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사릉고홍의 과거 (2)
“하늘이 신령을 보낸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흉수들을 보낸 것이다.”
그때 어떤 아이의 앳되고 순수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그러자 피비린내가 진동함과 동시에 환희로 가득 찼던 모든 백성들의 환호성이 뚝 멈추었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성문 방향을 바라보았다.
태양이 하늘 꼭대기에 걸려 가장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는 바로 그때, 눈부시게 빛나던 태양도 성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누군가에 의해 빛을 잃고 어두워졌다.
흰옷과 검은 머리칼을 가진 한 사내가 여인을 안고 천천히 걸어 들어오자 온 땅에 피를 흘리며 널브러져 있던 시체들은 모두 괴이한 잿더미가 되었다. 온 땅에 피가 낭자함에도 불구하고 사내의 의복은 조금도 물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 흰색 옷을 입은 한 어린아이가 거대한 뱀 괴물의 머리 위에 앉아 두 눈을 맑게 반짝이며 주홍빛의 작은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방금 그 말은 바로 이 아이가 한 것이었다.
이 세 식구의 등장은 소리 없는 산감관 성안을 더욱 고요하게 만들었다.
성벽 위의 백성이든 성안에 쓰러져 있는 백성이든, 모두가 그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눈앞에서 다가오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예전 같았다면 세 사람의 용모에 경탄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백성들은 그저 넋이 나가 있을 뿐이었다. 조금 전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이 너무나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절망과 공포에서 분노와 원망, 그리고 지금 죽음에서 겨우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까지 많은 감정을 느껴야 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의 심신은 예민하고 약해진 상태였다. 그들은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갑자기 선인이 세상에 내려오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릉고홍은 성내 중앙에서 걸음을 멈추고 담담하게 말했다.
“투항하여 염국의 사람이 된다면 한평생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산감관 내 모든 백성의 귀에 똑똑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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