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3화. 한가함을 즐기다 (1)
이틀이 지나, 야천일은 하례를 정했다.
순조롭게 남량, 남강, 서연에 각각 사람을 보내 하례를 전달하려는데, 야경난이 갑자기 금전에 뛰어들었다.
야경난은 들어오자마자 야천일 앞에 무릎을 꿇고, 남량으로 보낼 하례는 자신이 전하겠다고 애원했다.
이에 야경난의 부친 덕친왕, 오라버니 야경염을 비롯해 모든 문무백관들이 매우 놀랐다. 덕친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야경염은 크게 분노해 당장 야경난을 금전 밖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그러자 야천일이 야경염을 막고, 야경난에게 이유를 물었다.
야경난은 잠시 머뭇거리다, 남릉예가 자신에게 목검을 선물한 이야기를 꺼냈다. 5년 전 난성에서 있었던 일도 곁들여 설명했다.
대신들도 당연히 처음 듣는 이야기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야경염이 적막을 깨고 입을 열었다.
“남량 황제가 여인들에게 준 물건이 어디 그뿐일까. 평생을 다해도 셀 수 없이 많을 텐데, 넌 그깟 목검 한 자루를 가지고 뭘 어쩌겠다는 말이냐?”
그래도 야경난은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애절하게 말했다.
“오라버니, 제발 날 남량에 보내줘요. 난 5년간이나 남량의 황제를 마음에 품어왔어요. 어쩌면 나로 인해 천성과 남량이 이대로 태평해진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백성들만큼은 편안히 살 수 있을 거예요.”
“이 미련한 녀석아! 그가 여태 함께했던 여인들이 얼마나 뛰어난 미인들인지는 알아? 넌 비교도 되지 않는다. 천성과 남량이 이대로 태평할 거라는 것도 네 망상이야. 거기다 해국 낙요 공주도 그를 연모한다. 그러니 경 세자와의 혼약도 파기하지 않았더냐.”
야경염은 한바탕 훈계를 하고는, 야경난이 또 뭐라고 소동을 피울까 봐 미리 살짝 손을 써 야경난을 잠시 기절시켰다.
“여봐라! 군주를 덕친 왕가로 모셔가거라! 그리고 절대 덕친 왕가 대문 밖엔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게 잘 감시해라!”
곧 야경염의 은위들이 들어와 야경난을 안고 금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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