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화
호희(胡姬): 이민족 무희들
귤을 모두 다 먹은 명미가 다시 하나를 쥐자, 강연이 그녀의 손에서 귤을 가져와 계속 까주며 말했다.
“그리고 당연히 가장 관건은 나지!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지금쯤 나는 이미 사형과 함께 강호를 누비고 있을 거 아냐? 그럼 당연히 지금처럼 안정적인 삶을 누리지 못했을 테고, 이모님과 내 정체도 알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날 돕지도 않았겠지. 이렇게 큰일도 바뀌는데 왜 넌 안 된다는 건데?”
그제야 명미가 입을 열었다.
“안 된다는 게 아니라…….”
“그럼 된다는 거지?”
강연이 명미의 뒷말을 꿀꺽 삼키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그럼 얼른 날짜부터 잡아볼까? 지금은 네 얼굴만 보려 해도 핑계를 찾아야 하니까, 너무 귀찮아!”
명미는 그래도 뒷말을 이었다.
“……위험이 너무 크다는 거예요. 적어도 우리가 성공하기 전까진, 혼사에 관한 것은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하아…….”
강연이 마치 시들어버린 풀처럼 축 늘어지자, 피식 웃은 명미가 그를 토닥였다.
“하지만 전하께서 이야기한 것도 틀린 건 아니에요. 어쩌면 상황이 바뀌어서 저도 인과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죠. 우선은 기다려보세요. 혹시 그 계기가 생긴다면 하늘이 제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는 것일 테니까요.”
“어떤 계기인데?”
“비밀이에요!”
* * *
아침에 일어난 명미는 기유가 장원 안에 있는 대추나무를 바라보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명미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오라버니가 어떻게 오늘 집에 계세요?”
“스승님께서 휴가를 주셨어.”
기유가 그녀에게 물었다.
“올해 열렸던 대추는? 다 먹은 거냐?”
“벌써 9월 말인데 당연히 다 먹었죠.”
“뭐? 다들 난 안 기다리고 다 먹은 거야? 일 년에 딱 한 차례 과실이 열리는데, 그럼 난 못 먹잖아!”
그러자 명미가 달래듯이 말했다.
“아직 밖에는 늦게 익은 것들이 있을 거예요. 사람 시켜서 사오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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