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진상 (2)
사릉귀안이 소매를 펼치자 그의 손에 오늘 아침 날이 밝기 전 사용했던 옥병이 나타났다. 그는 옥병을 당염원의 앞에 건네면서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제가 형수님께 간곡히 도움을 청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형수님은 천품의 약사니까 여러 가지 약물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죠? 이 안에 있는 탕약이 어떤 작용을 하는 건지 아시나요?”
당염원은 그를 보고 탁자 위의 옥병을 집어 들어 병마개를 연 뒤 냄새를 맡았다. 뒤이어 손가락을 집어넣어 약을 조금 묻혀 보더니 입 쪽으로 가져갔다.
그때 사릉고홍이 그녀의 손가락을 잡고 제지했다.
“괜찮아요.”
그녀의 말에 사릉고홍은 그제야 잡은 손을 놓았다.
당염원은 손가락에 묻은 탕약을 맛본 뒤 눈을 깜빡이며 사릉귀안을 바라보았다.
사릉귀안은 여전히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만 소매 안에 숨겨진 손에는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비록 표정은 평소와 같았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긴장감은 다소 복잡했다. 그는 당염원이 무언가 알아챘기를 바라면서도, 또 알아채지 못했으면 했다. 이 약은 그저 두통을 치료하는 정상적인 약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이 약에 정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당염원이 마침내 담담하게 입을 뗐다.
“이건 미약(迷藥)의 한 종류예요. 괴뢰충의 피와 마심수 잎과 뿌리의 즙이 들어 있네요. 이런 약은 보통 노예나 꼭두각시를 만드는 데에 사용되지요. 이 약을 어릴 때부터 먹으면 약을 처방한 사람에게 엄청나게 의존하게 되고, 그 사람을 존경하게 됩니다. 모든 일을 그 사람을 위해 하고, 절대 저항할 수 없고 속일 수 없으며 거절할 수도 없게 돼요. 결국에는 그 사람의 가장 충성스러운 꼭두각시가 되지요. 모든 것이 보통사람과 다름없지만, 정신은 이미 그 사람의 소유가 됩니다.”
웃음을 머금은 사릉귀안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움츠러들었다. 동시에 몸 전체가 잔뜩 경직되었다.
당염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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