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2화. 벌을 받다
한기하가 한숨 자고 깨어나자, 창 밖에선 석양이 서쪽으로 저물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니 아까보다 더 기운이 났다. 접질렸던 발목에 약주를 발라 두어 그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조금 부자연스럽게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하루 이틀 정도 쉬고 나면 괜찮아질 듯했다.
남궁월은 한기하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상차림은 간단해 보였지만, 소혁이 소회를 시켜 잡아온 산닭을 솥에 푹 고아 만든 탕도 하나 있었다. 거기에는 남궁월의 정성이 듬뿍 들어가 있었다.
이내 남궁월이 방긋 웃으면서 한기하를 불렀다.
“기하야, 어서 와서 앉아. 다 차려 놓았으니 바로 먹으면 돼.”
백훼와 화미가 작은 사발에 탕을 나눠 담아 네 사람 앞에 내려놓았다.
한기하가 주변을 쓱 둘러본 다음,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물었다.
“학이 오라버니는 안 왔어?”
그녀는 부운학도 자신을 보러 왔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소학이는…….”
소혁은 남궁월이 직접 제 앞에 놓아 준 탕을 빤히 쳐다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늘 제멋대로 직무지를 일탈해서 내가 벌을 줬어.”
그 말에 한기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제야 오늘 부운학이 아침 훈련을 가서 자신과 약초를 채집하러 가지 못했다는 게 기억났다. 그런데 아까 옹성 건설 현장에서는 분명 부운학을 봤었다.
‘뭐야. 그럼 학이 오라버니가 나 때문에 몰래 군영을 빠져나왔던 거였어?’
한기하는 지금 벌을 받고 있을 부운학을 떠올리다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녀의 얼굴에 부끄러움, 자책함, 미안함 등 여러 감정이 한데 섞여 떠올랐다.
부운학은 그녀가 걱정되어 제멋대로 직무지에서 이탈했던 것이다.
‘이게 다 부주의했던 나 때문이야. 내가 학이 오라버니에게 해를 입혔어…….’
한기하는 부운학을 위해 뭐라 말이라도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군대에서 군령은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자신이 그에 대해 언급하면 소혁이 난처해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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