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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9화. 세손 (1)

1459화. 세손 (1)

“회인아.”

황제는 상주서를 내려놓고 한숨을 내쉰 다음, 류 공공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진남왕의 성미가 이리 급할 줄은 몰랐구나. 이제 갓 태어나 이름도 지어 주지 않은 아이를 서둘러서 세손에 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하고 있잖느냐.”

아이들은 요절하기 쉬웠다. 한 집에 아이들이 서넛 있으면, 그중 한두 명은 요절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많은 아이가 유년 시절에는 아명만 있을 뿐이고, 여섯 살이 넘어야 이름을 지어 족보에 올리곤 했다.

류 공공은 옆에서 황제의 표정과 말투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황제의 속마음이 겉과 다른 게 아닌지 확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황제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진남왕의 이런 점은 그때의 노진남왕과 꼭 빼닮았습니다.”

황제가 그의 말에 공감하며 한참 동안 상주서만 응시한 채 말이 없었다. 그러다 한참 뒤에야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세손에 봉하게 허락해 달라고 청하는 건 좀 이른 감이 있으나, 조속히 명분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류 공공은 그저 황제의 말에 공감해 주었다.

“옳은 말씀입니다.”

“게다가 혁이와 월이는 짐이 보는 앞에서 커 온 아이들이잖느냐.”

마침내 상주서에서 시선을 뗀 황제가 무언가 결심을 한 것처럼 의연한 눈빛을 보였다.

“그 아이들의 아이를 짐도 보고 싶구나…….”

류 공공은 순간 심장이 덜컹했다.

몇 십 년 동안 황제를 모셔 온 그는 이미 황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

“아기 공자가 장성하면, 소 세자와 세자비에게 아기 공자를 황도로 데려오라고 하시면 되실 겁니다. 소 세자와 세자비의 인품과 외모를 물려받은 아이니, 용모도 무척 뛰어날 겁니다.”

“아기 공자라니? 세손이라고 불러야지.”

황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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