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공을 세우고 물러나다 (3)
이때 잠환의 둘째 아들이 목소리를 내었고, 이로써 묵자는 자신의 운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묵 형은 앞으로 더 큰 인물이 될 텐데, 찬진 같은 조수 하나는 있어야지.”
묵자가 다소 놀란 표정을 짓자, 잠환의 둘째 아들이 말을 이어갔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 우리 잠씨 가문이 주인장을 위해 힘쓰고 있긴 하지만, 정과 의리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묵 형이 여태껏 나랑 아버지를 많이 도와줬잖아. 덕분에 나도 승진했으니, 은혜에 보답해야지. 앞으로 주인장께 알리기 싫은 일이 있으면 미리 말해줘, 내가 그 비밀을 무덤까지 안고 가려니까. 이번에는 내 말 믿어도 돼.”
이래서 어른들이 착하게 살고, 열심히 살라고 했던 걸까? 잠 씨 부자를 전적으로 도운 묵자는 드디어 보답을 받게 되었다.
“둘째야, 네가 날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니 나도 솔직히 말할게. 내가 주인장께 불리한 일을 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원해서 노비가 된 건 아니잖아. 둘째 네가 날 도와준다고 하니, 평생 고마워하며 살게.”
묵자가 가볍게 인사를 건네었다.
잠환의 둘째 아들은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훗날 묵 형에게도 좋은 날이 오면, 나도 좀 거들어줘. 나도 한평생 다른 이의 하인으로 살고 싶진 않거든.”
보수적인 잠환과 달리, 그의 둘째 아들은 자그마한 야망을 품고 있었다.
묵자는 이것이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찬진의 앞에서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찬진은 견문도 좁고 공부를 해본 적도 없는 터라, 두 사람이 교활한 표정으로 주고받는 어려운 말들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오로지 묵자가 자신을 거둘지 말지에만 집중했다. 찬진이 막 입을 열려던 그때, 묵자가 먼저 목소리를 내었다.
“찬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어조였다.
묵자의 부드러운 대화 방식이 익숙하던 찬진은 그녀 주변의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와 가히 거부할 수 없는 오연함에 자신이 콩알처럼 작아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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