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5장. 흐릿한 감정
잠시 후, 화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느 때와는 달리 매우 무거운 목소리였다.
“상아야, 리아 말고 네 시중을 들고 싶어 했던 여종이 어디 있는 줄 알아? 네가 별원으로 가서 여종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알긴 하냐는 말이야!”
주인이 되어 존경받기는커녕 이 지경이 되다니, 정말로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도성의 다른 세가들에 비하면 화부는 굉장한 가문이라 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운이 좋아서 먼 현에서부터 도성으로 진입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현령으로 일하는 상 대인 역시 그들과 비슷한 상황에 있었다. 하지만 상부는 도성에서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귀한 집의 소저라도 군왕처럼 군림하며 하인들을 착취한다면 결말이 좋을 리 없었다. 아무리 커다란 배도 풍랑에는 전복되기 마련이었다.
“네 성씨가 화 씨가 아니라면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누가 너를 인정해 주겠어? 화부 사람들은 널 부끄러워해. 너는, 가문의 수치야!”
만약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상아가 계속 도성에 머물 수 있었다면 그가 후 부인에게 가서 그렇게 비굴하게 청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한 마디 한 마디 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화상은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오라버니의 말에 그녀의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
십 년 넘게 함께 살아오며 오라버니는 한 번도 그녀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겨우 계집 하나 때문에!’
두 눈이 완전히 먼 게 틀림없었다. 오라버니는 뜻밖에도 배 속에 심계가 가득 들어찬 여인 하나를 위해 그녀를 꾸짖고 있었다.
여기까지 들은 진묘는 몹시 흡족했다. 화용이 자신을 보호해 주고 있었다. 화상이 아무리 자신을 헐뜯는다고 해도, 그는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진묘는 이곳에 계속 머무는 대신 돌아서서 오솔길을 향해 걸어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화용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가 오면 그녀는 눈물과 두려움을 애써 참아내는, 연약하고 가련한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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