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4화. 태자의 분노
아만이 걸쭉하게 침을 뱉으며 아교의 곁으로 돌아왔다.
“정말 화가 나 죽겠다니까! 다른 사람들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저것들이 감히 마마의 뒷담화를 해?”
아교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저 아이들도 태자비마마가 걱정되는 것이겠지. 뭘 그리 화를 내니?”
“우리 마마님이 걱정되어 그러지! 너는 걱정도 안 돼?”
아교가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마마께 방도가 있을 거라고 믿어. 설마 잊은 거야? 우리 마마님이 어떤 분이신지?”
그러자 아만의 머리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야심한 한밤중, 마마께서 예기를 뿌리는 은가위를 들고 사내의 아랫도리를 노려보며 웃으시던 모습…….
아만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야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아교의 말이 맞아. 우리 마마님이 어떤 분이신데!’
한편, 방 안에 있는 강서도 욱근을 한참 타이르고 있었다.
“이미 예견한 일이지 않습니까? 걸상은 걷어차서 뭐합니까?”
욱근의 표정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런 말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백성들이 감히 아서를 입에 올리다니.”
“사람의 말은 무섭지요. 소문 때문에 스러져 간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허니, 저희는 소문에 휘둘리지 말고 소문을 이용해서 원흉을 발본색원해야 합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세상 사람들은 다시는 저와 아근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을 거예요.”
그 말에 욱근은 가까스로 노기를 누를 수 있었다.
그때, 양심전의 환관이 와서 경명제의 부름을 전했다.
* * *
양심전에 들어간 욱근이 미간을 찌푸렸다.
육부의 구경들이 모두 한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들이 욱근에게 예를 올렸다.
“태자 전하를 뵈옵니다.”
욱근은 안으로 들어가 경명제에게 예를 올렸다.
“아바마마, 부르셨사옵니까?”
경명제는 욱근이 들어오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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