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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ファンタジ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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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Chs

331화. 한발 늦었다

331화. 한발 늦었다

* * *

조심스럽게 서재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왕세자는 하녀를 몸으로 내리깔고 있다가 소리를 듣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

“꺼져라!”

잠시 조용해졌다 측근 참모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자 전하, 주씨가 돌아왔습니다. 불탑에서 뭔가를 발견했답니다.”

강왕세자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마침내 참아내며 하녀를 밀쳤다.

“나가!”

하녀는 아픔을 호소할 새도 없이 급히 허리띠를 매고 나갔다.

참모들은 강왕세자의 성질을 알고 있어서 가장 가까운 한 명의 참모만 밀정 주씨와 함께 세자의 방에 들어갔다.

“세자 전하.”

강왕세자는 옷을 반은 걸치고 반은 벗은 채로 차를 마시며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빨리해라!”

그러며 강왕세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내가 화가 난 걸 모르는 건가? 이리 몰려와서 짜증 나게 하다니.’

주씨가 말했다.

“세자 전하, 제가 광명사에 다녀왔습니다.”

강왕세자가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눈치도 없이 남의 아픈 곳을 찌르더니! 이제 상처에 소금까지 뿌리러 온 건가.’

주씨는 눈을 딱 감고 계속 말했다.

“제가 불탑을 위아래로 샅샅이 뒤져 보다가 2층에 피가 한 방울 튀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강왕세자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뜻이냐?”

“그 핏자국은 새것이었습니다. 그 말인즉슨 전하께서 사람을 데리고 불탑에 뛰어 들어갔을 때 누군가가 위층에 숨어 있었던 겁니다.”

강왕세자가 벌떡 일어났다.

“뭐라고?”

“우리가 계략에 걸려들었습니다.”

주씨가 말했다.

“소 장군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세자비와 만난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누군가 소 장군을 불탑으로 유인해 금비녀로 똑같은 상처를 만든 뒤에 강세안을 위층에 숨긴 것입니다. 우리가 불탑에서 나오길 기다렸다 그들은 태연히 떠났을 겁니다.”

강왕세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렇게 강세안을 데려갈 수 있을 정도의 상대라면 증거를 날조하는 것쯤은 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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