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3화. 소저를 만나게 해주세요
임정진은 그제야 약방문을 들어 빠른 속도로 읽어 보았다.
임정진의 시선이 약방문 제일 밑에 있는 약재 이름에서 멈추었다.
「봉령초(鳳靈草)」
임정진은 『남강본초』에서 소개한 스무 번째 약초가 바로 이 봉령초라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 책에는 봉령초가 해열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임정진의 시선이 멈춘 곳을 따라가 본 남궁월이 말했다.
“할아버지, 약농에게 물어보니, 이 봉령초는 남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초인데다 키우기도 쉽대요. 땅에 봉령초를 싶으면, 야생초처럼 잘 자란다고 했어요.”
임정진은 칭찬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손녀는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늘 꼼꼼하고 세심하게 일처리를 했다.
이런 새로운 냉차 약방문을 널리 보급하려면, 당연히 최대한 자주 볼 수 있는 약초를 써야 했다. 그래야 평범한 백성들도 쉽게 마실 수 있고, 양심 없는 약재상들이 앞 다투어 가격을 올리지 못할 터였다.
순간 임정진은 또다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어째서 월이는 여인으로 태어났으며, 성이 임씨가 아닌 것일까. 그렇지만 않았다면 월이를 내 옆에 두고 전심을 다해 의술을 가르쳐줬을 거고, 그럼 월이는 분명 날 능가하는 명의가 되었을 텐데!’
만약 임정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면, 남궁월은 그가 자신을 높이 평가한다며 몰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저 남들과 달리 두 번의 삶을 살고 있다는 장점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할아버지, 이 냉차 약방이 어떤 것 같으세요?”
남궁월이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존경하는 은사님을 바라보는 학생처럼 보였다.
임정진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다시 냉차를 한 모금 맛본 후 약방문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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