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novel

20화.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20화.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주작은 그녀의 분노어린 눈빛은 무시하고, 심소담을 위아래로 자세히 훑어보았다. 심지어 더 가까이 다가서더니, 코를 씰룩거리며 심소담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았다.

‘개도 아니고,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람?’

심소담은 황당해하며 주작이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지금 그녀의 능력을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진작 이 몹쓸 자식을 저 멀리 날렸을 것이다.

수는 분명히 주작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녀의 버팀목인 수는 무적의 존재이니, 주작 따위는 아주 나약한 존재일 뿐이었다.

주작은 한참 동안 이상한 짓을 하더니, 결국 보통 사람들은 하지 않는 ‘관찰’을 위한 행동을 멈췄다.

주작의 키는 서너 살쯤 되는 어린아이 정도였기 때문에, 바닥을 딛고 서 있으면 심소담의 허리 정도에 왔다. 신수인 주작은 인간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공중 부양하여 심소담과 눈높이를 맞췄다.

“너한테서 이상한 향이 나는구나. 그런데 어딘가에서 맡아본 것 같다.”

주작은 조금 고민이 되었다. 그 향은 아주 옅었다. 만약 아주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면, 향을 맡지 못했을 것이다. 그 향은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 존재했다. 하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확실하게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진짜 개 아냐?’

심소담은 잠자코 주작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이제까지 바보 행세를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바보처럼 며칠 동안 씻지도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몸에서 무슨 냄새가 난단 말인가!

그때, 차가운 수의 목소리가 심소담의 머리에 울렸다.

「아무래도 주작이 내 존재를 조금 알아차린 것 같구나. 하지만 우리가 만난 것은 천 년 전이니, 그는 뭔가 착오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천 년 전…….’

심소담은 먼 곳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수는 도대체 어느 시대 사람인 건데!?’

“네 몸에서도 그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구나. 너는 못생긴 데다 나중에 여인이 되기는 하겠지만,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너와 계약을 맺어야겠다.”

그 말에 심일풍, 심가이, 심가휘 세 사람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저 아이는 바보에 폐물이나 다름없는 자였다!

주작은 어째서 실력이 출중한 주작세가의 3대들을 모두 거부하고, 저 바보를 선택한단 말인가!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 주작이 너무 오랫동안 잠을 자서 바보가 된 건가?

어째서 무술과 묘술도 수련하지 못하는 바보를 선택한단 말인가! 아무나 선택해도 이보다는 나을 터였다.

심가이와 심가휘도 거부당하자 심일풍은 속으로 한숨을 돌렸었다. 하지만 심소담이 당첨이 되니, 그는 혼절할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든 질 수 있지만, 주작세가의 수치에게 지다니! 그 아이는 주작세가에서 가장 무능력한 바보였다.

심가이는 더욱 어리둥절하였다. 그녀는 자신이 들은 말을 믿지 못하며, 멍한 눈으로 심소담을 바라보았다.

“주작 대인! 저 아이도 여인이란 말입니다.”

정신을 차린 심가이가 불만스러워하며 소리 질렀다. 자신을 거절한 이유가 어째서 심소담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단 말인가?

주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비천한 인간이 감히 그에게 의문을 품었던 말인가? 그가 콧방귀를 뀌며 예리한 눈빛으로 심소담의 빈곤한 가슴을 흘겨보았다.

심소담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제기랄! 보긴 뭘 보느냔 말이야. 지금은 아직 평평하지만, 언젠가는 높은 산처럼 자랄 거라고.’

“주작 대인!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저 아이는 바보입니다. 게다가 무술과 묘술도 수련하지 못합니다. 어르신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심가이의 말에 심일풍은 희망이 생겼다. 주작은 정말로 심소담이 마음에 든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주작이 정말로 저 바보를 주인으로 선택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주변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자, 주작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제까지 그가 사람을 선택할 때, 감히 왈가왈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놈들은 정말 귀찮았다.

‘이놈들은 나를 바보로 생각하나?’

눈앞에 있는 인간은 조금 못생기기는 했지만, 몸속에 아주 뛰어난 묘술과 무술 능력이 숨겨져 있었다. 이 인간은 분명 인간 세상에서는 보기 드물게,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춘 인재였다. 그런데 저들은 감히 아무것도 못 한다며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주작은 깨어나자마자 주작세가 인간들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비록 지금은 심일풍이 단계가 가장 높지만, 무술과 묘술을 함께 익힐 수 있는 인재는 인간 세상에서 보기 드물었다. 주작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세밀한 것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주작이 갑자기 심소담을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주작은 이 무리 중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이 누군지 이미 선별한 지 오래였다.

이 꼬마의 어디가 바보 같단 말인가? 그는 활활 타오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을 보고, 이 인간이 지혜롭다는 걸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가 바보라면, 자신에게 선택받고 이렇게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주작은 심소담의 분노에 찬 눈빛을 기뻐하는 눈빛으로 오해했다. 이렇게 그의 착각으로 상황은 미화되고 말았다.

주작이 세 사람의 아우성을 무시하자, 세 사람은 점점 더 다급해졌다.

심일풍, 심가이, 심가휘는 서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바보에게 졌다는 걸 받아들이기란 더욱 힘들었다.

심가이는 고통을 힘겹게 참으며,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기만 하는 심소담을 노려보았다.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그녀는 이미 저 바보를 갈기갈기 찢어 죽였을 것이다.

‘어째서 좋은 일들은 모두 다 저 바보에게 일어나는 거지? 사우 오라버니도 저 바보를 아주 많이 아꼈고, 할아버지도 집안의 수치인 저 아이를 후보자 대열에 끼게 했잖아.’

심가이는 속으로 심소담을 무시하며 증오하였다.

그녀는 감히 주작에게 무례를 범할 수는 없었지만, 이제까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반항 한 번 하지 않았던 심소담에게는 거리낌이 없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어찌 이곳에 따라온 거야! 너는 주작세가의 수치야! 주작 어르신과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아! 아버지 말씀이 맞아. 너는 분명히 사생아일 거야! 절대로 숙부님의 자식일 리가 없어! 막내 숙부는 완벽한 분이셨는데, 어찌 너처럼 미천한 바보를 낳을 수가 있겠어!”

심가이는 이미 심소담을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막말해댔다.

“주작 어르신, 저 아이는 주작세가의 일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저 아이는 우리 가문 사람처럼 생기지도 않았답니다. 저 아이는 주작세가의 피가 흐르지 않는 사생아일 겁니다.”

심가이가 점점 더 험한 말을 하자, 계속 가만히 보고만 있었던 성군도 심가이의 말을 듣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어찌 같은 집안 출생인 심소담에게 저렇게 심한 말을 한단 말인가?

“천한 것! 아직도 꺼지지 않고 뭐 하고 있어? 너는 이곳에 서 있을 자격도 없어! 너 같은 잡종은 일찌감치 죽었어야 해.”

심가이는 화가 나서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퍼부었다. 그녀는 자신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런 버러지 같은 것이 주작을 갖게 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하는 욕설이 동굴 안에 울렸다. 심가이에게 욕을 먹고 있는 심소담은 여전히 나약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한쪽 구석에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주작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많이 났다.

저 아이는 자신이 직접 고른 인간이었다. 그런데 어찌 감히 자신의 앞에서 저 아이를 무시한단 말인가? 이대로 가다가는 신수의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다.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추하구나! 주작세가의 수준이 이렇게 떨어져서 너처럼 악랄한 것을 배출해 내다니!”

주작이 천천히 몸을 돌려서 바닥에 거의 주저앉아 있는 심가이를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심가이가 바로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바닥에서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

“꺅!”

심가이가 두려워하며 소리를 지르자, 한쪽에 있던 심일풍과 심가휘도 두려움에 떨었다.

“나는 주작세가를 수호하는 신수이니, 주작세가를 위해 쓸모없는 것은 정리해야겠다.”

주작이 수려한 얼굴로 경박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원래 인간들의 위선적인 면모와 부끄러움을 모르는 심보를 싫어했다. 게다가 심가이는 그의 앞에서 자신이 고른 인간을 모욕했다. 그는 절대로 이렇게 악랄한 여인을 이 세상에 계속 남겨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심소담은 그가 고른 인간이었다.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하면 안 되었다.

심가이는 공중에 떠 있는 채로 계속 몸을 이리저리 굴렀다. 하지만 주작의 힘은 그녀처럼 하찮은 인간이 반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목은 마치 쇠로 짓눌려지는 것처럼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심가이는 점점 더 숨을 쉬기 어려워하더니, 원래도 상처가 가득했던 얼굴에 갑자기 혈색이 없어지며 창백해졌다.

심일풍과 심가휘는 깜짝 놀라서 무섭게 화를 내는 주작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주작의 기에 억눌려 심가이를 도와주기는커녕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들은 이미 주작의 흉포함에 놀라서 혼이 나간 것 같았다.

심가이의 눈이 까뒤집어졌고, 팔다리는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 그때, 흰옷을 입은 그림자가 번개처럼 나타나더니 심가이 쪽으로 달려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심가이의 몸이 사라졌다.

주작이 거의 살인이라도 할 것만 같은 눈빛으로 성군을 바라봤다. 주작은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성군의 품에 안겨있는 심가이를 노려봤다.

주작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건가?”

성군은 주작의 강한 힘에 속으로 살짝 놀랐다. 신수는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면 원래 가지고 있는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지금 주작이 내뿜고 있는 위압감은 이미 주변에 있던 사제들이 숨을 쉬기 곤란한 정도였다.

주작의 힘이 이렇게 강하니, 주작이 신수의 형상으로 변하면 성군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할 터였다.

그러나…….

“주작! 너는 주작세가를 보호하는 신수다. 그런데 잠에서 깨자마자 주작세가의 자손에게 손을 대느냐? 그렇게 하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다.”

성군은 여전히 봄바람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가 직접 사람들을 데리고 온 것인데 심가이가 주작에게 살해당한다면, 그는 주작세가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을 터였다.

성군도 말을 함부로 하는 심가이가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작세가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작세가의 자손이 주작에게 살해당해 그 일이 바깥에 알려졌다간 좋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