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4화. 혼사를 논하다 (1)
천월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 티 없이 순수한 아이를 이곳에 가둬두고, 사람을 죽이는 걸 보여 주거나 직접 죽이도록 훈련을 시켰겠지…….
아이는 그 끔찍한 광경 앞에서 대체 어떤 모습이었을까. 비명을 질렀을까? 크게 울었을까? 기절하거나 저항하려 발버둥을 쳤을까? 저항했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졌을까. 설마 저 피로 물든 형구들로 형벌을 가한 걸까?’
천월의 눈빛이 파도처럼 떨리고 있었다. 무엇을 상상해도 평범하고 인간적인 모습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야경염은 그 혹독한 시절을 견디면서도 세상의 눈엔 그저 소탈하고 털털한, 시원스러운 청년으로만 비쳤다. 야경염은 어떻게 피와 백골에 묻혀 살면서도 미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
이 모든 게 사람의 죽음으로 물든 그 의자에 앉기 위하여, 하늘이 떠나갈 듯 외치는 만세 소리를 듣기 위하여, 천하를 장악하기 위하여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란 것인가? 고작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천월은 지금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었다. 야경염의 피눈물에 비하면 야천일의 외가가 멸문당한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야천경, 야천욱이 살아남았다 해도 정말로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 어린아이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가 죽으면 어쩌려고요!”
“그들은 날 절대 죽이지 않아. 그저 한 가닥 숨만 남기곤 언제든 다시 살리지. 이미 저승문 앞까지 수만 번을 다녀왔지만, 그들은 언제고 날 다시 살려냈다. 내 삶은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힘든 나날이었어.”
천월은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가 야경염의 손을 잡고 사당을 나왔다.
“맞아요, 죽는 것보단 사는 게 더 쉽죠. 앞으로도 우리 그렇게 살아나가요. 쉬운 길이 있는데 왜 굳이 힘든 길을 가겠어요?”
* * *
황금빛 햇살은 너무도 눈부시게 내려와 덕친 왕가 사당 역시 아름다운 금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황족의 사당은 너무도 웅장하고 화려해 겉으로만 보면 꼭 환상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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