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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화. 분가

354화. 분가

방 안은 매우 고요했다.

모두 훤친왕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훤친왕이 초앙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노왕비의 목숨을 더 생각해줄지 궁금했다.

그때 초앙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들도 많고 규율도 많은 왕부에서 계속 지내다가는 조만간 우울한 마음이 들어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죽겠다는 협박을 노왕비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초앙도 똑같이 해줄 수 있었다!

이미 살 만큼 산 노왕비가 죽는다면 천수를 다하여 목숨을 거둔 게 되지만 초앙이 우울해하다 죽게 된다면 하늘이 뛰어난 인재를 시기해서 빨리 데려간 게 되는 거였다.

우울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초앙의 말은 사람을 참 무력하게 만들었다. 셋째 부인이 무어라 말을 하려고 입을 열려는데 훤친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그만하시오.”

셋째 부인은 목구멍까지 넘어온 말을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훤친왕이 방 안을 휙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초앙을 둘째 나리댁 양자로 들이고 작위를 물려받게 한 일은 폐하께서도 동의하신 일입니다. 관저 또한 이미 마련되어 있는 상태고요. 그러니 초앙이 거처를 왕부에서 안승후부로 옮겨 가는 건 이치에 맞는 일이지요. 당시 노왕비마마께서 살아계시는 동안 셋째네와 넷째네를 분가시키지 않겠다고 약조를 드리긴 했으나 둘째네나 셋째네, 넷째네 모두 제 마음속엔 동등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을 편애할 수 없습니다. 기왕 서로 고집을 꺾지 않으니 절충해서 처리할 수밖에 없겠네요.”

훤친왕의 말을 듣던 초앙이 물었다.

“어떻게 절충하시겠다는 말입니까?”

‘만약 만족할 만한 대답이 아니면 전 안 해요.’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훤친왕을 바라보았다.

“너도 앞으로 반년간 더 왕부에 머물도록 해라. 반년 후에 셋째 나리댁과 넷째 나리댁도 너와 함께 분가할 거다.”

이건 초앙에게 한 말이었다.

“반년을 더 머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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