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6화. 궁지에 몰려야 살 길을 찾는다 (1)
밤은 점점 깊어갔다. 온 안정성 사람들이 편히 잠에 든 밤은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 고요함을 깨고 갑자기 웬 홍마가 다급하게 수비부 안으로 달려왔다.
그러자 기름으로 달궈진 솥에 물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숙면을 취하고 있던 수비부 사람들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세자! 세자께 아뢸 일이 있습니다!”
어느 병사가 홍마에서 뛰어내려 다급한 목소리로 목이 떠나가라 외치자, 곧바로 어느 사동이 뛰어나와 그를 소혁의 거처로 데려갔다.
우르르르-
옷을 입은 채 잠에 들었던 소혁도 바깥에서 들리는 어수선한 발걸음 소리에 즉시 눈을 뜨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안정성을 되찾아왔지만 전쟁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기에, 요새 소혁은 계속 이렇게 언제든지 출전할 수 있도록 준비된 모습으로 지내는 중이었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그의 몸은 늘 최고조의 경각심을 가진 상태에 놓여 있었다.
곧이어 죽자가 거의 뛰다시피 내실 안으로 들어와서 고했다.
“세자, 유익영(遊弋營)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소혁은 옷이 구겨진 부분을 대충 툭툭 턴 후, 내실 밖으로 성큼성큼 나갔다.
아까 그 병사가 이제 막 방에 들어오자마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한쪽 무릎을 꿇고 군례를 올렸다.
“세자, 유익영의 병사 백 명 가량에게 배탈이 났습니다. 두 시진 전부터 구토를 하고 설사를 하는 증상을 보이는 자들이 잇따라 속출하더니, 지금은 다들 설사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 순간 소혁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안정성과 영가성을 되찾은 후 소혁은 즉시 명을 내려 유익영에게 성 주변 순찰을 맡겼었다.
그건 성 주변에 있는 도망친 적군들과 떠돌이 도적들을 색출하기 위함이었지만, 사실 주된 목적은 남량 대군의 급습에 방비하기 위함이었다.
소혁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군의에게는 보였느냐?”
그러자 그 병사가 얼른 포권하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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