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6화. 사사를 보낸 사람 (1)
눈앞의 의인이 지나가는 길에 곤경에 처한 자기를 보고 서슴없이 칼을 빼어든 게 아니라, 미리 조용히 자기를 따라다니던 호위처럼 보였다.
흑의인과 두 눈을 마주하던 남궁흔은 그의 나이가 많지 않음을 알아챘다. 열예닐곱쯤밖에 안 되어 보이는 소년은 외모도 평범했다.
만약 이 사람이 지금처럼 흑의를 입은 채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남궁흔도 평소에 흔히 볼 수 있는 소년이라고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던 흑의 소년이 그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장검을 검집에 놓은 후 공수하면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남궁 공자,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전 소묵(萧墨)이라고 합니다. 세자의 명을 받고 공자의 주변에서 공자의 안전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혁의 사람이었구나!’
남궁흔은 깜짝 놀람과 동시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불현듯 몇 달 전, 성 근교의 역참에서 만난 소혁이 황도의 국세가 불안정해, 진남왕부에서 황도 곳곳에 정탐하는 말뚝을 심어 놨다고 말해 주었던 것이 기억났다.
‘하지만 내 곁을 지킬 사람까지 보내 줬을 줄은 몰랐어…….’
이때 남궁부 하인이 바깥에서 일어난 동정을 들었는지, 한쪽 쪽문이 열렸다.
끼이익-.
문지기는 남궁흔과 길 위에 쓰러진 죽은 사람을 보고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둘째 공자! ……자, 자객이다!”
그리고 아까 그 흑의 소년은 쪽문이 열리는 그 순간에 귀신처럼 모습을 감춰 버렸다.
이어서 남궁부 전체가 들썩거렸다. 다들 소식을 듣고 달려와, 긴장한 마음으로 남궁흔 주변을 에워싸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흔! 아흔!”
소식을 들은 부운안도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그녀는 남궁흔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그의 상태를 살폈다.
부운안의 고운 얼굴에는 아직도 두려운 기색이 가득했다.
그러자 남궁흔이 얼른 그녀의 손을 잡고 안심시켰다.
“육낭, 난 괜찮아. 우리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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