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3화. 예감
소혁은 입꼬리를 올리고 온화하게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아마 오늘 네 목숨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방금 전 네가 정말로 세자비에게 달려들었다면, 본 세자가 필시 네 천한 목숨을 가져갔을 테니까.”
그 말은 곧 살아남을 수 있단 소리였다. 유 집사가 얼른 다시 이마를 찧고 말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자!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때 소영이 눈을 빙그르르 굴리더니, 남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암에게 말했다.
“소암, 저 놈이 감사인사를 올릴 사람이 잘못된 것처럼 보이지 않아?”
소영의 말이 맞았다.
방금 전에 만약 소영과 소암이 손을 써서 유 집사가 더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걸 막지 않았다면, 유 집사는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무릎 꿇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유 집사의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유 집사는 얼른 다시 소영과 소암을 향해 공수하며 말했다.
“목숨을 살려 주신 두 분께도 감사드리오!”
유 집사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런데 그때, 소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죽을죄는 면했으나, 생고생은 면치 못할 것이다. 넌 오늘 세 치 혀로 세자비를 업신여겼다. 이런 널 본 세자가 어찌 벌해야 할까?”
유 집사의 심장은 또다시 가슴속 제일 밑바닥까지 쿵, 하고 떨어졌다.
소영은 손가락 관절을 풀며 싱글벙글한 얼굴로 말했다.
“세자, 아니면 소인이 세자를 대신하여 이놈을 손볼까요?”
유 집사는 딱딱, 하고 손가락 관절이 풀리는 소리가 마치 죽음을 재촉하는 부적처럼 느껴져서 두려운 마음에 얼른 입을 열었다.
“세자, 소인이 함부로 주둥이를 잘못 놀렸습니다. 그 벌로 소인이 직접 제 뺨을 오십 대, 아니, 백 대를 치겠습니다!”
유 집사는 행여나 소혁이 허락하지 않을까 봐, 얼른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리기 시작했다.
짝! 짝!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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