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1화. 측비(側妃) (2)
“소아야, 어서 이리로 오려무나.”
월백색 치마를 입은 백모소를 보자마자 주씨가 또다시 말했다.
“소아야, 넌 이제 곧 3황자부에 시집갈 몸이건만, 어째 아직도 이런 수수한 옷을 입는 게냐?”
주씨는 자애로운 얼굴로 백모소의 오른손을 꼭 잡으며 몹시 다정하게 굴었다.
기왕 주씨가 이렇게 손녀를 사랑하는 자애로운 할머니를 연기하니, 백모소도 그 연기에 맞춰 주기로 하고 대답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 소아는 집에 있으니까 당연히 편히 입는 것뿐이에요.”
그러나 백모소는 속으로 주씨를 비웃고 있었다. 설마 유씨와 백모연처럼 좋은 물건만 보면 몸에 걸칠 생각을 하란 뜻인가? 그녀들은 자기들이 부귀한 줄 알고 있지만, 사실 진짜로 부귀한 사람들 눈에는 그저 촌스러운 벼락부자일 뿐이었다.
게다가 고작 측비 가지고 이리도 난리라니. 측비와 첩이 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백모소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니었지만, 그 누구도 백모소를 이해하지 못했다.
주씨는 더욱 자애롭게 웃으면서 백모소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바보 같긴. 여인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외모를 가꾼다고 했다. 네가 예쁘게 차려입으면, 그 또한 3황자 전하의 면을 세워 주는 거란다.”
그렇게 말한 주씨가 제 옆에 있는 상급 여종에게 말했다.
“녹주(綠珠), 얼른 내 장신구함을 가져오너라.”
“예, 노마님.”
녹주가 재빨리 명을 수행하러 갔다. 그리고 잠시 후, 커다란 장신구함을 가지고 나타났다.
주씨는 녹주에게 장신구함을 열라고 지시했다. 장신구들을 살펴보는 주씨의 혼탁한 두 눈에 아쉬움이 스쳐 지났다. 하지만 그녀는 곧 스스로를 타일렀다.
‘자식을 아껴서는 늑대에게 올가미를 씌울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런 장신구에 연연해하지 말자.’
주씨는 모질게 마음먹고 결연히 봉황무늬가 들어간 양지백옥 팔찌 하나를 꺼내, 직접 백모소의 왼쪽 손목에 채워 준 후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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