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단향(檀香)
행아가 양옆으로 눈짓을 하자, 뒤에 있던 두 어멈이 멀찍이 떨어졌다.
손 어멈은 순간 불같이 화를 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남장군주 마님 곁의 조 어멈께서, 네가 큰 공자를 고야라 부르고 있고, 그것은 동향후부에서 쓰는 호칭이니, 네 품삯은 동향후부에서 받으라고 하셨다.”
행아의 미간이 뒤틀렸다.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고야라는 호칭은 사실 동향후부에서 부르는 것이지, 진국공부의 하인들은 모두 큰 공자라고 부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행아가 손 어멈을 보고 말했다.
“내가 동향후부에서 품삯을 받으면, 국공부의 가규가 적용되지 않는 거 맞죠?”
그러자 손 어멈의 인상이 찌푸려져 펴질 줄을 몰랐다.
맞는 말이었다.
진국공부의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곧 진국공부의 여종이 아니라는 뜻이었고, 그렇다면 행아에게는 자연히 가규도 적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맞는 말이어도 차마 맞다고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진국공부에서 지내는데, 당연히 진국공부 가규를 따라야지, 어찌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
‘큰 새아기씨라도 안 될 말인데, 하물며 한낱 여종 주제에!’
행아는 그 한 마디만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손 어멈은 생각할수록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거 괜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 아닐지 걱정됐다.
손 어멈은 어린 여종을 향해 손을 들어 품삯 주는 일을 넘기고, 황급히 모란원으로 갔다.
* * *
그때, 집안에 있던 남장군주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남장군주 앞에 서 있던 여종은, 자신이 큰 새아기씨가 향냄새 때문에 청운산에서 도적질하던 시절을 떠올렸다고 한 말을 아뢰었다는 생각은 못한 채, 마님께서 어째서 갑자기 낯빛이 변하신 건지 의아해 했다.
어두운 얼굴빛에 놀란 여종은 감히 고개도 들 수 없었다.
조 어멈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물러가거라.”
여종이 물러가자, 조 어멈은 남장군주의 화를 달랬다.
“군주 마님,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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