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양의 탈을 쓴 늑대 (4)
“응?”
천월이 그제야 바둑판을 보고 크게 기뻐했다. 이것이야말로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 아닌가?
천월이 즉시 술잔을 들고 향을 맡은 뒤 단숨에 들이켰다. 술의 기운이 단전까지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천월이 유쾌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과연 명주로군!”
이윽고 용경이 두 눈에 한줄기 그윽함을 머금고, 천월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발그레하게 물든 천월의 두 뺨은 아침노을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천월은 잔을 내려놓기가 아쉬웠다. 곧 술기운으로 인해 편안하고 따뜻해진 배 속을 안고 그녀가 말했다.
“그럼 이제 내 차례죠?”
“맞아.”
천월은 이번에도 역시 바둑판을 쳐다보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였다. 방금도 하느님께서 도와주셨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 천월 네가 졌네?”
용경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한 마디를 내뱉곤, 앞에 있는 술잔을 들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곧 고개를 숙여 바둑판을 확인한 천월의 얼굴이 흑빛으로 변했다.
바둑판 위의 바둑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자리가 모두 봉쇄되었을 뿐만 아니라, 하필 방금 전 자신의 진영을 이동한 한수로 인해 그녀의 돌들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천월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신을 한 번 더 믿어보는 것을 택했지만, 항상 통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깨우칠 수 있었다.
더는 방법이 없게 된 이번 수를 보며 천월은 그저 울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내 용경이 미소를 지으며 술을 한 모금 홀짝 마셨다. 그러나 술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처음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가, 곧 백옥 잔에 가볍게 입술을 대고 단숨에 들이켰다. 그의 행동은 하나하나가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존귀하고 우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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