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장. 어차피 고작 여인 하나일 뿐
사욱이 한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름은 차분하게 자리에 앉았다. 긴 소매가 탁자를 스치는가 싶더니, 사름이 재빨리 붓에 먹물을 묻혔다.
이윽고 짧은 서신 하나가 완성되었다.
“사람을 시켜 이것을 전하거라.”
이제부터는 대문의 기둥에 비수를 날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수하는 즉시 명을 받들고 일을 처리하러 갔다.
문이 닫히자 사욱이 물었다.
“숙부님, 이 일은……?”
“듣자 하니 황후가 상궁을 시켜, 진가 셋째 소저에게 생근고를 보냈다고 하더구나.”
동문서답이었다. 하지만 사름의 목소리는 갑자기 무거워져 있었다. 사욱 역시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또한 숙부의 깊은 뜻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알아챘다.
이내 사욱이 입을 열었다.
“일개 아녀자일 뿐인걸요. 황후마마께서 그녀를 통해 일을 처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황후는 사부에 감시자를 심어놓으려는 생각인 듯 했지만, 사람을 잘못 골랐다. 사욱은 진선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본인의 의사는 일절 반영되지 않은, 억지로 성사된 혼인이었으니 그는 진선을 상대할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황후가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분명 네 첩의 소원을 들어주려 하겠지.”
그 말에 사욱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숙부 앞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표정으로 드러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함정에 빠져 혼사를 치렀을 뿐이었다. 사부로 시집오도록 허락한 것만으로도 이미 많이 양보해준 셈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다른 것을 바라서는 안 된다.
“숙부, 어찌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그 여인을 그럼 부에 두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사름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이미 진선을 생과부로 살게 하리라고 굳게 마음먹은 후였다. 그리고 때가 되면 별원으로 쫓아낼 핑계를 찾아 평생을 거기서 살게 할 심산이었다.
하물며 전에 숙부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황후의 일과 결부시킨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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