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상처를 치료하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모두가 기진맥진했다.
특히 다섯째 공주는 곰을 단숨에 해치운 이후 이미 온몸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정미는 여전히 비수를 잡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부의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보통 아가씨들과는 다른 길에 걸음을 내디딘 거라 생각했는데, 비수를 들고 곰을 찌르는 날까지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 일은 정미에게 너무나도 큰 자극이었다.
용흔이 바람처럼 달려와 정미를 붙잡고 품에 안은 채 횡설수설했다.
“못난 계집, 괜찮지? 아무 일 없는 거냐?”
한지와 한평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한지는 복잡한 표정으로 정미를 쳐다보고는 다섯째 공주를 잡아당겼다. 그는 공주가 이미 힘이 빠진 것을 보고 사과를 하고는, 공주를 업고 몸을 돌려 말했다.
“용흔, 시간을 지체하지 마. 화량과 황봉(黃鵬)이 다쳤어. 어서 여길 떠나야 해. 피 냄새를 맡은 짐승들이 오면 위험할 거야!”
화량은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팔을 감싸 쥐고 다가와 힘없이 말했다.
“누, 누가 내게 면포를 좀 둘러줘. 더, 더는 못 버티겠어.”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한평은 다가가 화량의 상처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급히 옷을 벗고 깨끗한 내의를 찢어 화량의 상처를 묶어주려 했다.
한편 정미는 용흔의 포옹에 정신이 들었다.
정미는 용흔을 밀었지만, 너무 꽉 안고 있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화를 내며 말했다.
“이거 놔요!”
이때 작은 패왕은 이성을 되찾고 곧바로 손을 풀었으며, 정미에게 바보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생각했다.
‘못난 계집을 방금 안았을 때 느껴지는 게, 어릴 때와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용흔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소녀의 솟은 가슴에 꽂혔고, 문득 뭔가를 깨닫게 되어 얼굴을 붉혔다.
공주를 안고 차가운 눈으로 용흔을 살피던 한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용흔이 설마 정미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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