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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

다음 날 아침.

번쩍.

이른 새벽 세준의 눈이 뜨였다.

그리고

고로롱.

뀨로롱.

"응?"

의외의 코 고는 소리에 세준이 상체를 일으키자 테오의 꼬리를 감고 자고 있는 이오나가 보였다. 밤 늦게 들어온 모양이었다.

스륵.

평소보다 빨리 눈을 떴지만, 세준은 더 자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냐앙······."

테오를 무릎에 착용하고 침실 벽에 날짜를 표시하며 하루를 일찍 시작했다.

"께엑."

밖으로 나와 취사장에 도착한 세준이 조용히 버섯개미의 소리를 내자

께엑. 께엑. 께엑.

버섯개미 3마리가 더듬이를 꼿꼿이 들고 위풍당당하게 다가왔다. 당연히 그들의 등에는 범상치 않은 버섯이 하나씩 있었다.

어제 탑 99층에 도착한 세준은 잠깐 버섯개미의 둥지에 들려 영약을 확인했고 그들과 꾸엥이 몰래 오늘 새벽 접선하기로 미리 약속을 잡은 것이다.

"흐흐흐. 새벽에 나와 줘서 고마워."

께엑.

세준의 말에 버섯개미들이 자신의 등을 내밀었고 세준은 영약 3개를 전부 수확했다. 일반 영약인 느타리버섯과 표고버섯 2개와 상급 영약 화이트 트러플 1개였다.

꿀꺽.

세준이 일반 영약 2개를 빠르게 섭취했다. 마지막 남은 상급 영양인 화이트 트러플은 먹지 않고 테이블에 올려놓고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꾸엥!

[맛있는 냄새 난다요!]

아침이 되자 배고픔에 일어난 꾸엥이가 냄새에 끌려 취사장으로 왔다.

그리고

"꾸엥아 이것 봐라. 아빠가 엄청 먹고 싶었는데 꾸엥이랑 먹으려고 안 먹고 기다렸다."

화이트 트러플을 보이며 세준이 말했다. 화이트 트러플의 향으로 인해 세준이 먹은 영약 냄새는 완전히 묻혀버렸다. 날로 발전하는 세준의 꼼수였다.

꾸엥!꾸엥!

[아빠가 꾸엥이 위해 기다려줬다요! 꾸엥이 기쁘다요!]

세준의 말에 신났는지 꾸엥이가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조금 찔렸지만, 마지막 거는 안 먹고 기다렸으니 완전 거짓말은 아니다.

"자. 여기."

세준이 화이트 트러플을 꾸엥이와 맛있게 나눠 먹었고 덕분에 조난 324일 차 아침을 아주 평화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꾸엥!

[아빠가 최고다요!]

"크흠······."

세준은 다음에는 1개만 몰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냥 다 같이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최약체는 탈출하고 싶은 세준이었다.

178화. 소주를 만들다.

178화. 소주를 만들다.

"아작스는 잘하고 있나?"

아침을 먹은 세준이 아작스가 자신이 지시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현재 하얀 탑의 탑농부 아작스 마므브에게 지시한 일]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씨앗 심기(5만/10만)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 수확하기(3920/2만8000)

아작스에게 지시한 일에 씨앗 심기가 새로 추가돼 있었다.

세준은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먹어도 소용이 없는 걸 알게 되자 일부만 남기고 3000개의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채종해 10만 개의 씨앗을 얻었다.

그리고 그 씨앗을 탑간 운송을 이용해 아작스에게 보내 심으라고 지시했다. 물론 착불로 보내 100만 탑코인은 아작스가 지불했다.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 없이 아작스가 수확한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바로 심게 하면 편하겠지만, 그러면 독점재배권에 걸린다. 반드시 씨앗은 세준이 심기를 허락하고 건네줘야 했다.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대신 독점재배권을 확실히 지킬 수 있으니 불만은 없었다.

"잘하고 있네."

아작스가 놀지 않고 제대로 일을 수행하고 있는 걸 확인한 세준이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확량을 보니 조금 있으면 다시 한번 탑간 운송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작스의 느린 작업 속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단 지시를 따르고 있기에 벌칙도 줄 수 없고, 계약 위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불러서 뭐라고 하기에는······ 대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에일린에게 아작스와 대화(?)를 조금 나눠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아작스가 일하는 걸 확인한 세준이 양조장으로 향했다. 카이저에게 약속했던 새로운 술을 만들어 10병을 주기 위해서였다.

양조장에 도착하자

우끼!

우끼!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하려던 원숭이들이 세준을 반겼다.

"완성된 막걸리 보관해둔 거 있지?"

우끼!

세준의 물음에 원숭이들이 완성된 막걸리가 들어있는 거대한 유리병들을 가리켰다.

"좋아. 여기다 부어줘."

우끼!

세준이 원숭이들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냄비를 꺼내 그 안을 막걸리로 채우고 뚜껑을 덮었다.

냠.

[힘 불끈 노랑콩을 섭취했습니다.]

[힘 스탯이 1분간 100% 증가합니다.]

[힘 스탯이 33 증가했습니다.]

꾸욱.꾸욱.

세준이 노랑색 콩을 먹고 강해진 힘으로 냄비와 뚜껑이 연결된 부분을 손으로 꽉 눌러 증기가 세지 않도록 봉인했다.

그리고

푹.

뚜껑 중앙에 구멍 하나를 뚫고 U자형 관을 연결했다. 관은 꾸엥이가 불개미의 등판을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늘린 다음 최대한 가늘게 말아 만들었다.

이걸 만들 때 세준이 디테일한 걸 많이 요구했기에 짜증 내는 꾸엥이를 달래는 과정에서 꿀 10병이 꾸엥이의 간식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렇게 냄비 뚜껑에 관을 꽂고 틈을 쌀반죽으로 메꿔준 후 세준이 냄비를 화로에 올리고 끓이기 시작했다. 불은 처음에만 강하게 하고 끓는 소리가 들린 후부터는 약하게 줄였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똑.똑.

관의 끝에서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며 주변에 알콜향이 진하게 퍼져나갔다. 세준은 술을 증류해 소주를 만드는 중이었다.

킁킁

꾸엥!

[큰형아 어른 냄새가 난다요!]

양조장 입구에서 테오와 놀고 있던 꾸엥이가 코로 냄새를 강하게 빨아들이며 말했다. 양조장에 들어갈 수 없는 꾸엥이를 위해 테오가 함께 놀아주고 있었다.

물론 테오의 자의는 아니고 세준이 입구에 테오를 내려놓고 들어갔다.

"술 냄새 말이냥?"

테오가 자신의 몸을 핥으며 말했다.

꾸엥!꾸엥!

[그렇다요! 꾸엥이도 먹어보고 싶다요!]

꾸엥이도 큰형아를 따라 자신의 몸을 핥으면서 대답했다. 중간에 한 번씩 균형을 잃어 쓰러지기는 했지만.

"푸후훗. 꾸엥이는 아직 안 된다냥! 술은 어른만 먹을 수 있는 거다냥!"

테오가 우쭐해하며 대답했다.

꾸엥···

[부럽다요······.]

꾸엥이가 그런 테오를 부럽게 바라봤고

"푸후훗. 한 잔 해볼까냥!"

테오는 꾸엥이의 시선에 양조장에 들어가 평소에는 쓰다고 입에도 잘 대지 않는 술을 한 병 가지고 나와 병나발을 불었다. 처음에는 마시는 모습만 멋지게 보여주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꾸엥!

[큰형아 부럽다요! 어른 멋있다요!]

벌컥.벌컥.

꾸엥이의 우러러보는 시선에 그만 흥분해서 한 병을 다 마셔버렸다. 세준이 방금 증류를 마친 도수 높은 소주를.

"꺼억냥! 어떠냥? 푸후훗. 나 멋지냥?! 근데 땅이 움직인다냥! 가만 있어라냥!"

거나하게 취한 테오가 땅에게 화를 내며 꾸엥이에게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꾸엥?

[큰형아 괜찮다요?]

꾸엥이가 비틀대는 테오를 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푸후훗. 당연히 괜찮······."

테오는 원래 술을 잘 먹지도 않고 잘 먹지도 못했다. 그런데 증류까지 한 소주 한 병을 원샷으로 먹었으니 괜찮을 리가 없었다.

철푸덕.

테오가 바닥에 쓰러졌다.

꿰에엥!

[아빠 큰형아 죽었다요!]

꾸엥이가 서둘러 양조장 입구에서 세준을 애타게 불렀다.

***

펄럭.펄럭.

하얀 용 조각상이 검은 용 조각상 앞으로 날아왔다.

-켈리온,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멸망의 사도의 파편을 5개나 찾았다.

-뭐?! 다섯?! 너도 히드라였어?

-아니. 우리 탑에 침입한 건 11좌인 파멸의 수정거인 바이올렛이었다.

-히드라뿐만 아니라 바이올렛까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군.

이미 모든 탑에 멸망의 사도가 침투했을지도 몰랐다.

-다른 용들에게도 알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바이올렛이 그러더군. 자신들의 목표는 탑을 파멸시키는 거라고.

-탑의 파멸? 굳이 왜?

카이저가 의아해했다. 탑의 존재는 멸망의 사도와의 전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멸망의 사도와 싸울 수 있는 존재는 용들뿐.

하지만 탑이 파괴돼도 탑을 지키지 못한 것에 자존심이 상하기야 하겠지만, 용들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었다.

그런데 멸망의 사도는 작은 기운이지만, 자신의 기운을 잃을 작정을 하고 블랙문 때의 전투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탑으로 파편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그때

-응?! 이건 무슨 냄새지?

켈리온이 갑자기 풍겨오는 냄새를 쫓아 시선을 돌렸다.

-냄새?

카이저의 검은 용 조각상은 시각과 청각은 지원되지만, 다른 감각은 지원하지 않았다.

-술 냄새가 진하게 나는군. 양조장이다.

그에 반해 켈리온이 만든 용 조각상은 자신의 영혼을 담을 그릇이기에 신경을 많이 써 오감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술 냄새?!

펄럭.펄럭.

카이저가 빠르게 양조장으로 날아갔고

-카이저, 같이 가!

켈리온도 그 뒤를 따라갔다.

***

"으휴. 술도 못 마시면서 그걸 다 먹으면 어떡하냐?"

세준이 술을 먹고 잠든 테오를 침실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꾸엥이 보고 있다가 무슨 일 있으면 불러."

꾸엥!꾸엥?

[알겠다요! 큰형아 안 죽는 거다요?]

꾸엥이가 불안한 눈으로 물었다.

"응. 괜찮아.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세준이 대답하고는 다시 양조장으로 향했다.

-오! 세준아!

-이건 무슨 술이야?

양조장으로 가자 카이저와 켈리온이 소주가 담긴 병을 열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거 카이저 님께 드릴 소주였는데······."

-뭐?!

세준의 말에 카이저가 냉큼 켈리온이 들고 있던 술병을 뺏었다.

-에잇! 치사하게!

-뭐가 치사해?! 우리 세준이 말 못 들었어?! 내 소주라잖아!

카이저가 소주가 든 술병을 부둥켜안고 대답했다. 절대 안 주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

-세준아 나도 소주 만들어줘!

결국 켈리온은 세준에게 소주 제작을 부탁했다. 아예 안 먹었다면 모를까 소주를 몇 잔 마시자 켈리온은 그 맛에 흠뻑 빠져버렸다.

소주는 막걸리와는 완전 다른 맛이 났다. 깔끔하면서 진하고 깊은 맛. 도수가 조금만 더 높아진다면 장차 불당근주와도 겨룰 수 있는 술이 될 것 같았다.

"소주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가격이······."

-소주 10병에 용아병 1개!

용아병 1개가 막걸리 1000병과 거래된다. 하지만 막걸리 1000병이면 증류주 300병은 만들 수 있다. 괜찮은 가격. 아니 엄청난 폭리였다.

하지만

"흠······ 소주 10병에 용아병 2개면 생각해볼게요. 대신 소주 10병을 오늘 드릴게요!"

세준은 만족하지 않고 따블을 불렀다.

-좋다!

빨리 소주를 먹고 싶은 켈리온이 바로 용아병 2개를 지급했다.

"잠시만요."

세준이 새로운 냄비에 막걸리를 채웠다.

"켈리온 님, 이거 봉인 한 번만 부탁드려요."

이번에는 힘 불끈 노랑콩을 먹지 않고 켈리온에게 부탁했다.

-봉인.

켈리온이 간단하게 냄비를 봉인했고 켈리온이 봉인한 냄비에 만약을 대비해 하나 더 만들어 두었던 U자 관을 꽂고 같은 과정을 반복해 소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잠깐 여기 좀 부탁해."

우끼!

우끼!

그렇게 술이 제대로 증류되는 걸 확인한 세준. 원숭이들에게 양조장을 맡기고 취사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창고 오픈."

철컹

세준이 꾸엥이 몰래 아공간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대형 냄비에서 참치어죽을 작은 냄비에 덜어 화로에 데우기 시작했다.

다다다.

세준은 참치어죽에 해독의 대파와 영약급 방울토마토도 아주 잘게 썰어 넣었다. 생선구이와 츄르가 아니면 안 먹는 테오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해독의 대파는 술의 해독을, 영약급 방울토마토는 몸보신을 위해 넣었다.

"됐다."

세준이 완성된 참치어죽을 들고 침실로 가자

"윽냥! 머리가 너무 아프다냥··· 나······ 죽는 거냥?"

머리를 부여잡은 테오가 핼쑥해진 얼굴로 힘 없이 말했다.

꿰에엥!

[큰형아 죽으면 안 된다요!]

꾸엥이가 울며 테오의 앞발을 잡았다.

"꾸엥이 미안하다냥. 나는 여기 까진 거 같다냥··· 내가 죽으면 박 회장의 무릎을 부탁한다냥······."

둘이 신파를 찍고 있었다.

"그거 술병이야."

세준이 말하며 테오의 옆에 앉았다.

"역시 죽을 병일 줄 알았다냥!"

술병이라고 바보야······ 테오는 자신이 죽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 같았다.

"자. 이거나 빨리 먹어! 그래야 나으니까."

테오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세준이 서둘러 참치어죽을 숟가락으로 퍼서 테오의 앞에 가져갔다.

"나는 입맛이······ 냥?"

촵촵촵.

식욕을 부르는 냄새에 테오의 혀가 저절로 움직이며 참치어죽을 열심히 핥아댔다. 다행히 대파와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잘게 썰어 넣은 덕분인지 테오는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푸후훗! 병이 나았다냥! 역시 박 회장은 대단하다냥!"

해독의 대파 덕분에 술기운을 해독한 테오가 활기찬 표정으로 일어나 다시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꾸엥!

[큰형아 다행이다요!]

꾸엥이가 건강해진 테오를 보며 기뻐했다. 그리고 꾸엥이는 어른이 되서도 절대 술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술을 먹으면 술병이라는 죽을 병에 걸린다요! 꾸엥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테오였다.

그렇게 테오의 술병을 고쳐준 세준은 다시 소주를 만들었다.

다음 날 아침.

"박 회장, 금방 돌아오겠다냥!"

세준은 테오가 사고 치지 못하게 빨리 내려보냈다.

그리고

"타루, 오랜만이다냥!"

테오는 당연하다는 듯이 탑 75층 유실물 창고로 향했다.

"왜 또 왔어?"

타루는 최대한 투명스럽게 말했지만, 반가움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했다. 테오가 올 때는 덜 심심했기 때문.

"바보냥?! 당연히 뽑기 하러 왔다냥! 여기 1000탑코인이다냥!"

테오가 당당히 돈을 내밀었다. 푸후훗. 박 회장에게 대단한 걸 가져가서 칭찬받을 거다냥!

테오가 웃으며 유실물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179화. 들키는 줄 알았네요.

179화. 들키는 줄 알았네요.

"냥냥냥."

유실물 창고의 복도를 따라 가장 끝에 있는 우측 4번째 방으로 테오가 거침없이 들어갔다. 안에는 분홍 털만 한 크기의 거대한 잡동사니 산이 있었다.

폴짝.

테오가 과감하게 잡동사니 산으로 몸을 날렸다. 이제 수속성 능력을 사용해 아주 편하게 씻을 수 있기에 먼지 때문에 몸을 사릴 이유가 없어졌다.

"어디 있냥?"

테오는 잡동사니 안을 헤엄치듯이 돌아다니며 앞발의 끌림을 따라 이동했다.

그리고

"이거다냥!"

테오가 손바닥만 한 청동 패를 주웠다. 박 회장 만족도가 거의 10점 만점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냥! 박 회장 만족도는 테오가 그동안 세준을 관찰하며 체득한 새로운 측정기였다.

"푸후훗. 박 회장이 나에게 고마워하겠다냥!"

테오가 기뻐하며 청동 패를 들고 유실물 창고를 나왔다.

"정말 그거로 할 거냐?"

타루는 녹이 슨 청동패 하나를 가지고 나오기 위해 온몸이 먼지로 뒤덮인 테오를 보며 물었다. 자신이 묻는다고 테오가 마음을 바꿀 리 없다는 걸 알았지만, 불쌍해 보여 안 물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냥!"

역시 이번에도 테오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쩌면 이 녀석은 여기에 돈을 버리러 오는 걸지도 몰랐다.

"알겠다. 그럼 또 보자."

"냥? 이제 안 올 거다냥!"

타루의 말에 테오가 의외의 대답을 했다.

"어? 왜?!"

타루가 당황했다. 오지 말라고 할 때는 바득바득 오더니 이제 오라니까 오지 않겠다니?

"이제 여기서 가져갈 게 없다냥!"

항상 쓰레기를 가져가는 주제에? 나름의 기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다음에 오면 다른 유실물 창고에 들어가게 해줄게."

테오가 상태가 좋지 않은 물건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자 타루는 유실물 창고에서 폐기 되는 물건들과 유실물 창고에 넣을 필요도 없다고 판단된 물건들을 모아둔 창고로 테오를 꼬셨다.

거기도 쓰레기 같은 물건이 많으니 분명 테오가 관심을 가질 것 같았다.

"냥?! 다른 유실물 창고가 있었냥?!"

역시 반응하는 테오.

"그래. 그러니까 다음에 또 오라고."

"알겠다냥! 그럼 다음에 보자냥!"

테오가 유실물 창고를 나와 빠르게 탑 40층으로 이동했다.

***

"땅 움직이기."

[마력이 담긴 땅에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 500개를 심었습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견고한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마력의 방울토마토 씨앗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773만 3817번 남았습니다.]

테오를 내려보내고 세준은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방울토마토를 열심히 심고 있었다.

그때

꾸엥?

[아빠! 꾸엥이는 할머니 어디 있다요?]

꾸엥이가 갑자기 할머니를 찾기 시작했다.

"할머니? 우리 엄마?!"

꾸엥!

[그렇다요! 꾸엥이 아빠의 엄마가 꾸엥이 할머니다요!]

"할머니는 갑자기 왜?"

꾸엥!

[원숭이 아저씨들이 할머니가 있으면 맛있는 간식도 많이 주고 재미있는 얘기도 해준다고 했다요!]

원숭이들에게 뭔가 들은 모양이었다. 근데 꾸엥아, 간식이 부족했니? 자신이 많이 챙겨주는 데도 또 간식을 찾는 꾸엥이가 조금 섭섭한 세준.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할머니라······."

꾸엥이의 말에 세준은 가족들을 떠올렸다. 요즘은 안부와 돈을 최대한 비밀리에 전하고 있다. 자신이 파는 농작물을 얻기 위해 가족들에게 접근하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

대부분은 지켜보고만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세력들도 존재했다.

그래서 세준은 한태준에게 자신들의 가족을 지켜줄 것을 부탁했고 테오는 자신의 부탁 1개를 사용해 한태준에게 세준의 가족을 지키게 했다.

덕분에 비밀리에 세준의 아파트 옆집, 아랫집, 윗집 전부 경호원이 이웃 주민으로 위장해 주거하고 있었고, 아파트 경비원, 청소부 등으로 위장한 경호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물론, 세준의 아버지 박춘호의 직장과 세준의 동생인 세돌의 학교에도 위장한 경호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들을 전부 고용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지만, 세준의 농작물 몇 개만 팔아도 지금 경호 규모의 100배도 유지할 수 있다.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 먹고 싶네."

세준이 그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 김치찌개만 주냐고 엄마한테 자주 짜증을 냈는데······ 정작 지금은 그렇게 지겨웠던 김치찌개가 가장 먹고 싶었다.

꾸엥?

[꾸엥이 할머니 없다요?]

꾸엥이가 세준의 표정을 오해한 것 같았다.

"없긴 왜 없어. 당장 못 볼 뿐이지 할머니도 있고 할아버지랑 작은 아빠도 있는데."

꾸엥?꾸엥!

[정말이다요? 신난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엉덩이춤과 어깨춤을 동시에 추며 기뻐했다. 꾸엥이에게 간식을 줄 사람이 늘어났다요!

"우리 할머니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습해 볼까?"

꾸엥!

[좋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첫인상이 중요한 법이다요! 할머니에게 간식을 많이 먹기 위한 꾸엥이의 특훈이 시작됐다.

"자.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꾸엥이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배꼽 인사를 하는 거야. 아빠 잘 봐."

세준이 손을 배에 대고 고개를 숙이며 90도로 인사했다.

꾸엥!꾸엥!

[할머니 안녕하다요! 꾸엥이는 꾸엥이다요!]

꾸엥이가 세준을 따라 앞발을 배에 두고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하지만

기우뚱.

고개를 숙이자 무게 중심이 급격히 앞으로 쏠렸다. 쓰러질 수 없다요! 이걸 못하면 간식을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한 꾸엥이.

꾸엥!

비장한 표정으로 발가락에 힘을 줘 발가락을 땅에 박았다. 사소한 문제는 피지컬로 해결하는 꾸엥이였다.

"잘했어."

꾸엥?

[끝이다요?]

세준의 칭찬에 꾸엥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응. 그것만 하면 할머니 바로 심장 부여잡고 쓰러지신다."

자신의 엄마인 김미란 여사는 귀여운 동물이면 사족을 못 쓴다. 근데 최강의 귀염둥이 맹슈 꾸엥이가 배꼽 인사까지 한다? 이건 100% 심쿵사였다.

그때

꾸엥!꾸엥!

[그건 싫다요! 아빠가 할머니 싫어해도 꾸엥이는 할머니 해치지 않을 거다요!]

세준의 말을 오해한 꾸엥이가 말했다. 세준이 할머니를 싫어해 자신을 시켜 할머니를 해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뭐?! 푸하하핫!"

세준이 꾸엥이의 말에 빵 터졌다. 생각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꾸엥!

[꾸엥이 심각하다요! 할머니 미워하면 아빠 나쁜 놈이다요!]

꾸엥이가 화를 내며 몽둥이를 꺼냈다.

"어?! 아니 그게 아니고······."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를 진정시키며 꾸엥이를 이해시켰다.

꾸엥?

[꾸엥이를 보면 할머니가 그렇게 좋아 한다요?]

"응. 확실해. 아마 꾸엥이가 그만 달라고 할 때까지 간식을 줄걸?"

꾸엥?!꾸엥!

[정말이다요?! 꾸엥이 할머니 빨리 보고 싶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는 하루라도 빨리 할머니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꾸헤헤헤.

할머니를 만나는 상상을 하는지 가끔 혼자 웃을 때가 있는 꾸엥이였다.

"꾸엥이 옆에서 놀고 있어"

꾸엥!

[알겠다요!]

세준은 꾸엥이를 놀게 하고 다시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여기까지 해야겠다."

세준이 꾸엥이의 배꼽시계가 울리기 전에 먼저 움직였다.

그렇게 세준이 취사장으로 가고 있을 때

쿵.

바닥을 울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불꽃이가 있는 동굴 쪽이었다.

"불꽃아 무슨 일이야?"

세준이 동굴로 내려오며 묻자

[주인님! 오늘도 갑자기 참치가 올라왔어요!]

불꽃이가 이파리로 연못에 올라온 참치를 가리켰다.

"오! 정말? 점심으로 먹으면 되겠다."

근데 여기에 뭐가 있나? 참치가 계속 알아서 올라오다니······. 세준이 신기해하며 참치를 살펴봤다. 저번보다는 작은 참치였지만, 그래도 크기가 10m 정도 했다.

"일단 잘라서 아공간 창고에 넣어야지."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참치를 해체하고 있을 때

땡그랑.

참치의 입에서 뭔가가 떨어지며 경쾌한 소리가 연속으로 들렸다.

"응?!"

세준이 소리가 들린 곳을 보자 그곳에는 회색 코인 하나와 녹색 코인 두 개, 총 3개의 코인이 떨어져 있었다.

[크라켄의 회색 코인]

???

[레비아탄의 녹색 코인]

???

딱 봐도 멸망의 사도가 죽을 때 떨어트리는 코인이었다.

"이게 왜 여기에?"

세준이 이상함을 느꼈다. 참치가 멸망의 사도를 잡아먹었다고? 말이 안 된다. 그러기에는 이 참치는 내단도 없는 약한 참치였다. 물론 내단이 있어도 불가능하겠지만.

그럼 참치가 이 코인들을 주워 먹었나? 그것도 3개나? 너무 이상한데······

세준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배고픔을 느낀 꾸엥이가 세준을 찾기 시작했다.

"알았어! 조그만 기다려."

세준이 서둘러 코인을 주머니에 넣고 남은 참치를 아공간 창고에 넣었다.

"불꽃아 나 올라갈게."

[네! 점심 맛있게 드세요.]

"응."

세준이 서둘러 점심을 만들기 위해 올라가자

[휴우. 들키는 줄 알았네요.]

불꽃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냥냥냥."

박 회장 만족도 10점의 물건을 찾은 테오가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탑 40층에 도착했다.

"푸후훗. 오늘도 인간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주겠다냥!"

테오가 당당하게 헌터들의 캠프를 향해 위풍당당하게 걸어갔다.

그때

"포위해라!"

갑자기 나타난 100명 정도의 검은색 복면을 쓴 헌터들이 테오를 포위했다.

"뭐냥?"

테오가 자신을 포위한 복면인들을 보며 물었다. 왜 나의 길을 막는 것이냥?

"네가 테오냐?"

복면인들 중 유일하게 복면에 '2'라는 숫자가 적힌 남자가 테오를 보며 물었다.

남자는 복면에 하의만 입고있어 근육으로 뒤덮인 왼쪽 가슴에 새겨진 삼두사회의 문신이 선명하게 보였다. 세 마리 뱀 문신 중 한 마리는 푸른색을 하고 있었다.

"아니다냥!"

테오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뭐? 거짓말 마라! 네가 고양이 유랑 상인 테오라는 걸 알고 있다!"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답하는 테오의 반응에 방금 물은 복면인이 흥분하며 소리쳤다.

"틀렸다냥! 나는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치명적인 용 발톱 노랑 고양이 테오 박이다냥!"

빳칭!

테오가 복면인의 오류를 바로잡아 주며 용 발톱을 꺼냈다.

"그게 그거잖아! 저놈이 맞다! 붙잡아라!"

"네!"

복면인들이 테오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탑 75층의 존재에 용의 발톱으로 무장하고 세준이 보양식을 먹고 왕창 강해진 테오.

샤샤샥.

테오가 간단히 앞발을 몇 번 휘두르는 것으로 주변에 서 있는 존재는 없었다. 복면인들은 용 발톱에서 나온 강력한 마력 칼날에 주변의 땅과 함께 잘려 나갔다.

"박 회장을 방해하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냥!"

테오가 세준을 방해하던 세력을 해치운 것에 만족해하며 소리쳤다. 이상하게 몸에 힘이 넘쳐 힘들었는데 이렇게 힘을 쓰니 조금 편안해졌다.

그때

-이놈! 제법이구나.

2가 쓰여진 복면인의 시체에서 거대한 푸른뱀이 기어 나왔다.

쩌저적.

푸른뱀을 중심으로 주변의 땅이 얼기 시작했다.

***

"그러고 보니 테오가 보양식을 먹고 화장실에 갔나?"

참치를 굽고 있던 세준이 어제 일을 떠올렸다. 세준은 테오의 숙취를 위해 만든 참치어죽에 영약 : 강대한 마력을 품은 방울토마토를 50개 정도 넣었다.

색이 하얀색이라 많이 넣어도 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잠재력만 받쳐준다면 마력 500을 올려줄 수 있는 보양식을 먹은 테오.

"나 없을 때 쌌겠지?"

세준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테오가 그걸 다 소화했다고 생각하면 배가 좀 아플 것 같았다.

180화. 가만두지 않겠어!

180화. 가만두지 않겠어!

덜덜덜.

테오가 몸을 떨었다. 추위 때문은 아니고 푸른뱀의 강한 기운 때문이었다. 용의 기운도 버틴 테오에게 멸망의 사도 파편이 뿜어내는 기운은 우스울 뿐이었지만

'박 회장의 무릎이 없다냥······.'

그때는 세준의 무릎이 있었고 지금은 없었다. 테오의 자신감이 확 떨어졌다.

"그걸 꺼낼 때가 됐다냥!"

테오가 비장한 표정으로 봇짐에서 숨겨두었던 비밀 무기를 꺼냈다.

그리고

촤악!

비밀 무기를 꺼내 망토처럼 걸치며 끝부분을 목 앞으로 묶어 고정했다. 테오가 꺼낸 비장의 무기는 세준이 동굴 생활을 할 때 쓰던 모포.

정확히는 모포에서 세준의 무릎을 덮는 부분만 잘라낸 것으로 세준이 지상으로 올라오며 모포를 버리자 테오가 잘라서 보관하고 있었다.

"푸후훗. 이제 박 회장의 무릎 기운을 충전했다냥!"

테오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좀 전까지와는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박 회장의 농작물을 뺏으려고 하다니! 혼내주겠다냥!"

테오가 자신의 앞을 막은 푸른뱀을 향해 당당하게 소리쳤다.

-하찮은 놈이 겁도 없구나! 나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혹한의 바람이여. 적을 얼려라!

휘이이잉.

푸른뱀의 말과 함께 푸른뱀을 중심으로 거대한 얼음 폭풍이 점점 거대해지며 테오를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까불지 말라냥!"

세준의 무릎을 오랫동안 덮은 모포에게 기운을 받는 테오는 두려울 게 없었다.

테오가 용 발톱에 모든 마력을 넣었다.

'왠지 마력이 넘친다냥! 역시 박 회장의 무릎과 함께하는 나는 무적이다냥!'

용 발톱으로 한없이 들어가는 마력에 테오는 다시 한번 세준의 무릎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세준이 만든 보양식 덕이었지만, 세준의 무릎으로 모든 공이 돌아갔다.

우웅.

테오가 마력을 계속 불어 넣자 검은 용 발톱이 투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냐냐냥!냐냐냥!"

테오가 완전히 투명해진 앞발을 난도질하듯이 휘둘렀다.

······

아무런 소리도 없이 주변의 모든 것이 잘려 나갔다. 얼음 폭풍과 푸른뱀까지.

-크윽. 내가 저런 하찮은 놈에게······.

쿵.

푸른뱀의 몸이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며 쓰러졌다.

"냥! 나 방금 굉장한 걸 한 것 같다냥!"

테오가 조금 전의 느낌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푸후훗. 정했다냥! 이 기술의 이름은 테 부회장의 비기 냥냥폭풍권이다냥!"

그렇게 테오가 자신의 기술 이름을 완성했을 때

땡그랑.

청동 코인 하나가 떨어졌다.

"푸후훗. 나도 이제 박 회장에게 이 코인을 줄 수 있다냥!"

테오가 보람찬 얼굴로 청동 코인과 비밀 무기인 모포를 봇짐에 넣고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그리고

"인간들아 내가 왔다냥!"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헌터들이 모인 캠프로 가서 자신의 등장을 알렸다.

그러자

"왔다!"

"테오 님이 오셨다!"

캠프에 있던 머리가 반짝이는 헌터들이 빠르게 달려왔다.

"역시 쓰길 잘했다냥!"

테오가 대머리 헌터들의 격한 환영을 받으며 캠프의 중앙으로 이동해 경매를 시작했다.

"오늘은 새로 가져온 농작물을 먼저 팔겠다냥?"

"새로운 농작물?"

테오의 말에 헌터들의 표정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테오가 새로운 농작물을 가져올 때마다 지구의 의학계는 뒤집어졌다. 오랫동안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문제들이 해결돼 버리기 때문.

건강하게 살이 빠지는 방울토마토, 머리털이 나는 옥수수, 간암을 치료하는 대파와 위암을 치료하는 감자 등의 농작물들. 거기다 맛있고 부작용도 없었다.

이제 병원에서도 더 이상 자신들의 치료로 차도를 보이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탑의 농작물을 사라고 대놓고 권할 정도. 물론 가격이 엄청나게 높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오늘 팔 농작물은 민첩의 오이와 체력의 무다냥!"

테오가 오이와 무를 하나씩 꺼내 헌터들이 옵션을 보게 했다.

"오이는 신장 기능을 활발하게 해준대!"

"무는 폐 기능이야!"

그렇게 헌터들이 농작물의 옵션을 확인하자

"이제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먼저 체력의 무를 1개씩 총 20개를 팔겠다냥!"

테오가 경매를 시작했다.

"겨우 20개?"

수량이 너무 적었다.

"150탑코인!"

"155탑코인!"

"160탑코인!"

덕분에 체력의 무는 처음부터 높은 가격으로 호가가 형성됐다.

탑에서 간암이나 위암을 치료할 수 있는 농작물이 나오자 다른 병에 걸린 부자들도 자신을 치료할 농작물이 나올 경우 사달라고 의뢰한 경우도 많았기에 경쟁은 치열했다.

"200탑코인!"

"낙찰이다냥!"

그렇게 체력의 무의 첫 경매가 끝나고

"체력의 무는 이제 완판이다냥!"

나머지 체력의 무도 모두 팔려나가며 체력의 무는 평균 가격 220탑코인으로 거래가 끝났다.

그리고

"다음은 민첩의 오이다냥! 5개씩 총 100개를 팔겠다냥!"

"150탑코인!"

"152탑코인!"

"153탑코인!"

민첩의 오이 같은 경우는 신장 이식으로 완치가 가능하기에 가격이 높게 올라가지는 않았다. 평균 가격은 25탑코인.

그렇게 새로운 농작물 거래가 끝나고 기존에 팔던 농작물의 경매가 시작됐다.

탈모치료제인 폭발하는 체력의 옥수수, 간암을 치료하는 해독의 대파, 위암을 치료하는 힘의 감자 그리고 흡수율을 높여주는 힘의 고구마 순으로.

다른 농작물들은 비슷한 가격으로 팔렸지만, 마지막으로 파는 힘의 고구마 같은 경우는 오늘 특히 가격이 폭등했다.

"1000개에 35만 탑코인!"

"1000개에 37만 탑코인!"

"1000개에 40만 탑코인!"

테오가 판 체력의 무 때문. 폐암 치료를 위해서는 체력의 무가 5개가 필요했는데 수량이 너무 부족했다. 부족한 수량을 힘의 고구마의 효과로 해결하라는 것이다.

힘의 고구마 1개를 얻으려고 힘의 고구마 1000개를 거의 4000억을 주고 사야 했지만, 지구에서 힘의 고구마를 1개씩 구매하고 싶어 하는 부자는 널리고 널렸다.

산 가격에서 조금 올려 팔아도 살 사람은 많았기에 그들은 부담 없이 힘의 고구마 1000개를 살 수 있었다.

그렇게 거래가 끝나고

"그럼 다음에 보자냥!

테오가 포토 타임도 갖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헥헥. 갑자기 몸이 너무 안 좋다냥! 박 회장의 무릎이 필요하다냥!"

푸른뱀과 싸우면서 많은 마력을 조절해 쓰지 못 한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나는 것이지만, 테오는 세준의 무릎과 떨어져서라고 생각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둘러 탑 49층으로 향했다.

***

"꾸엥아 이제 가자."

꾸엥!

[알겠다요! 아빠 탄다요!]

세준의 말에 점심을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고 있던 꾸엥이가 거대화하며 세준의 앞에 엎드렸다.

"가자."

그렇게 꾸엥이를 타고 세준이 탑 49층으로 다시 내려가기 위해 웨이포인트로 이동했다.

그리고

철컹.

"꾸엥이 잠깐 들어가 있어."

웨이포인트에 도착하자 세준이 아공간 창고를 열며 말했다.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신난 표정으로 아공간 창고로 들어가려 했다. 세준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아공간 창고에 저장된 음식을 열심히 먹을 생각인 꾸엥이였다.

하지만

"꾸엥이 안에서 먹으면 안 돼."

꾸엥?

[안에서 먹으면 안 된다요?]

"그래."

꾸엥···

[알았다요······.]

세준의 말에 대실망한 꾸엥이.

철컹.

[탑 49층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문을 닫고 세준이 웨이포인트를 이용해 탑 49층에 도착했다.

"세준 님, 오셨습니까!"

세준이 도착하자 두쿠가 서둘러 세준에게 인사했다.

"그래. 별일은 없었지?"

"네!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수고······ 아! 맞다. 이거 하나 써."

세준이 두쿠에게 용아병-투구를 하나 건넸다.

"이건?"

"용의 이빨로 만든 거야."

"용의 이빨이요?! 이걸 저 같은 두더지에게······."

세준의 말에 두쿠가 감격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용아병-투구를 썼다.

"쓰는 방법은······."

세준이 간단하게 용아병 사용법을 알려줬다.

세준은 농장이 있는 층의 보스들에게 용아병을 지급하고 있었다.

세준이 웨이포인트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계속 자리를 지켜주는 게 편했기 때문.

덕분에 두쿠는 나중에 헌터들에게 철벽의 두쿠라고 불리게 된다.

그렇게 두쿠에게 용아병의 사용법을 가르쳐준 세준.

철컹.

"꾸엥아 나와."

세준이 웨이포인트 이동을 위해 아공간 창고에 들어가 있던 꾸엥이를 불렀다.

꾸엥!꾸엥!

[꾸엥이 아빠 말 잘 들었다요! 안 먹고 잘 참았다요!]

꾸엥이가 먹거리를 가득 채워 터질 정도로 빵빵해진 가죽주머니를 매고 나오며 당당하게 말했다. 아공간 창고 안에서는 안 먹고 잘 참았으니 이제부터 먹을 거다요!

"그래. 잘했어."

세준이 웃으며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름 세준의 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 가상했다.

"가자. 황금박쥐는 먼저 농장에 가서 노래 좀 불러주고 있어."

(네!)

세준의 부름에 세준의 등에 붙어 자고 있던 황금박쥐가 빠르게 감농장을 향해 날아갔고

꾸엥!

[아빠 탄다요!]

세준은 거대화한 꾸엥이를 타고 감나무 농장으로 이동했다.

그때

"어?! 테오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세준의 테오 탐지기가 발동했다.

킁킁.

꾸엥!

[꾸엥이는 큰형아 냄새 안 난다요!]

꾸엥이가 코로 주변의 냄새를 열심히 맡았지만, 테오의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세준의 테오 탐지기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성능이 더 좋아진 것 같았다.

"그래?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꾸엥아 일단 저쪽으로 빨리 가자."

세준이 테오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곳을 가리켰다.

꾸엥!

[알겠다요!]

쿵.쿵.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꾸엥이가 30분쯤 전력으로 달렸을 때

꾸엥!

[큰형아 냄새 난다요!]

그제야 꾸엥이가 테오의 냄새를 맡았다.

"저기 있다!"

꾸엥이가 10분쯤 더 달리자 바닥에 쓰러져있는 테오를 발견할 수 있었다.

"테 부회장!"

꾸엥!

[큰형아!]

세준과 꾸엥이가 테오를 부르며 달려갔다.

그리고

"테 부회장!"

세준이 서둘러 테오를 조심히 안아올렸다.

"박 회장··· 무릎을······."

세준의 목소리를 들은 테오가 간신히 눈을 뜨고 힘겹게 말했다.

"알았어."

세준이 서둘러 테오를 자신의 무릎에 올리자

"푸후··· 훗. 내··· 꺼다냥······."

테오가 히죽 웃으며 죽을힘을 다해 세준의 무릎에 매달렸다.

"뭐가 좋다고 바보처럼 웃냐?"

세준이 그런 테오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줄을 꺼내 테오를 무릎과 함께 묶었다. 예전에 한 번 해본 적이 있기에 능숙하게 감을 수 있었다. 세준의 무릎에 닿은 테오는 어느새 안심했는지 기절해 있었다.

"근데 왜 테오가 마력 고갈이······?"

마력 고갈을 밥 먹듯이 겪은 세준은 테오의 상태를 보자마자 테오가 마력 고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테오가 이렇게 된 게 테오를 내려보낸 자신의 탓 같았다.

'가만두지 않겠어!'

세준은 테오를 이렇게 만든 게 무엇이든 용서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꾸엥아, 일단 농장으로 가자."

꾸엥!

[알겠다요!]

세준과 테오를 태운 꾸엥이가 빠르게 감나무 농장으로 달려갔다.

오물.오물.

가면서 세준은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입으로 씹어 테오의 입에 넣어줬다. 마력을 올려주는 영약이니만큼 마력 고갈에서 빠르게 벗어나게 해준다.

덕분에 테오는 마력 고갈에서 벗어나며 깨어났다.

"역시 박 회장의 무릎과 있으면 나는 무적이다냥! 힘이 넘친다냥!"

이번에도 모든 공은 세준의 무릎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왜 안 싸지?"

세준이 영약급 방울토마토를 20개나 먹은 테오를 초조하게 바라봤다.

181화. 좌테오 우꾸엥이 있으니까.

181화. 좌테오 우꾸엥이 있으니까.

"근데 어쩌다가 바닥에 쓰러져 있던 거야?"

세준이 완전히 회복한 테오에게 물었다.

그러자

"박 회장 탓이다냥!"

일단 세준 탓을 하는 테오.

"나?"

"그렇다냥!"

"내가 왜?"

"박 회장이 나를 내려보내서 박 회장의 무릎과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서 기운이 빠진 것이다냥!"

아······ 테오가 원래 이런 녀석이라는 걸 깜빡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특이한 일은 없었어?"

"있었다냥! 삼두사회 놈들이 이 몸을 납치하려 했다냥!"

"삼두사회? 설마 히드라의 머리가 나왔어?!"

삼두사회의 일반 헌터 백 명 천 명이 덤벼도 테오를 마력 고갈로 쓰러지게 할 수는 없다. 그럼 남은 가능성은 히드라의 머리뿐.

"그렇다냥! 푸른뱀 녀석이 나왔지만, 내가 가볍게 처치했다냥!"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세준에게 자신의 유능함을 뽐내기 위해 과감하게 스킵했다.

"테 부회장, 네가?!"

태오의 말에 세준이 경악했다.

"푸후훗. 박 회장, 이거 가져라냥!"

세준의 놀란 표정에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봇짐에서 청동 코인을 꺼내 새준에게 건넸다. 앞면에는 히드라가, 뒷면에는 4가 새겨진 청동 동전.

[히드라의 4번째 청동 코인]

???

"어떤 녀석이었어?"

"얼음을 만드는 푸른뱀이었다냥!"

"테 부회장, 너 진짜 강하구나."

세준은 인정해야 했다. 그나마 만만하게 봤던 테오였는데···테오마저 자신보다 아득히 강했던 것이다.

"푸후훗. 나 엄청 강하다냥! 이번에 새로운 기술도 만들었다냥!"

새준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세준의 무릎 위에 발라당 누웠다.

그리고

"근데 아까부터 입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냥! 어서 박 회장의 정성이 들어간 츄르를 달라냥!"

테오가 수제 츄르를 요구했다. 나쁜 자식 빨리 회복하라고 영약을 그렇게 많이 먹였는데 이상한 냄새가 난다니······ 세준은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자 여기."

기분과 별개로 자연스럽게 수제 츄르를 꺼내 테오에게 먹이는 세준.

촵촵촵.

그렇게 테오가 수제 츄르를 맛있게 두 숟가락째 먹고 있을 때

"맞다냥! 박 회장에게 줄 게 하나 더 있다냥!"

테오가 유실물 창고에서 뽑기로 뽑은 청동패를 생각해내며 봇짐에서 꺼냈다.

"이건 박 회장이 아주 만족해할 거다냥!"

"그래?"

테오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새준이 설레는 마음으로 청동패를 받아 살펴봤다.

[청동 거울]

???

사용 제한 : 없음

등급 : D

"거울이네?"

납작해서 패라고 생각한 물건은 거울이었다.

슥슥.

세준이 옷으로 청동을 닦아봤지만, 얼굴이 비칠 정도로 깨끗해지지는 않았다.

"에일린, 감정 좀 해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겨두라고 말합니다.]

"응. 고마워. 그리고 이거 모자라지 않아? 더 가져가."

세준은 에일린에게 청동패와 함께 영약급 방울토마토 1000개를 보냈다. 오늘 아침에 하얀탑 임시보관소에 영약급 방울토마토가 꽉 차며 5000개를 운송했기에 수량은 많았다.

[탑의 관리자가 고맙다고 말합니다.]

잠시 후

[탑의 관리자가 테오가 가져온 물건에서 강한 신의 힘이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할아버지와 함께 감정해야 될 것 같다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신의 힘? 알았어. 천천히 해. 급한 건 아니니까."

그렇게 에일린에게 감정을 부탁하고

"역시 우리 테 부회장 대단하네."

"그렇다냥! 나는 대단하다냥!"

테오를 칭찬하자 테오는 우쭐해하며 자신의 배를 더 내밀었다. 어서 대단한 나의 배를 쓰다듬어라냥!

쓰담쓰담.

세준이 기특한 일을 한 테오의 배를 정성껏 쓰다듬었다.

"푸후훗··· 좋다냥······."

고로롱.

맛있는 걸 먹고 세준의 집중 쓰다듬까지 받은 테오가 기분 좋게 잠들었다.

"진짜 안 가네."

마지막 시도마저 통하지 않자 세준은 그제야 마지막 남은 미련을 털어낼 수 있었다.

그때

찰싹.

꾸로롱.

테오의 코 고는 소리를 들은 꾸엥이가 낮잠 타임이라고 생각했는지 세준의 엉덩이에 궁둥이를 붙이자마자 잠들었다.

"그래. 나에게는 좌테오 우꾸엥이 있으니까."

포기하니까 모든 게 편해졌다.

커어어.

고로롱.

꾸로롱.

세준이 테오와 꾸엥이를 안고 잠들었다.

두 시간 후.

"끄응."

세준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얘들아, 일어나자."

주물.주물.

세준이 테오부터 마사지를 하며 깨우기 시작했다.

"푸후훗······ 박 회장 잘 잤냥?"

테오가 세준의 마사지에 기분 좋게 웃으며 눈을 떴다.

"응. 테 부회장도 잘 잤어?"

"그렇다냥··· 박 회장의 무릎은 항상 포근하다냥······."

대답하며 다시 잠에 빠지려는 테오.

"근데 경매는 잘 끝났어?"

세준이 말을 걸어 다시 테오를 깨웠다.

"그렇다냥! 이번에도 완판이다냥!"

경매라는 말에 테오의 눈이 번쩍 떠졌다. 아무리 잠이 좋아도 세준에게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는 것보다 좋지는 않았다.

"그래. 수고했어."

"그렇다냥! 나는 엄청난 수고를 한 것이다냥! 이것 봐라냥! 내가 번 돈이다냥!"

테오가 이번 경매로 번 675만 탑코인을 꺼내며 우쭐해했다. 푸후훗. 박 회장, 어서 나를 칭찬하고 인센티브를 내놔라냥!

"테 부회장, 잘했어. 여기 인센티브."

세준이 인센티브로 75만 탑코인을 테오에게 건넸다. 테 부회장의 인센티브는 10%. 하지만 요즘은 그냥 백만 자리 밑의 돈을 그냥 인센티브로 주고 있었다.

"푸후훗. 고맙다냥!"

테오가 만족해하며 세준이 준 돈을 봇짐에 넣었다.

그때

데굴.데굴.

꾸엥이가 몸을 굴려 세준의 앞으로 와

털썩.

대자로 누웠다.

꾸에엥······

[꾸엥이도 마사지 받고 싶다요······.]

"그래."

쭈욱.쭈욱.

세준이 꾸엥이의 발을 당기며 열심히 스트레칭을 해줬다.

그렇게 동물들을 깨워 집 밖으로 나오자

"세준 님, 일어나셨습니까?"

우르치가 세준을 맞이했다.

"응. 하늘에 닿는 콩은 어때? 잘 자라고 있어?"

심으면 7일 만에 하늘에 닿는다고 설명된 하늘에 닿는 콩. 오늘로 하늘에 닿는 콩을 심은 지 6일째였다.

하지만 처음에 마력 씨뿌리기로 심어 24시간 동안 성장 속도를 빠르게 했으니 조금 더 빨리 하늘에 닿을 것이다.

"거의 다 자란 것 같습니다. 병사들을 시켜 콩나무를 오르게 했더니 하늘에 거대한 땅이 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거대한 땅?"

테오 네 앞발이 도대체 뭘 찾은 거야?

세준이 테오를 보자

"냥냥냥."

테오는 자고 일어나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며 태평하게 자신의 앞발을 그루밍하고 있었다.

"아직 콩나무가 닿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살아있는 존재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가봐야겠어."

"저희도 따르겠습니다."

"아니야. 너희는 일단 밑에서 대기해줘."

만약의 상황이 와도 세준과 동물들은 카이저가 준 용각의 귀한 팔찌로 빠져나올 수 있기에 일단 세준이 먼저 동물들과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하늘을 닿는 콩을 심은 곳으로 이동했다.

***

탑 99층 관리자 구역.

-흐음······ 테오 그 녀석은 이런 걸 잘도 주워오는구나.

-그러니까 어떻게 이런 물건만 쏙쏙 찾아오는 거지?

에일린의 요청으로 청동 거울을 감정하는 카이저와 켈리온이 신기해하며 말했다. 더 신기한 건 두 용들이 아무리 살펴봐도 테오에게 특이한 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

"둘만 얘기하지 말고 나도 알려줘요!"

에일린이 카이저와 켈리온에게 화를 냈다. 세준을 위해 자신이 활약해야 하는 데 번번이 이렇게 둘의 도움을 받자 마음이 상했다.

-크하하하. 우리 손녀 우리 둘만 얘기해서 화났구나? 이 할애비가 빨리 설명해주마! 이건 공간의 신 디메나의 힘이 담긴 신기다.

"신기요?"

-그래. 신기는······.

카이저는 에일린이 궁급해하자 신나게 신기에 대해 설명했다.

"할아버지, 다른 신의 신기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세요."

-오냐!

우리 손녀가 자신의 얘기를 이렇게 열심히 들어주다니! 덕분에 카이저는 신이 나서 자신이 알고 있는 신기를 가진 신들에 대해 전부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할아버지한테 배워서 나중에는 세준이 물건을 내 힘으로 감정해 줄 거야!'

에일린의 머릿속에는 세준의 물건을 혼자 힘으로 감정하겠다는 일념뿐이었다.

-바보 녀석.

켈리온이 손녀 바보 카이저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자신도 손자 바보면서······

***

"와!"

세준이 거대하게 자란 콩나무를 보며 감탄했다. 둘레는 30m 정도에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하늘에 닿은 것 같았다.

"푸후훗. 어떠냥? 냥!"

테오가 다시 우쭐해하기 시작했다. 앞발은 하늘로 끌려가지 않게 세준의 무릎을 꼭 안고서.

"훌륭해."

이 정도면 토끼들이나 블랙 미노타우루스들도 다 먹지 못할 양이었다.

"꾸엥이는 일단 창고에 들어가 있자."

꾸엥이의 무게 때문에 콩나무가 쓰러질지도 모르기에 세준은 꾸엥이를 아공간 창고에서 기다리게 했다.

꾸엥!

[이번에도 안 먹고 기다리겠다요.]

안 먹고 간식주머니를 채워서 나오겠다는 의미.

"그래. 우리 꾸엥이 착하다."

철컹.

세준이 그런 꾸엥이를 칭찬하며 창고에 넣고 문을 닫았다.

"올라가자."

"알겠다냥!"

세준이 테오와 콩나무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농사꾼의 따뜻한 손길 Lv. 4이 발동합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하늘에 닿는 콩나무의 성장 속도가 조금 빨라집니다.]

[손길이 닿는 동안 하늘에 닿는 콩나무의 수명이 조금 늘어납니다.]

세준이 콩나무를 잡고 올라갔기에 자연스럽게 콩나무에 스킬이 사용됐다.

"황금박쥐, 노래 부르면서 올라가자."

(네!)

세준이 등에 매달린 황금박쥐를 불렀다. 자신의 스킬이 통한다면 황금박쥐의 노래라면 분명 콩나무의 수명을 늘려줄 수 있을 것이다.

(높고 높은 콩나무가 있네요~)

그렇게 1시간 정도 황금박쥐의 자작곡을 들으며 올라가자

척.

거대한 땅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늘에 이런 거대한 땅이 있는데 보이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 땅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저 멀리 눈부실 정도로 새하얀 건물 하나가 보일 뿐이었다.

"일단 저기로 가보자."

"알겠다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대답만 잘하는 테오. 넌 어차피 안 움직일 거잖아.

(제가 먼저 보고 올게요!)

황금박쥐가 빠르게 날아 건물 주변을 둘러보고 왔다.

(건물은 깨끗한데 아무도 없어요!)

"그래?"

세준이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응?"

건물에 가까워지자 건물 주변을 둘러싼 농작물들이 보였다.

"저건 마력의 방울토마토? 어?! 저건 뭐지?"

세준의 농작물들이 보였고 세준이 처음 보는 것도 있었다.

"일단 챙겨둬야지."

세준이 농작물을 따기 위해 다가갈 때

[에밀라의 화단에 입장하셨습니다.]

-기특하게도 용케 여기를 찾았구나. 하지만 도둑질은 허락할 수 없노라. 검은 탑의 탑농부 박세준이여. 그리고 아직은 우리가 만날 때가 아니다.

세준의 머릿속으로 누군가 말을 걸었다.

그리고

"어? 여기는?"

세준이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익숙한 장소. 그곳은 하늘에 닿는 콩의 밑부분, 지상이었다.

-만나서 반가웠다.

그 말을 끝으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뭐야? 테 부회장? 황금박쥐?"

세준은 이상함을 느끼며 일단 동물들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했다.

고로롱.

배로롱.

다행히 둘 모두 괜찮았다.

"아! 꾸엥이는?"

철컹.

혹시 몰라 아공간 창고를 열어 꾸엥이가 무사한지도 확인했다.

꾸엥?

[벌써 나온다요?]

열심히 간식주머니에 음식을 넣고 있던 꾸엥이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냐. 꾸엥이 다 채워서 나와."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다시 열심히 간식주머니에 음식을 넣기 시작했다.

"휴우. 어떻게 된 거지?"

세준이 안도하며 조금 전의 상황을 생각할 때

"응? 내가 언제 이걸 신었지?"

세준은 자신의 신발이 바뀌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 신던 구멍 나기 직전의 헤진 운동화가 아니라 황금색 가죽 신발이었다.

"이게 뭐지?"

세준이 신발을 살펴봤다.

182화. 꾸엥이는 꾸엥이 할머니 보고 싶다요!

182화. 꾸엥이는 꾸엥이 할머니 보고 싶다요!

[농사꾼의 발소리 신발]

창조신의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가 황금양의 털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든 농사꾼을 위한 신발입니다.

검은 탑에 등록되지 않은 반신급 장비입니다.

농작물은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자랍니다.

이 신발을 신고 밭 주변을 걸으면 농작물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사용 제한 : 탑농부

제작자 : 창조신의 사도 에밀라 이베너스

등급 : 반신

스킬 : [농작물의 보은(Master)]

[농작물의 보은(Master)]

농사꾼의 발소리를 들은 농작물들이 그에 반응에 농사꾼에게 자신의 힘을 보태 농사꾼의 잠재력을 성장시킵니다.

"창조신의 사도?"

세준은 조금 전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존재가 누군지 깨달았다. 탑을 만들고 소멸한 창조신. 그런 창조신에게 사도가 있었다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근데 아쉽네."

에밀라의 화단에서 따지 못한 농작물이 생각났다. 세준이 따려고 했던 농작물은 복숭아. 한 입만 베어 물었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그건 그렇고 역시 우리 테 부회장이야."

주물.주물.

세준이 자고 있는 테오의 말랑말랑한 핑크젤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무도 존재를 모르는 창조신의 사도까지 찾아내는 탐지 능력이라니. 아마 이건 용들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세준이 테오를 기특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꾸엥!

[꾸엥이 간식주머니 다 채웠다요!]

꾸엥이가 빵빵한 간식주머니를 두드리며 뿌듯한 표정으로 아공간 창고에서 나왔다.

꾸엥?

[낮잠 자는 시간이다요?]

꾸엥이가 자고 있는 테오와 황금박쥐를 보며 물었다.

"꾸엥이 졸려?"

꾸엥이가 졸리다고 하면 여기서 자다 갈 생각으로 세준이 물었다.

하지만

꾸엥!

[꾸엥이 아직 안 졸리다요!]

세준의 물음에 꾸엥이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제부터 간식주머니에 있는 음식을 먹어야 되는데 잠이 올 리가 없었다.

"그럼 일단 농장으로 돌아가자."

꾸엥!

[알겠다요!]

세준이 거대화한 꾸엥이를 타고 농장으로 돌아왔다.

***

인천 국제공항.

"한국은 오랜만이군."

올백 머리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출국장에서 나오며 말했다. 남자의 왼쪽 얼굴에는 검상 하나가 길게 나 있어 사람들은 남자의 주변에 가까이 가려 하지 않았다.

그때

"어서 오십시요! 타무로 님!"

대기하고 있던 건장한 남자 4명이 타무로를 맞이했다.

"상황은?"

"평소와 같습니다. 집에는 경호원이 50명, 직장과 학교에는 30명 정도가 있고 경호원 중 몇 명은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우리 쪽은?"

"헌터 30명과 조직원 100명 전부 총기로 무장하고 대기 중입니다."

"시끄러워지겠군. 탑 안에서 해결하면 편했을 것을······."

타무로가 부담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계획대로 탑에서 견고한 칼날 대파가 지구로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면 자신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견고한 칼날 대파 수송에 은빛 늑대들이 합류하며 조직의 계획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탑에서 공급되는 견고한 칼날 대파 때문에 로커스트의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지 않고 있었다.

거기다 갑자기 연락이 끊긴 아키로와 파블로. 일이 계속 꼬이자 조직의 이인자인 미스터 2가 직접 움직였다.

고양이 유랑 상인 테오를 납치해 박세준의 위치를 알아내 박세준이 파는 농작물은 차지하고 견고한 칼날 대파는 없애려 한 것.

"근데 미스터 2까지 연락이 끊길 줄이야······."

그렇게 그들은 시끄러워질 것을 알면서도 한국에서 작전을 시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일단 현장부터 간다."

"네!"

타무로가 차를 타고 부천으로 이동했다.

***

꾸엥!

[도착했다요!]

"응. 우리 꾸엥이 수고했으니까 간식 먹고 있어."

감나무 농장까지 달려온 꾸엥이에게 세준이 말했다.

꾸엥!

[알겠다요!]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세준의 근처에 자리를 잡고 간식 주머니를 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하면 정말 잠재력이 늘어나나?"

저벅.저벅.

세준이 견고한 칼날 대파밭에서 열심히 발소리를 들려주며 농사꾼의 발소리 신발에 있는 농작물의 보은 스킬을 시험해보고 있었다.

탑 49층의 견고한 칼날 대파가 빨리 자라야 지구로 빨리 보낼 수 있기에 볼일이 끝났지만, 탑 99층으로 올라가지 않고 이곳에서 테스트를 하며 견고한 칼날 대파의 성장 속도를 높였다.

저벅.저벅.

세준이 계속 발소리를 들려줘도 특별히 메시지가 나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저벅.저벅.

고로롱.

배로롱.

세준의 발소리와 테오 황금박쥐의 코 고는 소리가 화음을 이루었다. 에밀라가 깊이 잠재운 건지 테오와 황금박쥐는 아직도 자고 있었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감정이 끝났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그대가 굉장히 좋아할 거라고 말합니다.]

"그래?"

에일린의 말과 함께 세준의 앞에 청동 거울 하나가 나타났다. 청동 거울의 테 부분과 손잡이에는 은색 바탕에 물결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물건을 비추는 거울 표면에는 기묘한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감정이 끝났지만, 거울의 역할은 하기 어렵게 생긴 모습. 세준은 일단 옵션부터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리움의 청동 거울]

고대에 공간의 신격을 담당했던 공간의 신 디메나의 신기입니다.

마력을 넣고 보고 싶은 대상을 떠올리면 거울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한 번이라도 대상의 얼굴을 본 적이 있어야 거울로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신기의 능력이 약해져 있습니다.

검은 탑에 등록되지 않은 신급 장비입니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가 있습니다.

사용 제한 : 마력 100 이상

제작자 : 공간의 신 디메나

등급 : 신

거울의 등급이 신이라는 사실보다

"보고 싶은 대상을 볼 수 있다고?"

이 문구가 세준의 눈에 더 들어왔다.

"엄마를 보여줘."

세준이 거울에 마력을 불어 넣으며 엄마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자

출렁.출렁.

청동 거울에 새겨져 있던 문자들이 물처럼 변하더니 세준의 엄마인 김미란이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역시 오늘 저녁 메뉴도 김치찌개. 이어서 세준은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아빠는 퇴근 중이었고 동생인 세돌이는······

"에잇! 눈 버렸다."

세준이 서둘러 거울에서 시선을 돌렸다. 샤워를 하고 있을 줄이야.

"다행이다. 다들 건강하네."

세준이 가족들에게 별다른 일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안심했다.

그리고

'에일린의 모습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세준이 에일린을 볼 수 없는 것에 아쉬워했다. 이미 만난 적이 있지만, 뒤통수를 맞고 에일린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세준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아쉬워할 때

[탑의 관리자가 못 보던 신발을 신고 있다고 말합니다]

할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온 사이 바뀐 세준의 신발을 보며 에일린이 물었다. 촉이 이상했다.

"아 이거?"

세준이 하늘에 닿는 콩나무를 타고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땅에 올라가 신발을 얻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근데 창조신께 사도가 있다는 말 들어봤어?"

[탑의 관리자가 그건 일단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겠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근데 머릿속에서 들렸던 목소리가 혹시 여자 목소리였는지 물어봅니다.]

"아 목소리? 당연히······."

대답하려던 세준은 순간 알 수 없는 서늘함을 느꼈지만

"여자였는데?"

솔직히 말했다. 속이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탑의 관리자가 알겠다고 말합니다.]

이후로 에일린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용서 못 해! 감히 우리 세준이에게 선물을?!"

에일린이 창조신의 사도를 경계 대상에 등록했다.

***

저벅.저벅.

세준은 다시 견고한 칼날 대파에 발소리를 들려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시간 정도 지났을 때

[견고한 칼날 대파들이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체력 스탯의 잠재력이 99에서 100으로 상승합니다.]

기다리던 메시지가 나타나며 체력의 한계가 1 증가했다.

"진짜구나."

농작물의 보은 스킬의 효과를 확인한 세준.

"좋아. 테스트 끝. 이제 돌아가야지. 꾸엥아 가자!"

세준이 꾸엥이를 불렀다. 다시 탑 99층으로 돌아갈 때였다.

하지만

꾸엥······

[꾸엥이 졸리다요······.]

간식 주머니를 비우다 배가 부르자 잠이 온 꾸엥이.

"그럼 좀 자고 가자."

꾸엥!

[아빠 꾸엥이 옆에서 같이 잔다요!]

세준의 꾸엥이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알았어."

세준이 꾸엥이의 옆에 앉자

꾸헤헤헤.

꾸엥이가 세준의 엉덩에 자신의 궁둥이를 붙이고 본격적으로 자기 시작했다.

쓰담쓰담.

세준은 그럼 꾸엥이와 무릎에 달라붙어 있는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다 함께 잠들었다.

잠시 후

커어어.

꾸로롱.

배로롱.

"냥?! 여기가 어디냥?!"

테오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다행이다냥!"

꾸욱.꾸욱.

자신이 세준의 무릎 위에 있음을 확인하고는 새준의 몸을 앞발로 누르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얼굴은 조금 썩었지만, 이상은 없다냥!"

그렇게 세준의 상태를 확인한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발라당 누웠다.

10분 후.

"냥! 잠이 안 온다냥!"

너무 많이 자서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

"저건 내가 가져온 거 아니냥?"

테오가 세준의 주머니에서 그리움의 청동 거울을 발견했다.

"박 회장의 무릎을 보고 싶다냥!"

거울을 든 테오가 거울에 마력을 불어 넣으며 세준의 무릎을 생각했다.

그러자

"오! 나다냥!"

세준의 무릎과 함께 그 위에 있는 테오의 모습이 거울에 나타났다.

"푸후훗. 역시 나는 대단하다냥!"

테오가 자신이 가져온 물건의 훌륭한 기능에 스스로 자화자찬을 하며 우쭐해졌다.

"엘카를 보고 싶다냥!"

"우르치를 보고 싶다냥!"

"에일린 누나를 보고 싶다냥!"

그렇게 테오가 혼자 청동 거울을 가지고 놀고 있을 때

꾸엥?

[큰형아 그거 뭐다요?]

잠에서 일어난 꾸엥이가 테오가 가진 거울을 보며 물었다. 큰형아가 가진 거 재미있어 보인다요!

"푸후훗. 꾸엥이 이것 봐라냥! 여기다 마력을 불어 넣고 보고 싶은 대상을 생각하면 거울에 나타난다냥!"

테오가 청동 거울에 흑토끼의 모습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꾸엥!

[작은 형아다요!]

"푸후훗. 어떠냥? 꾸엥이도 해볼 거냥?"

테오가 선심 쓰듯이 말했다. 큰형아의 위엄을 보일 때다냥!

꾸엥!꾸엥!

[그렇다요! 꾸엥이도 해보고 싶다요!]

테오의 말에 꾸엥이가 흥분하며 말했다.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냥!"

꾸엥!

[알겠다요!]

테오가 꾸엥이에게 주의를 주며 청동 거울을 건넸다.

그리고

꾸엥!

[거울아 꾸엥이는 꾸엥이 할머니 보고 싶다요!]

거울을 받은 꾸엥이가 두 앞발로 거울을 잡고 마력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

거울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연했다. 꾸엥이는 세준의 엄마인 김미란을 본 적이 없으니까.

꾸엥?꾸엥?!

[이거 왜 안 된다요? 꾸엥이 할머니 왜 안 나타난다요?!]

꾸엥이가 거울을 흔들며 말했다.

"바보냥?! 얼굴을 알아야 볼 수 있다냥!"

꾸엥!꿰엥!

[꾸엥이 바보 아니다요! 근데 꾸엥이 꾸엥이 할머니 얼굴 모른다요!]

테오의 말에 꾸엥이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때

"으음······ 왜 싸우고 그래?"

둘의 소란에 세준이 잠에서 일어났다.

꿰엥!

[아빠 꾸엥이 꾸엥이 할머니 보고 싶다요!]

꾸엥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세준에게 달려들었다.

"헉! 꾸엥아 멈······ 컥!"

세준이 서둘러 외쳤지만

퍽!

꾸엥이가 훨씬 더 빨랐다.

크오오오!

다행히 세준의 왼팔에 있던 용문신이 사라지며 세준을 살렸다.

183화. 꾸엥이 이제 가볍다요!

183화. 꾸엥이 이제 가볍다요!

"휴우. 꾸엥이, 이리 와."

세준이 카이저의 비늘로 왼팔에 다시 문신을 새기며 꾸엥이를 불렀다.

꾸엥······ 꾸엥.

[아빠 미안하다요······ 꾸엥이가 잘못했다요.]

자신이 잘못한 걸 아는 꾸엥이가 세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자신이 잠깐 흥분해 세준을 위기에 빠트린 것이다.

"괜찮아. 꾸엥이 잘못 아냐."

세준이 다가온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세준은 알았다. 이런 일이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는 걸. 이건 꾸엥이의 노력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TV나 너튜브를 보면 가끔 대형견의 운동량을 감당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주인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 부분은 주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지 대형견을 탓할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꾸엥이는 지금까지 자신의 무의식까지 억누르며 전력으로 세준을 배려해 왔다. 잘 때만 봐도 이오나는 그렇게 발로 차면서 세준을 찬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거기다 꾸엥이는 테오가 안길 때 자신도 안기고 싶은 걸 매일 참고, 힘을 쓸 때도 항상 세준의 위치를 확인하며 세준에게 여파가 미치지 않도록 방향을 조절하거나 힘을 조절하며 싸워왔다.

자신을 위해 애쓰는 꾸엥이 때문에 세준이 더 미안했다.

꿰에엥!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안심하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제야 놀라고 무서웠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꾸엥이 왜 울어? 아빠 진짜 괜찮아."

세준이 꾸엥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렇게 세준은 꾸엥이를 안아주고 쓰다듬으며 달랬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든다냥!'

세준의 손이 꾸엥이만 쓰다듬어 주는 게 불편한 테오. 그래도 큰형아로서 이번만은 동생을 위해 조용히 세준의 무릎에 앉아있었다.

톡.톡.

테오의 꼬리가 꾸엥이의 궁둥이를 토닥였다.

"근데 꾸엥이, 할머니 보고 싶다고?"

꾸엥이가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르자 세준이 청동 거울을 들며 말했다.

꾸엥!꾸엥!

[그렇다요! 꾸엥이 꾸엥이 할머니 보고 싶다요!]

세준의 물음에 꾸엥이가 힘차게 대답했다.

"알았어. 자. 이분이 꾸엥이 할머니야."

세준이 그리움의 청동 거울에 마력을 불어넣어 김미란의 모습을 보여줬다.

꾸엥!꾸엥!

[꾸엥이 할머니다요! 꾸엥이 할머니 보고 싶었다요!]

꾸엥이가 거울을 보며 기뻐했다.

"옆에는 할아버지랑 작은 아빠야."

저녁 시간이라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있어 세준이 옆에 슬쩍슬쩍 비추는 둘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 그렇게 세준의 가족 얼굴을 전부 익힌 꾸엥이.

꾸엥?

[아빠 저건 뭐다요?]

거울에 보이는 저녁 반찬들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저건 김치찌개야. 아빠가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야."

꾸엥?

[김치찌개 그렇게 맛있다요?]

"글쎄. 자주 먹으면 질리는데 또 안 먹으면 먹고 싶어지는 그리운 맛?"

꾸엥.

[어렵다요.]

세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꾸엥이였다.

"꾸엥이도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슥슥.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물론 꾸엥이라면 그런 일은 없을지도 몰랐다. 음식을 질려하는 꾸엥이라니?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제 집에 가자."

세준이 동물들을 데리고 탑 99층으로 올라갔다.

***

"이번 주에만 해안에 허가 없이 접근하는 배 220척을 수장시켰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수상한 배는 한 척도 절대 미국 내로 들이지 못하게 최선을 다해주세요."

"네!"

전시도 아니고 200척이 넘는 배를 수상하다는 이유만으로 수장시켰다. 평소라면 국제적으로 비난을 살 수 있는 상황. 그런데 대통령은 해군참모총장을 질책하는 게 아니라 치하했다.

"멕시코 국경 지대는 어떻습니까?"

"국격 지대에 50m 높이의 고압 철책을 설치하고 군인들과 무인 드론으로 경계를 서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육군참모총장이 대답했다.

"절대 로커스트 한 마리라도 국경을 통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한 마리가 국경을 넘는 순간. 미국은 끝입니다."

대통령이 비장하게 말했다. 그 정도로 로커스트의 번식력은 엄청났다. 한 마리가 일주일만 지나도 10만 마리 이상으로 늘어난다.

지금 미국은 로커스트와의 전쟁 중이었다. 아니 모든 나라가 로커스트와 전쟁 중이었다.

"보고서 검증은 어떻게 됐습니까?

대통령이 이번에는 CIA국장에게 물었다. 미국 CIA는 로커스트의 확산 경향을 분석하던 여러 대학의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인위적인 개입이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실제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삼두사회라는 조직의 인위적인 개입이 확인됐습니다."

"뭐라고요?!"

CIA국장의 말에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이 분개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로커스트가 퍼지면 인류 전체가 위험해진다.

"삼두사회에 대한 정보는요?"

"현재 삼두사회에 대한 소탕 작전과 더불어 침투 작전 등 여러 방면으로 작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온 첩보로는 한국으로 삼두사회의 조직원 상당수가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이라면?"

"네. 아마 박세준의 가족을 노릴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뿐 아니라 모든 정부가 세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세준의 가족들을 감시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세준과 유일한 끈이 있는 한태준이 나서 세준의 가족을 감시하는 단체나 국가에 대해서는 세준에게 전달해 농작물을 살 수 없게 하겠다고 선포한 이후 모든 정보부 요원들이 철수한 상태였다.

"흐음. 일단 한태준에게 정보를 알려주죠."

한태준은 현재 지구방위대를 통솔하며 견고한 칼날 대파 분배에 대한 실권을 가진 인물. 한태준에게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해독의 대파와 견고한 칼날 대파를 추가로 분배받으려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는 여기서 끝내죠."

"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모두가 나가는 길.

-한국으로 들어간 조직원에 대해 미국 정부가 한태준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로 함.

회의에 참석한 육군참모차장이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

꾸엥!

[집 도착이다요!]

쿵.쿵.

탑 99층 세준의 농장에 도착한 꾸엥이가 기분 좋게 외치며 신나게 농장을 뛰어다녔다. 오늘은 하루도 걸리지 않아 돌아왔지만, 그래도 좋은가 보다.

"뭐······ 집이 최고기는 하지."

저벅.저벅.

세준이 꾸엥이를 이해한다는 듯이 말하며 밭 주변을 걸으며 농작물들에게 발소리를 들려줬다. 농작물들은 성장 속도가 빨라져 좋고 자신은 잠재력이 늘어나 좋다.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아닌가?"

농작물이 빨리 성장하면 수확이 빨라지니 그것도 세준에게 이득이었다.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7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했습니다.]

그렇게 세준이 중간중간 잘익은 농작물을 수확하면서 밭 주변을 걷고 있을 때

"아작스는 어떻게 일하지?"

갑자기 아작스의 일하는 모습이 궁금해진 세준이 청동 거울을 꺼내 마력을 불어넣으며 아작스를 생각했다.

하지만

"왜 이러지?"

엄청난 노이즈 때문에 아작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작스가 뿜어내는 마력 파장 때문이었다.

"마력이 부족한가?"

세준이 자신이 가진 마력을 최고치까지 불어넣자 노이즈가 조금은 사라졌다. 하지만 안 보이기는 마찬가지.

그때

꼬르르륵.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쿵.쿵.

열심히 달리고 배를 꺼트린 꾸엥이가 배꼽시계를 울리며 세준을 찾아왔다.

"잠깐만 기다려."

세준이 취사장으로 가서 저녁을 준비했다. 오늘 저녁은 배춧국. 시원한 국물 요리가 당겼다. 먼저 달궈진 냄비에 작게 자른 퍼플 로커스트 고기를 넣고 볶아줬다.

치이익.

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익자

콸콸콸.

냄비에 물을 채우고 전에 손질하고 남겨둔 심해의 거대 참치 뼈를 냄비에 넣고 강한 불에서 끓이며 육수를 냈다.

육수를 만드는 사이

철컹.

아공간 창고에서 표고버섯과 해독의 대파를 꺼내고 배추밭으로 가서 배추 10포기를 뽑아와 꼭지를 자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송송송 썰어 냄비에 넣었다.

그렇게 요리에 간장과 소금, 후추로 간을 하며 요리를 끝내자

[탑에서 최초로 시원한 바람의 배춧국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5에 시원한 바람의 배춧국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5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오랜만에 새로운 요리를 만들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내가 요즘 안일했나?"

세준이 셀프 반성을 하며 요리의 옵션을 확인했다.

[시원한 바람의 배춧국]

퍼플 로커스트 고기를 미리 볶아 맑은 국물을 유지했고 심해의 거대 참치뼈로 육수를 낸 국물이 감칠맛을 더합니다.

해독의 대파가 퍼플 로커스트 고기에 있는 극독을 해독하여 요리가 쉽게 상하지 않습니다.

모든 재료들이 조화를 이루며 바람의 배추의 맛과 효과가 극대화되었습니다.

섭취 시 바람 속성 친화력이 1시간 동안 조금 상승합니다.

섭취 시 아주 낮은 확률로 중급 이하의 바람 속성 관련 재능을 개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120일

등급 : A

"오! 괜찮은데?"

요리 옵션이 괜찮았다.

거기다

후루룩.

"크으. 시원하다."

맛은 최상이었다. 밥 한 숟가락이 없는 게 진짜 아쉬웠다.

"얘들아 저녁 먹자."

세준이 동물들을 불러 함께 식사를 했다. 밥 대신 찐감자가 탄수화물을 대신했다.

저녁을 먹는 사이

"너희들도 이거로 보고 싶은 상대가 있으면 봐."

세준이 그리움의 청동 거울을 원숭이들과 토끼들에게 건네며 말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동물들도 있기에 가족이 보고 싶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삐익!

우끼!

세준의 배려에 토끼들과 원숭이들이 청동 거울로 보고 싶은 상대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꿀꺽.

꾸엥!

[맛있다요!]

모두가 청동 거울에 정신이 팔린 사이 꾸엥이는 세준이 퍼준 배춧국을 단숨에 원샷하고 냄비로 가서 배춧국을 계속 리필했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자

[시원한 바람의 배춧국을 섭취했습니다.]

[바람 속성 친화도가 1시간 동안 조금 상승합니다.]

메시지가 나타나며 세준은 몸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촵촵촵.

"박 회장, 몸이 시원해졌다냥! 좋다냥!"

츄르를 받아먹던 테오가 세준의 변화를 느끼며 세준의 무릎에 자신의 등을 비비적거렸다.

그때

살랑.살랑.

토끼들과 원숭이들 몇 마리의 몸에서 은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동물들이 바람 속성 재능을 개화한 것이다.

"어?!"

겨우 배춧국 한 그릇 먹고 재능 개화? 아주 낮은 확률이라며? 나는? 동물들과 다르게 재능을 얻지 못한 세준이 억울해하며 자신의 몸을 살펴봤지만

...

솜털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어?! 그럼 꾸엥이는?"

꾸엥이는 냄비째 먹었다.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를 찾을 때

쿠구궁.

뒤에서 거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를 보자

꾸엥!

[아빠 꾸엥이 재능 생겼다요!]

강한 돌풍에 휩싸인 꾸엥이가 보였다. 세준의 예상대로 꾸엥이도 바람 속성 재능을 개화했다.

꾸엥!

[기쁘다요!]

신난 꾸엥이가 세준의 몸에 안겼다.

"어?! 꾸엥이 멈······."

폭신.

"춰?"

세준이 자신의 품에 안긴 꾸엥이를 보며 당황했다. 묵직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들 수 있는 무겠였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이제 가볍다요!]

꾸엥이가 개화한 재능은 몸무게를 100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는 재능 :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조난 325일 차, 꾸엥이가 드디어 꿈꾸던 세준의 품에 안겼다.

184화. 기회가 왔어요.

184화. 기회가 왔어요.

부웅.

꾸헤헤헤.

척.

부웅.

꾸헤헤헤.

척.

꾸엥!

[재밌다요! 신난다요!]

저녁을 먹고 세준은 가벼워진 꾸엥이를 던졌다 받기를 반복하며 꾸엥이와 놀아주고 있었다.

그때

쿠어어엉.

멀리서 분홍 털이 꾸엥이를 불렀다. 잘 시간이었다.

꾸엥······

[더 놀고 싶다요······.]

엄마의 부름에 아쉬워하는 꾸엥이.

"엄마랑 자고 내일 또 놀면 되지."

세준이 아쉬워하는 꾸엥이를 타일렀다.

꾸엥!

[알겠다요! 꾸엥이도 잘 잘 테니 아빠도 잘 잔다요!]

말을 마친 꾸엥이가 분홍 털을 향해 달려갔다.

다다다다.

이제 발걸음 소리도 가벼운 꾸엥이였다.

"우리도 자자."

"알겠다냥!"

세준도 테오와 자러 갔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다다다다.

꾸엥!

[아빠 꾸엥이 놀고 싶다요!]

아침 일찍부터 꾸엥이가 놀자고 찾아왔다.

그리고

폴짝.

아직 자고 있는 세준의 가슴을 향해 몸을 날리는 꾸엥이.

퍽.

"으음······."

세준이 충격에 약간의 신음을 흘렸지만, 잠에서 깨지는 않았다.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멀쩡하다요.]

꾸엥이가 자신이 몸을 날려도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는 세준을 보며 기뻐하다

커어어.

고로롱.

꾸로롱.

뀨로롱.

함께 잠들었다.

잠시 후

"읏차!"

세준이 잠에서 일어나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데구루루.

자연스럽게 경사를 따라 구르는 꾸엥이.

"어?"

척.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를 붙잡았다.

"진짜 신기하네. 우리 꾸엥이가 이렇게 가볍다니."

세준이 자신의 품에서 곤히 자는 꾸엥이를 보며 말했다. 지금 느껴지는 꾸엥이의 무게는 70kg 정도. 전에 비하면 새털 같은 무게였다.

세준이 두 손으로 꾸엥이를 들고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자신이 꾸엥이를 들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고 있을 때

씨익.

꾸엥이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였다. 일어났는데 자는 척을 하고 싶은 모양.

'흐흐흐. 하지만 난 속아주지 않지!'

부부부붑.

세준이 꾸엥이의 배에 배방구를 하며 자신을 속인 꾸엥이를 응징했다.

꾸우우우.

자는 척을 하기 위해 애를 쓰는 꾸엥이

하지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재밌다요!]

곧 항복하며 세준과 놀기 시작했다.

"다시 간다! 부부부붑."

꾸헤헤헤.

그렇게 놀고 있을 때

꼬르르륵.

꾸엥이의 배에서 들려오는 배꼽시계.

꾸엥!

[아빠 꾸엥이 배고프다요!]

꾸엥이의 목소리에서 좀 전과는 다른 패기가 느껴졌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배고픈 건 용납할 수 없다요!

"그래. 밥 먹자."

포악한 맹슈 모드로 변하려는 꾸엥이를 잠깐 내려놓고

"냐아앙······."

아직 자는 테오를 무릎에 착용했다.

"어? 이오나가 왔었네?"

세준이 테오의 꼬리에 매달린 이오나를 뒤늦게 발견했다.

"가자."

꾸엥!

[알겠다요!]

세준이 꾸엥이와 취사장으로 이동했다. 아침 메뉴는 당연히 배춧국. 어제는 재능 개화에 실패했지만, 오늘은 될지도 몰랐다.

아침 식사 후

살랑.살랑.

어제 재능을 개화하지 못한 동물들 중 몇이 다시 바람 속성 재능을 개화했다. 그에 반해 세준은 일부러 배춧국을 3그릇이나 먹었지만, 그냥 배만 불렀다.

"쳇."

"박 회장, 힘내라냥!"

"뀻! 더우시면 제가 마법으로 시원하게 해드릴게요."

꾸엥!꾸우!꾸우!

[꾸엥이도 바람 불 수 있다요! 후우!후우!]

동물들이 그런 세준을 위로했지만

"위로 안 해도 괜찮아."

세준은 그런 동물들의 위로를 거절했다.

'오늘 점심도 배춧국이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세준이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척.

저벅.저벅.

세준은 집 앞에 세워져 있던 마일러의 괭이를 들고 아직 아무것도 심어지지 않은 밭으로 갔다.

그리고

후두둑.

바닥에 당근 씨앗을 뿌리고

퍽.

"땅 일으키기."

마일러의 괭이로 당근을 심기 시작했다.

[마력이 담긴 땅에 민첩의 당근 씨앗 500개를 심었습니다.]

[민첩의 당근 씨앗들이 농사꾼의 발소리를 듣고 있어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씨뿌리기 Lv. 6의 효과로 24시간 동안 민첩의 당근 씨앗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집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770만 2173번 남았습니다.]

"오!"

농사꾼의 발소리 신발과의 시너지로 마력 씨뿌리기 효과가 강화됐다.

"좋아!"

저벅.저벅.

덕분에 의욕이 오른 세준은 열심히 발소리를 내며 당근을 심기 시작했다.

그렇게 1시간쯤 당근을 심었을 때

[민첩의 당근이 농사꾼의 발소리에 감사하며 힘을 보탭니다.]

[민첩 스탯의 잠재력이 99에서 100으로 상승합니다.]

민첩 스탯의 잠재력이 상승했다.

"응?"

예상보다 빨리 잠재력이 오르자 세준이 의아해했다. 세준은 어제 농작물의 보은 스킬을 시험해 보면서 두 가지를 알아냈다.

하나는 잠재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밭을 2시간 정도는 걸어야 한다는 것. 이건 아마 잠재력이 올라갈수록 잠재력을 늘리기 위한 시간이 늘어나겠지만, 현재는 그랬다.

나머지 하나는 농작물이 주는 기운이 농작물마다 따로 모인다는 것.

예를 들어 당근밭 1시간, 고구마밭 1시간 이렇게 걸으면 잠재력을 올리기 위해 나중에 당근밭 1시간, 고구마밭 1시간을 더 걸어 2시간을 채워줘야 한다.

'발소리 효과 때문인가?'

세준의 생각에 잠재력을 늘리기 위한 시간이 짧아진 이유는 씨앗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농작물의 보은 효과도 2배로 상승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게 점심이 될 때까지 세준은 당근을 심으며 힘과 민첩의 잠재력을 1씩 추가로 올렸다.

점심시간.

삐익?

우끼?

동물들은 3연속 배춧국이 나오자 당황했다. 조금 질리는지 동물들의 식사 속도가 느려졌다.

꾸엥!

[맛있겠다요!]

물론 꾸엥이는 아무렇지 않게 처음 먹는 것처럼 맛있게 먹었다.

잠시 후

살랑.살랑.

재능을 개화하지 못한 동물들 중 나머지 전부가 바람 속성 재능을 개화했다.

"끄응."

세준은 역시 이번에도 배만 불렀다.

***

차원의 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열심히 주변을 탐색하고 있던 거대한 문어, 멸망의 12사도 중 6좌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를 삼키는 괴수 크라켄이 주변을 둘러보며 혼란스러워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주변을 촘촘한 그물처럼 둘러싼 나뭇가지들 때문. 처음에는 앞을 막은 나뭇가지 몇 개가 전부였다.

크라켄은 자신의 힘을 믿고 나뭇가지를 부수고 가려 했지만

쾅!

나뭇가지는 생각보다 훨씬 튼튼했다.

-감히 나 크라켄의 힘을 버티다니!

비록 본체의 파편이지만, 그 힘이 가벼운 것은 아니었기에 크라켄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쾅!쾅!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뭇가지를 파괴하기 위해 힘을 썼고 앞의 나뭇가지에 집중하는 사이 어느새 나뭇가지에 포위돼 버렸다.

뿌드득.뿌드득.

나뭇가지들이 조금씩 공간을 좁히며 크라켄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익!

크라켄이 자신을 옥죄는 나뭇가지에 대항해 버텨보려 했지만, 언제 죽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땡그랑.

크라켄이 압사되며 회색 코인 3개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뿌드득.

나뭇가지가 재빠르게 움직여 코인을 받아 챙겼다.

[이번에는 주인님께 어떻게 드리죠?]

멸망의 사도를 죽이는 것보다 세준에게 티 나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 더 힘든 불꽃이었다.

***

점심을 먹고

"우리 불꽃이한테도 발소리 들려줘야지."

세준이 불꽃이를 챙기기 위해 동굴로 내려갔다. 불꽃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걸 보면 세준은 항상 마음이 쓰였다.

[주인님! 어서 오세요!]

세준이 내려오자마자 불꽃이가 이파리 4개를 흔들며 반갑게 세준을 맞이했다.

'불쌍한 녀석. 사과나무인데 아직도 달랑 이파리 4개가 전부라니.'

탑 99층에서 남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또 잊어버린 세준이었다.

"불꽃이 잘 있었어?"

세준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불꽃이의 이파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네! 근데 주인님의 발소리가 너무 좋아졌어요! 막 기운이 나요! 아! 전에도 좋았는데 더 좋아졌다는 의미예요!]

불꽃이는 혹시나 세준이 오해할까 봐 서둘러 부연 설명을 했다.

'귀여운 녀석.'

세준이 그런 불꽃이를 쓰다듬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스윽.

세준의 오른손 밑으로 은근슬쩍 자신의 머리를 들이미는 테오. 나도 쓰다듬어 달라냥!

그때

덥석.

테오를 따라 꾸엥이가 세준의 왼손을 잡아 자신의 머리에 붙였다.

'이제 일해야 하는데······.'

손바닥에 부드러운 털의 촉감이 세준을 유혹했다. 하지만 이렇게 쓰다듬기 시작하면 몇십 분은 훌쩍 가버린다. 세준이 유혹을 이겨내고 둘을 떼어내기 위한 묘수를 생각했다.

"얘들아, 가서 참치 좀 잡아 와."

"참치말이냥?!"

꾸엥!

[참치 맛있다요!]

참치라는 말에 테오와 꾸엥이가 흥분했다.

"응. 참치 잡아 오면 츄르 만들어 줄께."

"푸후훗. 알겠다냥! 꾸엥이 누가 먼저 참치를 잡는지 시합이다냥! 나의 수속성 능력을 보여주겠다냥!"

꾸엥!

[꾸엥이도 수영 잘한다요!]

테오와 꾸엥이가 서둘러 연못으로 달려갔다. 물론 테오의 꼬리에서 자고 있는 이오나도.

"이제 일 할 수 있겠네."

세준이 동굴에 있는 밭에서 일을 시작했다.

[기회가 왔어요.]

불꽃이가 조용히 차원의 바다에서 잡아 압사시키려던 멸망의 사도 두 마리를 탑 99층과 연결된 통로 쪽으로 몰기 시작했다.

***

"내가 먼저 참치를 잡을 거다냥!"

슈웅!

테오가 수속성 능력을 이용해 물을 가르듯이 빠르게 헤엄치자

꾸엥!

[꾸엥이 안 진다요!]

꾸엥이가 자신의 몸무게를 다시 원상태로 만들었다.

쿠웅.

무거워진 꾸엥이가 빠르게 연못 바닥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슷한 타이밍에 연못 바닥에 도착한 둘.

그때

-웬 놈들이냐?

그들의 앞에 거대한 녹색의 바다뱀이 차원의 바다와 연결된 통로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멸망의 12사도 중 12좌를 차지하고 있는 해일을 부르는 뱀, 레비아탄이었다.

"뭐냥?"

꾸엥?

[뭐다요?]

레비아탄을 본 테오와 꾸엥이가 눈앞에 있는 거대한 생선이 뭔지 생각했다. 바다에 살면서 뱀처럼 길다란 생선.

"냥! 나 안다냥! 저건 박 회장이 좋아하는 거대 장어다냥!"

꾸엥!

[아빠가 좋아하는 거 꾸엥이가 잡을 거다요!]

눈앞의 레비아탄을 거대 장어라고 확신한 테오와 꾸엥이가 레비아탄을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푸후훗. 꾸엥이 잘 봐라냥! 이게 테 부회장의 비기 냥냥폭풍권이다냥! 냐냐냥!냐냐냥!"

테오가 용발톱을 꺼내 마력을 가득 불어넣고 레비아탄을 공격했다.

-크윽. 어떻게······.

쿵.

테오의 공격에 레비아탄이 쓰러지며 물로 변하며 사라졌다.

땡크랑.

녹색 코인 1개가 떨어졌다.

"냥? 장어가 사라졌다냥!"

꾸엥?

[장어 어디갔다요?]

갑자기 사라진 장어에 둘이 당황할 때

-레비아탄, 녀석 왜 길을 막어서는······ 응? 너희는 누구지?

이번에는 레비아탄을 따라 들어온 크라켄이 통로를 다시 막았다.

"냥! 박 회장이 좋아하는 문어다냥!"

자신이 안 먹는 건 세준에게 밀어주는 테오였다.

꾸엥!꾸엥!

[꾸엥이도 문어 좋아한다요! 이번에는 꾸엥이가 잡을 거다요!]

쾅!

꾸엥이가 외치며 땅을 차고 크라켄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꾸엥!

[꾸엥이의 비기 꾸엥한방권이다요!]

콰앙!

테오를 따라 꾸엥이도 자신의 기술에 이름을 붙이고는 주먹에 마력을 불어넣고 크라켄의 머리를 때렸다.

-크헉! 무슨 말도 안 되는······

쾅!

크라켄이 말을 잇지 못하고 쓰러지며 물로 변했다.

그리고

땡그랑.

코인들이 떨어진 곳에 나뭇가지가 코인 7개를 놓고 사라졌다.

그리고

[파수꾼 테오가 검은 탑에 침투한 멸망의 사도 12좌 해일을 일으키는 뱀 레비아탄을 처치했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획득한 경험치의 50%인 1000만을 획득했습니다.]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아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파수꾼 꾸엥이가 검은 탑에 침투한 멸망의 사도 6좌 바다를 삼키는 괴수 크라켄를 처치했습니다.]

...

..

.

밭일을 하고 있는 세준의 앞에 나타난 메시지.

"어?! 내 경험치······."

세준이 좌절할 때

[헤헷. 성공이네요.]

세준의 뒤에서 불꽃이가 가지고 있던 코인을 성공적으로 넘긴 것에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