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장. 경종을 울리다
다소 온화해진 진형의 말투에 그가 자신을 도와주려는 거라 생각한 이 씨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 태부, 폐하께 가셔서 제 아들의 처벌을 가벼이 해달라고 청해주실 건가요?”
더 이상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진형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씨는 기뻐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짙게 내려앉은 어둠 아래로 앙상한 몸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그 뒷모습은 더없이 처량해 보였다.
천자의 뜻을 되돌릴 순 없는 법이니, 이목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진형의 눈에 측은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불쌍한 어미 같으니. 의지할 사람도 없는 데다, 이제 아들이 세상을 떠나면 이 씨의 임종을 지켜줄 사람도 없겠구나.’
황제의 명이 떨어졌으니 이 대인의 집안은 청주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원래 도성에서 편안한 생활을 누리던 그들이 이 씨의 아들 때문에 먼 오지로 쫓겨나게 되었으니, 앞으로 다시 이 씨를 받아줄 리가 없었다.
진운서는 진형의 얼굴을 살피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버지, 밤바람이 차요. 제가 부축해 드릴…….”
“서아야, 네 숙부의 식구들에게 내가 너무 너그럽게 대했느냐?”
갑작스러운 그의 물음에는 깊은 유감과 더없는 실망이 담겨 있었다.
진운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께선 이방 식구들에게 너무 관대하세요. 이 부인은 이미 몇 번이나 진부에 들렀어요. 그런데 계획과는 다르게 이 부인이 숙부의 눈에 들었고, 숙부는 그 일로 이목에게 얻어맞으셨죠.”
아버지의 마음이 불편해지더라도 한 번쯤은 분명하게 말하는 편이 나았다.
“나는 옛정을 생각했던 것뿐이다. 그들도 고생을 많이 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내가 너무나 과하게 정을 준 모양이구나. 이방 식구들에게서 시골 사람 특유의 순박한 모습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됐지. 그들을 이렇게 오만하게 만든 것이 바로 나였구나.”
말을 마친 진형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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