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장. 정신을 놓았소
정확히 말하자면 소근언은 진형 자신뿐만 아니라 서아도 기다리고 있었던 걸로 보였다. 사람이 어딨는지 알고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니. 이렇게 소식에 정통한 것을 보니, 이미 황궁 안에 비밀 연락원을 두고 있는 게 분명했다.
“소 총병.”
진운서의 낭랑한 목소리에는 경의가 가득했다.
진형은 얼른 딸의 표정을 살폈다. 딸의 맑은 눈망울에는 소 총병을 향한 감탄이 드러나 있었다.
우선은 존경과 감탄하는 마음에서 사내를 향한 감정이 싹트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뒤 상대에게 끌리면 결국에는 그 마음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다. 진형 역시 이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예전에 서아의 모친이 바로 이런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진 대소저.”
소근언의 시원스러운 대답이 이어졌다. 소근언은 곧이어 아주 예의 바른 태도로 몸을 굽히며 예를 올렸다.
이내 진형이 연신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시간이 늦었구려. 그럼 소 총병은 볼일을 보도록 하시오. 나는 먼저 가야겠소.”
그렇게 말하며 그가 딸의 손을 덥석 잡았다.
“묘회에 가는 날 두꺼운 피풍을 챙기는 걸 잊지 말아라. 아무리 날이 따뜻해졌다지만, 일교차가 심한 이런 때에 풍한이 들기 쉬운 법이다.”
진형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그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 목소리는 소근언의 귀에도 들릴 정도였다.
소근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떠나는 부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진운서와 함께 묘회에 가기로 한 일을 진형이 이미 알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 그 일을 언급한 걸 보면, 진형도 두 사람이 함께 외출하는 것을 허락한 듯했다.
‘서아와의 일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내가 진 태부의 시험을 통과했음을 의미하는 건가?’
어쨌든 예전에 비해 많은 진전이 있었음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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