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화. 대회 시작
고림이 초조함에 떨고 있을 때, 마침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나타났다. 눈앞에 나타난 낯익은 모습을 본 뒤에야 고림의 초조했던 마음도 가라앉았다.
“자, 이제 대회를 시작해도 좋네.”
고림이 평온해진 마음으로 말했다.
황천은 고약운과 그 스승인 백중천이 도착하자, 안색을 굳히면서 어두운 눈빛을 드러냈다.
한참 뒤, 황천이 음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약종 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가?”
고림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황천을 바라봤다. 이 늙은이가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려고 이러는 것일까?
이내 황천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고림을 바라보았다. 그의 집요한 시선은 독사처럼 고림을 휘감기 시작했다.
“나는 고림 당신이 약종의 종주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순간 고림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두 눈동자도 심해처럼 어두워졌다.
조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광장도 황천의 이 말 한마디에 금세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황천에게로 향했다. 다들 황 장로가 대륙의 강자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지금 뭐라고 했나?”
고림의 잠긴 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이 어려 있지 않았으나, 얼굴빛은 유난히 굳어 있었다.
고림은 차가운 눈빛으로 황천의 거만한 얼굴을 응시했다.
“지금 내가 약종의 종주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는가? 그럼 나 말고 누가 그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당신보다 내가 더 어울리지.”
황천은 자신있게 웃으면서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턱을 쳐들고 말했다.
순간 황천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시선엔 조금 전의 놀라움보다는 짙은 경멸이 섞여 들었다. 그러나 풍곡의 강자들이 있는 한, 이들은 아무리 황천을 경멸한다고 해도 선뜻 나서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광장 한쪽에 앉아있던 풍소소를 바라보던 고약운의 눈에서 순간 한 줄기 빛이 번쩍였다.
webnovel.com で好きな作者や翻訳者を応援してくださ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