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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

대순국(大舜國)의 태자와 공자들이 수학하던 아름다운 무애해각.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인 그곳에서 옥형선생(玉衡先生)의 손녀이자 대순국 최고의 재녀였던 옥종화는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무애해각이 아닌, 지금은 가세가 기울어진 지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모두가 그녀를 지씨 가문의 적장녀 지온 소저라고 부른다는 것! 숙부의 농간으로 인하여 혼약자를 빼앗겼다는 연유로 자진을 시도하고, 끝내 실성하고야 만 어리석은 계집. 친부모가 죽고 가산을 전부 숙부에게 빼앗기게 된 불쌍한 아가씨. 이러한 평판에 휩싸인 지온의 몸에 빙의한 것도 모자라,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은 무애해각이 불길에 휩싸였던 연유가 해구(海寇)의 침입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니? ‘아니야! 내 조부님을 활로 쏘아 죽이고 태자 전하를 시해한 이들은 해구가 아니었다!’ 천운으로 인해 지온으로 새롭게 태어나 복수를 다짐하는 옥종화! 그러나 그러려면 그 전에 이 지씨 가문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만 한다! 이전과 다르게 갑자기 기품 있고 재치 있게 구는 조카의 모습에 욕심 많은 숙부네 가족은 허둥지둥하고, 슬기로워 보이는 지온의 모습에 유씨 가문의 대공자 유신지는 끌리고야 마는데! 그리고 그런 지온에게서 그리워하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보는 북양왕가의 공자 루안. ‘왜 저 여자를 보면 그 여자가 생각이 나는 걸까?’ 원제: 天芳(천방)

윈지 · ファンタジ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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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화. 지온의 외조모

233화. 지온의 외조모

한씨 가문의 입성(入城)은 예상보다 빨랐다.

직접 하수(*賀壽: 장수를 축하함) 하겠다던 북양왕이 아직 도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들이 먼저 도성에 당도한 것이다.

그러나 사전에 연통을 주지 않아, 지온은 그들이 도성으로 이사까지 마친 후에야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여동생과 매형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남은 것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생질뿐이니 누구에게 먼저 연통을 넣겠는가? 생질이 가주로서 집안을 건사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러나 정씨 부인은 이들에게 무척 호의적이었다.

그녀는 힘없는 제 집안은 지온을 받쳐 줄 뒷배가 되어줄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지온이 대장공주라는 대단한 뒷배를 가지게 됐다고 자신의 가문과 관계를 끊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 와중에 외가 사람들이 왔으니 지온도 어느 정도 배경을 가질 수 있을 터였다.

* * *

정씨는 먼저 한씨 가문에 첩지를 보낸 후, 잡은 날짜에 지온을 데리고 한(韓)씨 가문을 방문했다.

한씨 가문은 쓸데없는 허세 없이 두 사람을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지씨 가문과 한씨 가문의 혼사가 정해졌을 때만해도 지씨 가문의 어르신은 아직 청운(靑雲)에 오르기 전이었다. 당시 두 집안은 물려받은 가산도 비슷하고 어느 정도 위치가 되는 중간 귀족 가문으로서 혼사를 진행하기 딱 좋았다.

돌아가신 어르신을 배출한 지씨 가문만큼, 한씨 가문에 관운이 따른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한씨 가문은 관(官)에 뿌리를 제대로 내렸다. 그 후로도 단단하게 관직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지금도 한씨 가문은 체면치레는 할 수 있는 집안이었다.

한씨 가문의 한현(韓鉉)은 비록 품계가 높은 관직에 종사하는 이는 아니었으나 그가 하는 업무만큼은 무척 중요하게 쓰이는 이라, 장래를 생각하면 지씨 가문의 두 노야에 비해 상황이 좋았다.

후원 정방(正房)에 도착한 지온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이 정중(正中)에 있는 것을 보자마자 그녀가 바로 ‘지온 소저’의 외조모란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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