"

세준도 불꽃이의 뿌리를 발견했다. 거대한 뿌리에 작은 잔뿌리들이 갈라져 하늘을 움켜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무뿌리가 왜 저런 데 있지? 테 부회장은 저게 뭔지 알아?"

다행히 세준은 하늘에 있는 뿌리를 불꽃이와 연관시키지 못했다.

"냥?!"

세준의 말에 뒤늦게 하늘을 본 테오.

'왜 둘째가 여기 있는 것이냥?'

테오도 불꽃이를 보고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첫째로서 둘째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은 테오.

"박 회장! 저···저건 하늘에 부유하는······."

그래서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을 지어내고 있을 때

뿌드득.뿌드득.

땡그랑.

불꽃이의 뿌리가 움직이며 코인들이 세준의 근처로 떨어졌다.

'둘째, 뭐 하자는 것이냥?!'

테오가 속으로 불꽃이를 향해 소리쳤다. 갑자기 하늘에서 코인을 던지는 뿌리. 이건 너무 수상해 보인다냥!

"어?! 이거 코인이잖아?"

세준이 불꽃이가 던진 코인을 주웠다.

"근데 이걸 왜 뱉어내지?"

역시 테오의 생각대로 이상하게 생각하는 세준. 하지만 핀트가 약간 달랐다. 불꽃이는 던진 거지만, 세준은 뱉어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 저거 벌레 잡아먹는 식물 같은 거구나?!"

세준은 불꽃이의 뿌리를 식충식물로 오해했다. 엉겁결에 사과나무에서 식충식물이 된 불꽃이.

"멸망의 사도를 잡아먹고 이 코인은 소화가 안 돼서 뱉어낸 거지."

"그···그거다냥! 내가 말하려던 게 그거다냥!"

세준이 알아서 착각을 해주자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생각이 맞다고 맞장구를 쳤고

꾸엥!

[아빠 꾸엥이 이거 더 먹고 싶다요!]

꾸엥이는 입을 벌리고 멜론을 계속 달라고 요구하며 세준이 더 이상 불꽃이의 뿌리에 신경 쓰지 못하게 했다. 덕분에 세준은 멜론을 따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세준이 몇 시간 동안 열심히 멜론을 수확하고 있을 때

[탑 98층 멜론나무 땅문서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땅문서의 스킬 : 농장 정보 Lv. Max가 활성화됩니다.]

땅문서의 주인으로 인정받았고

"농장 정보."

활성화된 농장 정보를 확인했다.

[농장 정보 Lv. Max]

크기 : 5000평

작물 : 멜론나무 130그루

일꾼 : 1명(땅의 소유자)

특이 사항 : 없음

농장은 아주 평범했다.

세준이 농장 정보를 확인하는 사이

"푸후훗. 역시 박 회장은 속이기 쉽다냥!"

꾸엥!

[꾸엥이가 주의를 끌었기 때문이다요!]

테오와 꾸엥이는 불꽃이의 덩치를 들키지 않은 것이 서로 자신들의 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만 돌아가자."

멜론 수확을 끝낸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불렀다.

"알겠다냥!"

꾸엥!

[알겠다요!]

그렇게 세준이 둘을 데리고 탑 98층 웨이포인트로 도착하자

[탑 98층 보스 블랙이글 레딘]

크기 5m의 거대한 검은 독수리 인간이 보였다.

"웬···어서 오십시오! 세준 님!"

우마왕에게 철저하게 정신 교육을 받은 레딘이 세준을 막으려다 세준의 왼팔에 있는 검은용 문신을 보고 서둘러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그래. 반가워."

[탑 98층 웨이포인트가 저장됐습니다.]

[저장된 다른 층의 웨이포인트를 불러옵니다.]

[저장된 다른 층 웨이포인트(6개)]

-탑 99층

-탑 85층

-탑 83층

···

..

.

덕분에 세준은 편하게 웨이포인트를 등록하고 탑 99층으로 돌아갔다.

***

푸른탑 23층.

"크크크. 찾았다."


전신에 녹색 비늘이 돋은 남자가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땅에 발을 디디며 말했다.

그리고

뚜벅.뚜벅.

당연하다는 듯이 남자는 황무지를 걸어 땅의 중앙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새하얀 건물이 보였다. 세준이 예전에 봤던 에밀라의 화단이 있는 곳이었다.

남자가 화단으로 다가가자

파스스스.

남자의 주변에 있던 농작물이 재로 변하며 땅이 황무지로 변하기 시작했다. 화단의 면적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렇게 화단의 면적이 절반으로 줄었을 때

"여기까진가?"

남자의 말과 함께 에밀라의 화단은 남자를 쫓아내고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

꾸엥!꾸엥!

[집이다요! 꾸엥이는 약초를 보고 오겠다요!]

탑 99층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꾸엥이는 약초를 살펴본다며 서쪽 숲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우린 낮잠이나 잘까?"

"좋다냥! 그 전에 츄르를 먹고 잘 거다냥!"

"알았어."

세준은 낮잠을 자기 위해 테오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때

[긴급 직업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에밀라의 화단이 큰 피해를 입어 회복이 필요합니다. 오늘 안에 신품종 하나를 탄생시켜 창조의 힘으로 화단을 회복시키십시오!]

보상 : 대량의 직업 경험치

갑자기 퀘스트가 나타났다.

"응?!"

오늘 안에 신품종을 만들라고? 너무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보상으로 얻는 대량의 직업 경험치가 탐이 났다. 탑농부 등급이 B에서 답보 상태인 세준에게는 너무 매력적인 제안.

"박 회장, 왜 그러냥? 설마?! 츄르가 떨어진 거냥?!"

세준이 멈춰서자 이상함을 느낀 테오가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갑자기 퀘스트가 생겨서 못 잘 거 같아."

"괜찮다냥! 왜냐하면 박 회장은 손이 2개기 때문이다냥!"

한 마디로 세준의 사정은 모르겠고, 자신은 세준이 먹여주는 츄르를 먹고 자겠다는 테오.

서걱.

[마력의 방울토마토 6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신선함의 낫에 깃든 냉기 효과로 수확한 농작물의 유통기한이 5일 늘어납니다.]

[경험치 300을 획득했습니다.]

"자."

촵촵촵.

어쩔 수 없이 세준은 오른손에 쥔 신선함의 낫으로 방울토마토 가지를 베면서 왼손으로는 테오에게 츄르를 먹였다.

잠시 후

고로롱.

츄르를 맛있게 먹은 테오는 세상 편하게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어 잠들었고 세준은 계속 수확을 하며 신품종이 나타나길 바랐다.

"방울토마토는 이제 수확할 게 없네. 고구마밭으로 가야지."

방울토마토를 전부 수확한 세준이 고구마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땅 움직이기!"

마일러의 괭이를 사용해 고구마를 수확했다.

[힘의 고구마 500개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2만 5000을 획득했습니다.]

"여기도 끝."

세준은 고구마밭 수확을 끝내고 감자밭, 당근밭, 땅콩밭, 대파밭 순으로 빠르게 농작물 수확을 이어갔다.

그렇게 하루가 바뀌기 1시간 정도 남았을 때

"퀘스트 완료 못하겠네."

거의 몇십 만개의 농작물을 수확한 세준이 퀘스트를 포기하려 했다. 더 하고 싶어도 농장에 수확할 농작물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기 때문.

그때

삐익!

아빠 토끼가 세준을 부르며 무밭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채종을 끝내고 뽑지 않은 무 5개가 남아 있었다.

"오! 아직 남은 무가 있었네?"

세준이 서둘러 무밭으로 달려가

쑤욱.

무를 뽑았다.

[체력의 무를 수확했습니다.]

···

..

.

첫 번째 무는 꽝이었다.

쑤욱.

쑤욱.

두 번째, 세 번째 무도 꽝이었다. 이제 남은 무는 2개.

"테 부회장 어느 걸 먼저 뽑을까?!"

신중해진 세준이 테오에게 물었다.

"냐앙······."

세준의 물음에 테오가 자신의 앞발을 무에 가져가며 끌림이 있는지 느꼈다.

하지만

"박 회장, 끌림이 없다냥!"

테오는 끌림을 느끼지 못했다.

"알았어."

세준도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기에 왼쪽 무를 뽑으려 했다.

그때

"근데 이상하게 이쪽 무에 내 수염이 끌린다냥!"

테오가 자신의 수염이 향하는 오른쪽 무를 보며 말했다.

"그래?"

세준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오의 말을 믿고

쑤욱.

오른쪽 무를 뽑았다.

[강한 하체의 무를 획득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했습니다.]

"어?! 강한 하체의 무?"

[탑에서 신품종을 탄생시키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탑에서 신품종에 대한 당신의 독점 재배권을 인정합니다.]

[당신의 허락 없이는 강한 하체의 무를 재배할 수 없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씩 상승합니다.]

세준이 기다리던 신품종이 탄생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테 부회장, 잘했어!"

"푸후훗. 나는 다 잘 될 줄 알았다냥! 박 회장은 앞으로도 항상 나만 믿어라냥!"

세준의 칭찬에 테오가 우쭐거리려 생색을 열심히 냈다.

'푸후훗. 오늘도 박 회장에게 도움을 줬다냥!'

세준에게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 테오가 뿌듯한 마음으로 세준의 무릎에 마음껏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의 우쭐거림을 받아주고 있을 때

[제한 시간 내에 신품종을 탄생시켰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대량의 직업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직업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직업 경험치가 가득 찼습니다.]

[탑농부(B)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탑농부(A)가 되었습니다.]

[직업 등급이 상승하며 직업 특성이 강화됩니다.]

드디어 세준이 A급 탑농부가 됐다.

"좋아!"

세준이 뿌듯한 표정으로 등급이 상승했다는 메시지를 읽고 또 읽고 있을 때

파앗.

세준의 밀짚모자에서 황금빛이 폭발했다.

그리고

[유물 : 대지의 성자 패트릭의 밀짚모자가 착용자의 직업 등급 상승 확인합니다.]

[탑농부(A)를 확인했습니다.]

[유물 : 대지의 성자 패트릭의 밀짚모자의 제한이 완전히 풀립니다.]

대지의 성자 패트릭의 밀짚모자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216화. 난 쓸데가 없잖아!

216화. 난 쓸데가 없잖아!

"제한이 풀렸다고?"

세준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밀짚모자를 벗었다. 겉모습은 변화가 없었기에 바로 밀짚모자의 옵션을 확인했다.

[대지의 신 패트릭의 밀짚모자]

지상의 굶어 죽는 자들을 애석하게 여긴 대지의 신 패트릭이 성자로 행세하기 위해 지상에 강림할 때 가지고 온 신기입니다.

밀짚모자를 착용하고 있는 동안 재능 : 대지의 사랑을 받는 자가 개화됩니다.

대지의 자비를 베풀면 능력이 상승합니다.

사용 제한 : 농사 관련 직업을 가진 자, 체력 300 이상

제작자 : 대지의 신 패트릭

등급 : ★

"어?! 이름이?"

아이템의 이름이 변해있었다. 거기다 유물급이었던 밀짚모자가 신기로 업그레이드됐다. 대지의 성자 패트릭이 대지의 신 본인이었던 것이다.

"착용하는 동안만 재능이 개화된다고? 신기하네."

세준이 아이템 설명을 읽으며 말했다. 이런 아이템은 처음이었다.

이어서 다음 줄을 읽던 세준.

"대지의 자비?"

읽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가지 생각들이 있었다.

"일단 이건 나중에 시험해 보고······."

그렇게 다시 아이템의 설명을 읽어 나가던 세준.

"체력 300 이상?"

사용 제한에 체력이 300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에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좀 전에 신품종을 탄생시키며 직업 특성으로 모든 스탯이 10 상승했고 덕분에 세준의 체력은 307로 다행히 밀짚모자 착용에 문제가 없었다.

"근데 이 등급은 뭐지?"

마지막 줄까지 읽은 세준이 등급 옆에 있는 ★을 보며 말했다. 처음 보는 등급. 별이 SSS급보다 낮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럼 SSS급 다음 등급이겠네."

척.

확인을 끝낸 세준이 다시 밀짚모자를 썼다.

[대지의 신 패트릭의 밀짚모자를 착용했습니다.]

[재능 : 대지의 사랑을 받는 자가 개화됩니다.]

재능이 개화됐다는 메시지를 확인한 세준이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의 재능창을 살폈다.

재능 : 비범한 범재, 자연의 친구, 만석꾼, 넘치는 마력 회로, 불의 친구, 단단함, 억센 생명력, 몸에 좋은 약이 쓰다, (대지의 사랑을 받는 자)

재능 : 대지의 사랑을 받는 자는 대지의 신 패트릭의 밀짚모자를 착용할 때만 재능이 개방돼서인지 소괄호로 표시돼 있었다.

[재능 : 대지의 사랑을 받는 자]

-대지와의 친화도가 최상인 상태로 대지의 사랑을 받는 재능입니다.

-대지가 당신에게 호의적으로 움직입니다.

"호의적으로 움직인다···흐아아암."

설명을 읽던 세준이 하품을 했다. 몸이 힘든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 피로가 있었다. 거기다 평소라면 지금 자고 있을 시간이기에 습관이 밴 몸이 자는 시간이라며 신호를 보냈다.

"자야겠다."

"냐앙··· 빨리 자자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졸고 있던 테오가 빨리 자자고 보챘다.

"알았어."

세준이 서둘러 수돗가로 가 샤워를 하면서 옷을 빨고는 손가락을 튕겨 만든 불로 빠르게 옷을 건조시켰다.

털썩.

"으아. 좋다!"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뽀송뽀송하게 마른 옷을 입은 상태로 침대에 누운 세준이 맨살과 이불이 스치는 느낌에 실실 웃었다.

'패트릭은 어떻게 됐을까?'

잠들기 전 세준은 대지의 신 패트릭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졌다.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지상에 강림한 신의 뒷 이야기가······ 그러나 세준의 생각은 이어지지 못했다.

커어어.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었기 때문.

커어어.

고로롱.

세준과 테오의 코 고는 소리가 침실에 켜켜이 쌓여갔다.

***

다음 날 아침.

"읏차!"

푹 자고 일어난 세준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고로롱.

뀨로롱.

들려오는 두 개의 코 고는 소리.

"이오나 왔네?"

새벽에 온 이오나가 테오의 꼬리로 자신의 몸을 돌돌 감고 자고 있었다.

"냐앙······."

세준은 테오의 몸을 들어 무릎에 착용하고 벽에 날짜를 표시했다. 338일 차 아침이 시작됐다.

"일단 어제 수확한 무부터 확인해야지."

어제 그냥 자는 바람에 신품종 무의 옵션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건가?"

세준이 종아리 모양을 닮은 굵은 무를 들었다.

[강한 하체의 무]

탑 안에서 자란 무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섭취 시 하체 근육이 활성화 돼 하체의 근성장이 촉진됩니다.

섭취 시 종족 번식 능력이 상승합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120일

등급 : B

강한 하체라고 하더니 진짜 말 그대로 강한 하체를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었다. 하체 운동 싫어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근데 이건 뭐야?"

세준이 섭취 시 얻는 두 번째 능력을 보며 인상을 썼다. 이상하게 화가 났다.

"근데 왜 화가 나는 거지?"

세준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삐익!

뺘앙!

아빠토끼와 수컷 토끼들이 다가와 다음에 수확할 강한 하체의 무를 예약하고 싶다며 다가왔다.

'이거였구나!'

세준은 왜 자신이 화가 나는 이유를 깨달았다. 난 쓸데가 없잖아!

"안 돼! 절대 안 돼!"

괜히 토끼들에게 심술을 부리며 세준은 강한 하체의 무를 다시 땅에 심었다. 채종을 하려면 무가 꽃을 피울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무를 심고 세준은 취사장으로 가서 아침을 만들었다. 메뉴는 로커스트 고기와 감자를 넣고 만든 감자수프.

"얘들아 아침 먹자!"

감자수프가 완성되자 세준이 동물들을 불러 함께 먹었다.

아침을 먹은 후

꾸엥!

[꾸엥이는 약초를 돌보고 오겠다요!]

"응. 잘 다녀와."

요즘 약초 돌보는 것에 푹 빠진 꾸엥이가 세준이 채워준 간식주머니를 메고 들고 서쪽 숲으로 달려갔다.

"나도 일해야지."

꾸엥이를 배웅한 세준이 빈 밭으로 갔다. 어떻게 해야 대지의 자비를 베풀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이게 대지의 자비겠지? 땅 움직이기!"

푹.

씨앗을 심는 것이 대지가 베푸는 자비라고 생각한 세준이 옥수수 씨앗을 심기 위해 마일러의 괭이로 밭을 찍었다.

[대지가 당신에게 호의적으로 움직입니다.]

[땅을 움직이기 위한 마력 소모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체력의 옥수수 500개를 심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체력의 옥수수들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7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7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체력의 옥수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7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대지의 자비를 베풀었다는 메시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대지가 호의적으로 움직이며 새준이 땅 움직이기를 사용할 때 소모되는 마력량을 절반으로 줄여줬다.

"좋아."

세준은 이후 씨앗을 1000개씩 심으며 빠르게 옥수수 10만 개를 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옥수수를 심고 세준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대지의 자비를 어떻게 해야 베풀 수 있는지 알아봤지만, 전부 실패했다.

"도대체 대지의 자비가 뭔데?!"

계속된 실패로 세준이 지쳐갈 때쯤

꾸엥!

[아빠 꾸엥이 왔다요! 꾸엥이가 좋은 거 가져왔다요!]

꾸엥이가 칡뿌리를 들고 달려왔다.

꾸엥!

[바로 먹는 거다요!]

꾸엥이가 칡뿌리를 건네며 빨리 먹으라고 재촉했다.

"응. 고마워."

우적.우적.

칡뿌리를 받자마자 세준이 칡뿌리를 꼭꼭 씹었다.

"크읍······."

꿀꺽.

쓰기는 했지만, 자신을 위해 칡뿌리를 키워 가져온 꾸엥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고 있었기에 세준은 쓴맛을 꾹 참으며 삼켰다.

[억센 생명의 칡뿌리를 섭취했습니다.]

[체력 잠재력이 20 상승합니다.]

[쓴맛이 나는 약을 섭취했습니다.]

[재능 : 체력에 좋은 약이 쓰다가 발동합니다.]

[체력이 3 상승합니다.]

'어쩐지 쓰더라······.'

세준은 체력이 3 상승하는 걸 보면서 서둘러 아공간 창고를 열어 꿀젤리를 꺼냈다.

"아빠 두 개, 꾸엥이 두 주먹."

세준이 자신의 입에 꿀젤리 두 개를 넣고는 꾸엥이에게 꿀젤리를 한 움큼 잡아 두 번 줬다.

그리고

"이번에는 땅에다 비료를 줘 볼까?"

다시 대지의 자비가 뭔지 알아내기 위해 고민에 빠진 세준.

꾸헤헤헤.꾸엥!꾸엥!

[헤헤헤. 꾸엥이 알았다요! 아빠한테 더 쓴 걸 주면 꿀젤리가 더 많이 나온다요!]

덕분에 세준은 꾸엥이가 이상한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