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뜻밖의 일
“노야, 전 이곳에서 태교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의원도 제가 이 나이에 회임했으니, 모든 일에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요. 아직 태아가 완전히 안정적이지도 않은데 요동치는 마차에 오른다면, 아마도 좋지 않을 듯합니다.”
육 씨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화원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그것도 그렇겠군. 아이가 중요하지.”
제정광은 육 씨의 말을 듣고는 더는 감히 그녀에게 돌아가자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육 씨의 기분을 맞추며 계속 옆에서 그녀를 따라 걷고 있었고, 이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부인, 어찌 회임한 사실을 내게 언질도 주지 않은 것이오?”
이에 육 씨가 답했다.
“저 역시도 별장에 도착한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하나 공사다망하신 노야께 폐를 끼칠 순 없어 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제정광은 미간을 찌푸렸다. 두 달 정도를 못 봤을 뿐인데, 자신을 대하는 육 씨의 태도가 어째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내 착각인가?’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있어도 없어도 별 상관없는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몸을 보하는 음식 몇 가지를 가져왔소. 몸조리 잘하도록 하시오.”
전보다 더 볼그스름하고 하얘진 육 씨의 얼굴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의 눈가에 담담하고도 자유로운 홀가분함이 서린 걸 보았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야.”
육 씨가 웃으며 말했다.
가슴이 답답해진 제정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그때 자신이 쏟아냈던 말들이 너무 과했다는 후회만이 밀려왔다. 만약 그때 육 씨가 회임했다는 걸 알았다면, 그렇듯 심한 말은 결단코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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