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화. 첫걸음
등불을 켤 때쯤이 되어서야 방죽이 들어와 소식을 전했다.
“이소부인, 임 삼공자와 노태야께서 방금 전까지 계속 술을 드셨어요. 두 분 다 조금 취하셨고 지금 막 노태야께서 마차를 불러 임 삼공자를 돌려보내셨어요.”
두 사람이 취할 때까지 마셨다는 걸 보니 적어도 육 노태야가 임세전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앞으로 임세전이 육씨 가문 저택을 드나드는 일 역시 한결 편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임근용은 그제야 안심하고 나중에 임세전을 만나면 오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죽은 눈을 내리깔고 공손히 손을 모은 채 한쪽에 서서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임근용은 문득 그녀를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방죽에게 물러가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녀는 어떻게 할까? 전생에서 그녀는 방죽에게 줄곧 잘해 주기만 해서 이런 짓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임근용은 깊은 생각에 잠긴 척하며 고개를 반쯤 숙이고 시선을 한 곳에 고정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 지나갔다. 임근용은 아직도 가만히 앉아 있었고 방죽도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여지만이 한쪽에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임근용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한쪽 옆에 서 있었다.
또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 지나자 계 마마가 문발을 걷고 들어와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노비가 은목이대추탕을 만들었는데 따뜻할 때 좀 드셔 보시겠어요?”
그러다 그녀는 방 안의 광경을 보고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하며 목소리를 낮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는 연기할 수 없게 된 임근용은 막 정신이 돌아온 척하며 살짝 미안한 말투로 말했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생각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방죽이를 이렇게나 오래 세워 뒀네.”
그러고 나서 여지를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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