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장. 언제 어디서든 제가 업어줄게요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한 소근언은 넓은 소매 속에 상자를 넣은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서아, 오늘은 조금 늦게 떠나려고 합니다.”
상문의 예를 따르자면 사내는 여인의 집을 너무 빠르게 떠나서도 안 되었고, 날이 저문 후에 돌아가서도 안 되었다. 반드시 충분한 시간 동안 머문 다음,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만 상서로움이 깃든다고 여겼다.
예전의 그는 이러한 풍습을 잘 알지 못했으며, 깊이 알아보려 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구혼하려는 여인은 진 태부의 여식이었다. 그러니 이러한 예의 또한 아주 빈틈없이 지켜야 했다.
그래서 그는 오늘 선물만 준비한 게 아니라 풍습까지 철저히 알아본 후 찾아왔다. 혹시라도 잘못을 저질러서 나쁜 인상을 남기는 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에 대해 진운서는 그보다 아는 게 없었다. 그가 느지막이 돌아간다는 말을 들은 진운서는 부의 하인들이 모두 쫓겨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부 구경을 시켜줄게요.”
말을 마친 그녀가 처소의 대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여러 번 진부에 와 봤지만, 한 번도 서아와 함께 부 안을 거닐어본 적이 없었다.
이제 신분에 관한 비밀은 완전히 드러났고, 소근언 역시 진형에게 인정을 받았다.
진운서는 아버지가 결국 그를 마음에 들어 하리란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큰길의 양쪽으로는 이미 가본 적이 있으니까, 근언을 그쪽으로 데리고 가지는 않을 거예요.”
진운서가 그렇게 말하며 양옆으로 녹나무가 가득 심긴 좁은 자갈길로 들어갔다.
“운원에도 이런 나무들이 있어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심으신 건데, 눈 깜짝할 사이에 십몇 년이 흘러서 지금은 아주 튼튼하게 자랐지요. 하지만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이 정도의 녹나무는 굵은 축에도 들지 못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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