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화. 깨끗한 마음
사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싹 사라졌다. 육륜은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도 입지 않은 채 창가에 기대어 무뚝뚝한 얼굴로 찬바람을 쐬고 있었다. 임근용은 그의 얼굴에서 늘 볼 수 있었던 유쾌한 기색이 갑자기 전부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임근용은 내심 겁이 나 어린 시종에게 겉옷을 가져와 육륜에게 입혀 주라 지시했다. 육륜도 거부하지 않고 시동이 입혀 주는 옷을 입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고 임근용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웃었다.
“난 괜찮으니까 형수는 그만 가요. 밖이 난장판이에요.”
임근용은 왠지 모르게 그에게 미안했다.
“나도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네요, 우리 아버님께서…….”
육건신은 아마도 차남가의 약점을 잡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인 것일 테지만, 그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건 육륜이었다. 그녀는 장남가의 사람이었고 그건 영원히 바꿀 수 없는 사실이었다. 임근용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그녀가 육륜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육륜이 미소 지었다.
“말 안 해도 형수 마음은 다 알아요. 지금 둘째 형의 심정을 나도 느껴본 적이 있거든요. 그때 둘째 형수랑 형님도 날 탓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나도 두 사람을 탓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오늘 일은 애초부터 내 잘못인걸요. 나 같은 불효자는 어느 집에서든 호되게 얻어맞을 거예요. 내가 못나서 주변 사람들한테 폐만 끼치네요.”
임근용은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몸조심해요. 조용해지고 나면 둘째 형님하고 같이 얘기 좀 해요.”
육륜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수가 여기 오래 있는 건 좋지 않아요. 얼른 가요.”
임근용이 뒤돌아 두 발짝쯤 걸었는데 육륜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둘째 형수, 누군가가 정말로 그리운데, 술을 진탕 마시면 잠시 잊을 수 있거든요? 그럼 진심으로 슬퍼하는 게 아닌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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