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9화. 적혈(滴血) (1)
회색 옷 소년은 빠른 걸음으로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주루로 들어가, 익숙하게 이 층으로 올라가더니 거리와 인접한 어느 별실로 들어섰다.
별실 안에는 남색 옷을 입고 있는 앳된 얼굴의 청년이 창가 앞에 앉아 여유롭게 박주(薄酒)를 마시고 있었다.
“부…… 공자.”
회색 옷 소년이 방문을 닫고 부운학 앞으로 가서 포권하고 예를 올린 뒤, 방금 전 경조부 공당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하나하나 보고했다.
부운학은 흡족해하며 입꼬리를 올리고 창밖을 쳐다봤다. 그가 앉아 있는 곳에서는 대각선에 있는 경조부 대문 입구에 모여 웅성거리는 인파를 볼 수 있었다.
부운학이 여유롭게 박주를 반 잔 마시고 쿡쿡 웃었다.
“저기 있는 백성들도 참 영리하지…….”
그가 지나가는 투로 한 말은 꼭 영리한 새끼토끼를 칭찬하는 것처럼 들렸다.
어느 날 소혁은 한가할 때 늘어놓는 잡담처럼 부운학에게 공군왕부의 어린 세자가 규랑과 백모소가 간음해서 낳은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말해 줬었다.
그날 소혁은 황도의 구질구질한 일엔 관여하고 싶지도 않으니, 한능부와 백모소가 소란을 피우게 놔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만약 한능부가 자기 분수도 모르고 날뛴다면, 그 일이 좋은 구실이 되어 줄 거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부운학은 소혁의 말대로 이곳으로 와서 이 비밀을 구실로 삼았다.
어젯밤 부운학은 봉음주루의 주인장에게 황도에 있는 말뚝 중 연기를 잘하는 백월인 두 명을 찾아온 뒤, 그들을 공군왕부와 경조부로 연이어 보내 소란을 피우게 하라고 분부했었다.
상황이 시끄러워질수록 더욱 좋기 때문이었다.
‘한능부는 황위와 체면을 가장 중시하는 사람이지. 그러니까 나도 그의 체면을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그의 이리 같은 야심을 꺾어 줘야 하지 않겠어?’
그러기 위해 공군왕부 앞에서 첫걸음을 뗐다.
그리고 두 번째 걸음은 경조부 앞에서 뗐다.
‘그리고 세 번째 걸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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