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동풍(東風)
한편, 천운원을 나온 의매는 이미 묵죽원에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남궁월의 서재에서 의서를 챙긴 후 다급히 청월다관으로 떠났다.
왕 장궤는 의매를 후원에 있는 곁채 하나로 데려갔다. 곁채 안에는 청옥 향로에서 나오는 새하얀 연기가 공중에 어지럽게 피어올라, 느릿느릿 떠다니고 있었다. 그 연기에서는 단향목 향이 풍겼다.
뼈가 앙상한 인영은 창가에 기대 여유롭게 서책을 보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가끔씩 그에게선 콜록콜록 하는 기침소리가 났다. 책을 보는 사람은 관어백이었고, 옆에는 소사가 그를 지키고 있었다.
“용 공자를 뵙습니다!”
의매가 정중한 태도로 살짝 예를 표하고는, 쪽지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이건 저희 아가씨께서 공자께 전해 드리라 하신 쪽지입니다.”
소사가 쪽지를 받고 관어백에게 건네주었다.
관어백은 손에 든 서책을 내려놓고 쪽지를 펼쳐 읽었다. 곧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내 그가 쪽지를 옆에 놓인 화로 속에 넣자, 쪽지는 순식간에 재가 되어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의매, 이만 돌아가 보거라. 그리고 내 대신 아가씨께 이 말을 전해 주렴. 다음 볼거리를 기다리고 계시라고.”
관어백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럼 용 공자,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의매가 살짝 예를 표한 뒤 바로 그곳을 떠났다.
의매가 나가자, 관어백이 갑자기 누군가를 불렀다.
“풍행(風行), 나오거라.”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물쯤 되어 보이는 젊은이 하나가 대들보 위에서 아래로 폴짝 뛰어 내려왔다. 파란색 무복을 입은 그는, 피부는 구릿빛에 눈썹이 짙었으며 눈은 큼지막했다. 그의 얼굴에는 미륵보살 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관어백이 그를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여러 차례 말했건만, 아직도 정문으로 다니지 않는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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