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화. 기우제
침향헌.
소운은 침상에 비스듬히 앉아 책을 보고, 행아가 옆에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이때 벽주가 들어왔다.
“세자비, 남장군주께서 모란원으로 오라고 하십니다.”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걸까요?”
행아는 궁금해했다.
소운도 마찬가지였다.
진북왕비와 왕야가 서로를 알아본 뒤 남장군주는 소운에게 문안 인사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부르다니!
소운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비록 남장군주는 현재 측비였지만 부엌일을 관리하고 있었고 군주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소운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 *
소운은 모란원에 도착하자 남장군주가 자신을 생일 때문에 불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눈썹을 찡그렸다.
‘이런 작은 일은 여종을 시키면 될 일인데, 굳이 나를 오게 해? 게다가 왜 갑자기 내 생일에 관심을 갖는 거지?’
“제 생일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소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정말 자신의 생일이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했다.
행아가 알려 주었지만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머리를 쥐어짜도 기억이 날 리 없었다.
이에 남장군주가 행아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도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생일은 챙기면서 주인의 생일은 기억 못 한다?”
“아가씨 생일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남장군주가 굳은 얼굴로 외치자 행아가 목을 뻣뻣이 세우고 답했다.
“그럼 빨리 말 안 해?”
사금유가 짜증을 내자 행아는 소운 옆으로 가까이 다가서며 대꾸했다.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순간 남장군주와 사금유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찼다.
뒤이어 사금유가 소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새언니, 이 여종을 여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어머니께서 물으시는데 대답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할 수 있는 거예요?”
진북왕부의 여종이었다면 진작에 끌려 나가 맞아 죽었을 것이다.
소운도 행아의 대답이 정말 도발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좋았다. 그래서 사금유를 힐끗 보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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