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3화. 귀한 손자
진남왕이 진남왕부로 돌아왔을 때는 정오가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겨울의 따뜻한 태양이 뿌리는 금빛 햇살을 받은 사람들은 온몸이 따뜻해지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쪽문을 통해 왕부로 들어간 진남왕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말에서 내리고, 푸른색 옷을 입은 사동에게 말고삐를 휙 던져 줬다. 그는 바로 서재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동이 옆에서 공손히 아뢰었다.
“왕야, 반 시진 전에 황도에서 사신이 왔습니다. 지금 왕부 안에서 왕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황도에서 사신이 왔다고?’
진남왕이 돌연 걸음을 멈추고 놀란 얼굴로 그 사동을 쳐다봤다. 갑자기 마음이 심란해졌다.
최근 몇 달 동안 진남왕은 ‘바쁘게’ 왕부 안에서 낚시에만 몰두했으나, 귀는 열려 있었기에 이런저런 정세들을 전해 듣고 있었다.
그도 황제의 붕어 소식과 태자의 등극 소식을 듣고는 잠시 탄식하다가 곧 머리 밖으로 그 소식들을 던져버렸었다.
그런데 그가 잊고 지냈던 사람은 계속 그를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새 황제가 사신을 남강에 보냈다니,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이지?’
진남왕은 저도 모르게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설마 등극하고 나니 바로 옛 빚을 청산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독립한 남강을 추궁하려고 사신을 보낸 건가? 아니, 왜 굳이 날 찾는데? 난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남왕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이 지나갔다. 그의 안색은 파래졌다가 하얘지기를 반복했다.
이내 사동이 조심스럽게 진남왕의 표정을 살피면서 다시 말을 꺼냈다.
“왕야, 사신은 지금 패풍청(邶風廳)에 있습니다…….”
진남왕은 대충 알았다고 대답하고 잠깐 망설이다가 큰 걸음으로 패풍청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그의 마음은 후회로 새파랗게 질려 가고 있었다.
‘오늘 황도에서 사신이 온 줄 미리 알았다면, 군영에 더 있다가 늦게 오는 거였는데……. 그랬다면 소혁 그 불효자식이 사신을 응대했을 텐데!’
webnovel.com で好きな作者や翻訳者を応援してくださ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