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6화. 참월(僭越) (3)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푸른 옷을 입은 한 여종이 상비죽 죽렴을 살짝 들어 올리고, 내실에 있는 작아에게 조금 이상한 표정으로 눈짓을 보냈다.
작아가 내실을 나간 다음 그 여종에게로 다가가자, 그녀가 작아의 귀에다 대고 작게 속삭였다.
그러자 작아가 눈썹을 꿈틀거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자비께 말씀드리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푸른 옷 여종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작아를 향해 살짝 예를 표하며 감사하다고 했다.
내실로 들어간 작아가 남궁월 옆으로 다가가 남궁월을 불러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남궁월은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은 채 작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도 두 여종의 동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자비, 두녹(豆綠)이가 그러는데, 엽 이낭께서 거처 밖에서 한참을 꿇어앉아 계신답니다.”
작아가 보고하며 말했다.
“두녹이랑 다른 여종들이 아무리 말려도 끝까지 꿇어 있겠다며 안 가신답니다.”
작아는 이 상황이 웃기면서도 머리가 아팠다.
엽 이낭은 아무리 뿌리쳐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엉터리 약장수 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엽 소저에서 엽 이낭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자신의 신분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이낭은 반쪽짜리 노비나 마찬가지였다. 반쪽짜리 노비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제 마음대로 세자비를 뵈려고 한단 말인가.
남궁월의 거처 안에서 시중들고 있는 여종과 아낙들도 좋은 말로 엽의리에게 그 점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성격이 비뚤어진 엽의리는 아예 그런 말은 귀담아 듣지도 않았고, 끝까지 그곳에 꿇겠다고만 했다. 그런 그녀를 보자 남궁월의 하인들은 곤혹스러웠다.
벽소당 안에는 보는 눈이 많았다. 엽의리도 어쨌거나 왕야의 이낭이기 때문에, 계속 여기서 오래 꿇고 있다가는 이 상황이 왕부까지 퍼져 나갈 터였다.
그러다 왕부 안도 시끄러워져서 진남왕이 세자비를 탓하기라도 하면, 그건 더욱 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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