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4화. 너무 사랑할 뿐이다 (3)
막 날아와 착지한 현가는 온몸이 흙투성이였고 그런 그의 모습에 천월은 더 초조해져 황급히 질문을 이었다.
“용경은 어떻게 됐어?”
“아가씨……, 얼른 성 밖 자풍 숲에 가보십시오. 세자께서 창 소주와…….”
현가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천월은 안색이 급변했다. 분명 용풍이 무공을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그런 건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 곧장 발끝을 세워 경공을 쓰려하는데, 바로 용풍이 뒤에서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온화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내가 데리고 가겠소.”
천월은 곧바로 몸에 힘을 뺐고, 용풍은 천월을 데리고 경공을 펼쳐 한 가닥 연기처럼 운 왕가를 빠져나갔다.
현가는 떠나는 두 사람을 보며 하려던 말을 집어삼키곤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능련과 이설은 잠시 서로를 마주보다가 마냥 천월각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어 빠르게 그 뒤를 쫓았다.
하늘에서 보니, 수해는 이미 어느 정도 회복돼 있었다. 동서남북 4성엔 더 이상 많은 난민들이 몰려 있지 않았고 오늘 아침부터는 성문은 일찌감치 다 정상적으로 열려있었다.
지독했던 지난 20일간 매우 곤궁했던 사람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느라 바빴고, 그 까닭엔 성 안팎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 * *
자풍 숲은 동서남북 4성 중 동성 밖에 위치한 곳이었다.
용풍은 천월을 데리고 순조롭게 동성을 빠져나갔고 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그저 눈앞에 미세한 바람이 스쳐간다고만 느낄 뿐이었다.
이윽고 현가가 말한 자풍 숲에 도착했지만 용경과 창정은 보이지 않았다.
용풍은 잠시 멈춰선 채 자세히 귀를 기울이다 천월에게 말했다.
“안에서 피 비린내가 나는 것 같소.”
순간 천월의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 봐요!”
“응!”
용풍은 천월을 데리고 다시 가지와 잎이 풍성한 자풍 숲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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